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화류계는 정말이지 좋은 곳이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꼭 뭔
섹스를 밝히는 것을 떠나서라도…이쁜이들과 실실 쪼개면서-물론 가끔 속으로 \'아 씨팔년\' 하고
욕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노닥거리는 재미는 그야말로 큰 것이다. 

\'마누라 하나 말곤 여자를 모르는 사는 샌님 같은 놈들은 돈까지 써가며 하는 일 아닌가\'

적당히, 기집들과 척지지 않게 실실실실 웃어가며, 가끔은 고것들 비유도 좀 맞춰줘가매, 그네들
철딱서니 없는 수다에 웃음 빵빵 터져가며 일하는 고 재미는 정말이지 세상에 그거 이상 가는 재
미가 없다. 물론 소갈딱지 밴댕이 같은 기집들이랑 일하다보면 가끔은 죽통을 돌려놓고 싶은 년
도 있고 기가 차서 헛웃음이 한바가지씩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래, 마냥 즐겁지야 않지\'

이쪽 일 하는 남자들은 그 무엇보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 하기사 세상 무슨 일을 하던지 둔하고
눈치 없는 새끼들은 그냥 다 좆되기 마련이지만, 특히나 이쪽 일이 그렇다. 지집들하고 꿍짝이
맞아야 하는 일이므로 적당히 넉살 좋고, 눈치도 빠르고, 계집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슬슬
갖고 놀던가 아니면 샥샥 맞춰주던가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역시나 눈치 코치가 
필수다.  

박지성 상무는 슬그머니 보배의 눈치를 살핀다. 언제나 누구보다도 밝은 그녀지만 오늘은 어째
영 저기압이다. 

\'그 날인가?\'

아닌데. 월 초에 했던 거 같은데. 하 씨발, 생각해보니 마누라 것도 모르는데 여 언니들 생리일잔
또 꿰고 있네. 염병 기가 막히는구만. 암만 기집년들 밑구녕 닦아가며 하는 일이 이 일이라지만
참 아 나 일 기똥하게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었다.

\'흐이구\'

아가씨들의 컨디션 관리도 술상무들의 엄연한 보조 업무 중의 하나라면 하나 아니겠는가. 은근히 
다정이한테 물어본다.

"보배 오늘 왜 저래?"

다정이는 어깨를 으쓱했지만, 옆에 있던 아라가 대답한다.

"남친이랑 깨졌대요"

남자친구라… 업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야구장에서는 딱히 제재를 가하고 있진 않다.
무슨 연예 기획사도 아니고… 일일히 그런 것을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터치하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이 바닥 일하다보면 뻔하게 사이즈 나오는 거 아닌가. 나름 잔머리를 굴려가며
남자 만나봐야 오래 갈 수도 없고, 지가 힘들어서 못 견딘다. 고객관리도 나름 해야하고. 그래서
보통은 아예 남친을 안 키우는 년이 대부분이다.

근데 보배가… 그만큼 좋아한 놈이 있었겠지. 아니 그래도 그걸 떠나서 초짜도 아니고 베테랑이
이거 왜 이러는데. 뭔 씨발 이 바닥 초행길 아다도 아니고 짬밥 먹을만큼 먹은 년이…

"왜, 뭐 결혼이라도 약속했었냐? 다이아반지라도 날아갔냐?"

아예 대놓고 농 묻혀 물었다. 그러자 보배는 피식 웃으면서 손사레를 쳤다. 

"아 나 기분 되~게 안 좋아요 오빠. 건들지 마요"

살짝 빈정이 상하지만, 뭐 그래, 계집은 계집이다. 이럴 때는 터치 안 하는게 약이다. 씨부랄.

"그래 기분 좀 풀고, 이따 손님들 앞에서는 표정관리 좀 잘하구. 프로니까 뭐 말 안 해도 잘 하겠
지만서도. 여튼간에 힘내 임마. 똥차가고 벤츠 오는거야"

등을 툭툭 두드려주고 잠깐 오줌 한 바가지 싸고 담배라도 하나 피울까 하는데 담배가 없다.

