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성수대교 가는 대로변에서

제가 차를 몰고 가던 중에

차로변에 잠깐 정차를 하고 있던 은색 차의 빽미러를 치고 지나갔어요.

처음에는 은색 엘란트라 쯤으로 생각하고 급히 차 세우고

사과하러 내렸는데

가까이 가보니 은색 최신형 BMW였고

게다가 운전석 창문은 열려 있었으며 (운전자가 정말 놀랐겠지요)

더 절망적인 건 여자분이셨어요.

운전석 창문 열어놓고 통화중인데

지나던 차가 바짝 붙어서 빽미러를 치고 지나갔으니

여자분이 얼마나 놀래셨겠어요.

더구나나 인상이......

도도하고 고고하고 여성스러운, 서른 즈음의 이쁜 여자분이었어요.

속으로 \'아....이거 큰일났다...\' 싶었구요.

정말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며 인사를 하고

안 다치셨냐고 하니

"아...네, 괜찮습니다" 하더라구요.

빽미러를 보니 약간 기스가 났고 거울이 본체에서 떨어져나와서 덜렁거리고.

어떻게 할까요 지금 카센타로 갈까요 어쩔까요 하니,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전화를 드리지요, 하더라구요.

말투가 점잖아서 저도 믿음이 가서 연락처와 제 신분증 확인 해주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당장 단골 카센타에 가서 알아보니

못해도 60만원은 들겠다고 하더라구요.

왜냐면 그 정도로 웬만하면 갈진 않지만

외제차 자체가 그 삐까번쩍 그 맛으로 타는 건데

흠집이나 기스를 그냥 두진 않을거라고 하더라구요.

속으로 에구...떡 해먹었네 하며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다음날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모르는 번호인데 받았더니 그 여자분이셨어요.

"안녕하세요. 저기....어제 밤에 차....." 제가 바로 네네, 대답했더니

"제가 가는 카센타에 갔더니 다시 거울 끼워주시더라구요.

아무 이상 없다고 하네요. 걱정하실까봐 전화드렸어요"

하는 거예요.

걱정할까봐 전화드렸다는 그 마음이 고맙고 미안해서

그래도 기스도 좀 났을텐데 그건 안 고치셔도 되겠냐고 했더니

약간 있는데 그냥 보면 표 많이 안난다고,

그래서 은색 차가 좋은거 같아요...까만 차는 잔기스도 표가 많이 나지요?? 하는겁니다.

(제 차가 검은색이거든요)

얼굴도 이쁜 분이 참 사람 대하는 매너도 훌륭하고

꼭 제게 보상을 요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요구를 했다해도 참 말 하는 태도가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마음 씀씀이가 고운 분 같더라구요.

고맙습니다, 죄송했어요...를 연발하며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그 마음이 고맙고 예뻐서 미소를 띄게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요즘 외제차 참 많은데

비싼 차만큼 운전 매너도 함께 좋은 건 아닌거 같더라구요.

외제차든 아니든 택시든 버스든

어쨌든 내 마음 다스리며 안전운전, 양보운전 하는 거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분 덕분에 나도 반성 많이하고

운전하는 마음가짐 새로 가져보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어쨌든 그 분 정말 고마웠습니다.^^

3줄요약
정차하고 있던 은색 외제차의 사이드미러를 박살
이쁜여자가 타고 있었음
피의자는 쫄고 있는데 전화와서 의외로 괜찮다며 사이드 미러 교체는 안 함


긍데 생각해보믄 차로변에 정차고하고 있던 여자가 교통법규를 어겼으므로 이 여자에게도 과실이 있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