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사이버 도박을 하다가 내부감사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된 직원 가운데는 현대차 전·현직 노조간부도 상당수 포함됐다.
 
19일 현대자동차는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근무시간에 회사 업무용 PC 등을 이용해 사이버 도박을 한 혐의로 울산공장 직원 62명, 아산공장 직원 35명 등 총 97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97명 가운데 전·현직 노조간부는 13명으로 밝혀졌으며 명백한 감사결과 앞에 이들은 모든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월에도 일부 현직 대의원이 회사와 협의를 핑계로 일과 시간에 스크린골프장에 출입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지난 4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해 번 110억원대의 불법 도박수익금을 마늘밭에 파묻은 ‘전북 김제 마늘밭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을 계기로 시작됐다. ‘마늘밭 사건’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현대차 직원이 근무시간에 사이버 도박을 했다는 내부 고발이 접수된 것이다. 이 제보자는 사이트에 접속한 시각까지 세세히 회사 측에 고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에 적발된 직원들은 명백한 증거 앞에 도박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감사결과 이들은 근무시간에 각 공장의 현장 반장실에 비치된 업무용 PC 등을 이용해 사이버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즐겼던 사이버 도박은 포커, 사이버 경마 등이었다. 일부는 베팅금액이 최고 1억에 달할 정도였다. 단순한 ‘오락성 도박’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베팅 금액이 컸던 일부 직원은 사금융을 이용하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가정불화로 이어진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아산공장 직원 35명을 사규에 따라 먼저 징계한 데 이어 조만간 울산공장 62명도 징계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징계를 받은 직원들 가운데 불만을 제기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고발에 따라 이번에 사이버 도박 사실이 적발됐지만, 실제 사이버 도박을 하는 직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