"야, 담배 하나 있냐?"

웨이터 막내에게 담배 하나를 빌려 입에 무는데 씨발 멘솔이다. 하… 어째 오늘 하루가 꽤나
고로울 거 같다. 오줌 줄기가 약하다. 어깨가 무겁다. 그때였다. 전화다. 

우우우우웅- 진동이 채 한번 울리기도 전에 바로 받았다.  

"네 강남야구장 박지성 상무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최 사장님! 아 녜,
아 물론입니다. 아 그렇죠, 예예, 근처시라구요? 아 네, 그럼 바~로 또 버선발로 맞이하겠습
니다 네네 아 물론이죠 암요! 예~ 그럼 딱 세팅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예예"

오늘따라 손님들이 좀 붙는다. 게다가 방금 전에도 또 전화로 두 팀이 출발했댔지. 하 이러면
또 살짝 기분이 살지. 

"어서오십시오!"

오늘도 가게 앞에서부터 마중을 나가 손님들에게 깍듯한 인사를 한다. 어느 일이나 그렇지만
특히나 서비스업에서는 이렇게 깍듯한 인사가 최우선이다. 가끔 이 일을 좀 진지하게 하려고
하는 새끼들한테 항시 하는 말이 인사다. 서비스한다 라는 마음을 딱 갖고서 인사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건 딱 벌써부터 각이 다르게 나온다. 그게 뭔 대수냐 하는데 진짜 그게 참 묘한 거다.
사람들은 또 그걸 귀신같이, 본능적으로 느낀다. 아가씨들도 그렇고, 웨이터들도 그렇고, 영업
상무들도 그렇고, 다들 서비스 마인드 없이는 이 일 절대로 돈 못 번다.

"오래간만입니다, 박지성 상무님"
"아 오 사장님! 진짜 요새 왜 이렇게 뜸하셨나 했습니다. 다 제 책임이죠! 제깍제깍 따악 딱
연통도 넣고 팍팍 서비스도 해드렸어야 하는데… 대신에! 제가 오늘 완전 풀파워로! 아주 화끈
하게 서비스 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아닙니다, 요새 좀 바빠서 못왔어요. 네, 기대하겠습니다. 들어가지 다들"

간단히 룸에 들어가서 멘트 몇 마디 하고, 아가씨들 쵸이스 콜 해주고 적당히 지명되면 이제사
슥 또 야부리 살짝 까면서 분위기 맞춰주고 나온다.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도 안 됐다. 다시 또
슬슬 문 앞에까지 나가 근처에서 걸어온다는 최형일이를 마중나갔다. 나가는 길에 슬쩍 보배와
눈이 마주쳤는데 역시나 프로. 여유있게 윙크까지 지어보이며 생글생글 웃는 표정이 최고다.

\'캬, 기집들은 진짜 거 표정관리 하나는 진짜 대단해\'

기집이 100명이면 100명이 다 또 한구석씩은 다른게 기집이다. 어떤 년은 정말이지 아주 웃음을
입에 달고 살고 어떤 년은 아주 낯짝부터 우울한 년이 룸 안에만 들어가면 무슨 약 먹은 년처럼
화사하게 웃는 년이 있고, 또 평소에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하나 싶게 부끄러움 잘 타는 것이 또
막상 놀 때는 아주 진상처럼 잘 노는 것도 있고. 각양각색이다. 다만 한 가지, 다들 룸 안에서는
교태를 부리던 깔깔깔 잘 웃던, 어쨌던 밝고 신나게 놀아준다는거.

\'그래, 서비스\'

남들이 뭐라하던 어쨌거나 먹고 살자는 짓이다. 그러려면 잘해야겠지. 박지성 상무는 목청을
가다듬고 어깨를 털었다. 또 우리 단골 손님한테 잘해야지. 그래야 나도 살고, 마누라도 살고
우리 언니들도 살고, 다 사는거지.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