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꼬마횽이다.

최근에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의 흥미로운 인터뷰가 언론에 떴다.
친환경차에서 현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 기아는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것과, (솔직히 관심없음)
R&H(Ride&Handling, 승차감과 조종안정성)부분의 부족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R&D역량을 R&H와 NVH개선에 집중투자하겠다고 한 것.

내가 관심가지고 썰풀 내용은 후자다.


1. 현대가 PT는 진짜 잘한다.
그 시작이 어쨌는지와는 별도로,
독자 엔진 가지고 십수년 이것저것 직접 설계/설변하면서 갖춘 노하우가 꽤 크다.

(쥐좆도모르는) 언론에서 맨날 외제 (델파이/보쉬/시멘스 등..)쓴다고 까곤 했던 EMS
실제로 현대애들은 쟤네 SW로직의 대부분을 다 꿰어차고 있다. 직접 캘리브레이션하기도 하고.
EMS 시스템사인오프(양산승인)할 때 보면 수천개 파라미터 전부 다 까서 하나하나 다 검사하고 협의한다.
이 값은 적절하다 / 이 값은 왜 이렇게 크게 들어갔지? - 이러이러한 이유로 크게 들어갔슴다 - 시험데이터 내놔봐라...
PT관련 업체들 사이에서는, 현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터프한 OEM이다. 해달라는 것 엄청 많고, 사사건건 참견하며 쥐잡듯이 잡는...

한 때 다른 회사들처럼 in-house EMS(양산차 직접 생산)도 시도했다가, 뭔 이유인지는 접었다. 예산때문이겠지 뭐.
그러면서도 케피코같은 합작 자회사 통해서 PT전반에 대해 깨작깨작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흔한 수법인데, 항상 소싱을 둘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선진-외국업체들이랑 프로젝트하면서는 \'야 신규 로직 이거 설명좀 해봐\', \'상세 도면은?\', \'이거 소스코드 내놔\' 이런 식으로 야금야금 기술 빼내고,
 신규업체한테 노하우 막 전해준다. 그 댓가로 원가는 낮아지고 품질은 올라간다. 
 선진업체한테는 \'십숑키들아 신규업체 쟤들은 저렇게 싸게 주는데 너넨 금쳐발랐다고 이렇게 비싸냐\'라고 가격압박 가하고,
 신규업체한테는 \'십숑키들아 선진업체 쟤들은 저렇게 잘만드는데, 니네 제품은 꼬라지가 이게 뭐냐\'라고 성능/품질 압박 가하고..
 그러다보면 두 업체가 기술력은 비슷해지고... 가격은 같이 내려가고... 개발에서의 완성차 장악력은 높아진다.)

이게 불과 십수년 사이의 발전상이다. 최근들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2. R&H
아시다시피 현대는 초창기 미쓰비시 등 일본차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애초에 다이나믹스에 크게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차를 굉장히 소프트하게 만들고, 섀시 튜닝도 대부분 컴포트 지향이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양웅철 부회장이 \'R&H는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 R&H에 집중하겠다\'라는 말의 의미는?
-> 스스로도 R&H, 즉 섀시 부문에는 약세인 점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과,
-> 현재 몽구회장의 눈이 거기를 향해있다는 것.

국내재벌그룹사 다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오너의 장악력은 무시무시하다. (물론 외부인들 보기에는 우습다만.)
현대차그룹에서 몽구회장\'님\'의 장악력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예로, 몽구회장이 인터뷰 중에 \'품질 강화하겠다\' 이런 말 한마디 뜨면,
 일주일 내로 현대차 전 부서 신입사원들까지 품질경영강화 이런 소책자 뿌려진다.)


위의 일반론적인 이야기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최근 현대 분위기가,

당장 내 분야에서도 \'직접 튜닝하겠으니, 모든 캘리브레이션 파라미터 공개해라\'는 요청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현대는 그간 섀시, R&H쪽은 \'직접\' 튜닝을 안하고 있었다. 서플라이어가 해 오면 평가만 하고, \'이거이거 고쳐와\' 하는 수준이었지.)
섀시 쪽에 사람도 많이 뽑고 있고, 섀시파트 업체 관리도 점점 빡세지고 있다.
컨벤셔널 파트는 남양공업이니 카스코(지금은 모비스로 흡수)니 하는 위성회사들을 막 키워대고,
전장 파트는 모비스,만도 + 해외업체를 막 저울질해가며 견제하고..
자신들의 지배력을 키우겠다는 거지.

최근의 이런 움직임이... 당연히 효과가 작지는 않을 거다.
업체들이 아무리 현대 개새끼라고 욕을 해 대도, 걔네들 회장님 눈길 머무는 곳은 장난아니게 달리거든..
솔직히 걔네들 한번 꽂히면 진짜 잘한다. 대우같이 그렇게 헐렁헐렁하게 안해.




ps> 현대 칭찬 조금 했으니, ps에서는 현대가 하는 개새끼짓을 하나 소개해주고 끝낼께.

원가절감이라는게 보통은 대상 파트를 검토하는 게 기본절차잖냐? 
파트 쭉 늘어놓고, 여기 레이저마킹 스티커로 바꾸면 얼마 줄겠네. 가능해? / 여기 이 파트 설변해서 공용화하면 얼마 줄겠네. 가능해? 이런거.

현대는 물론 저것도 하지만, 궁극의 원가절감 스킬을 가지고 있지. 통칭 CR이라고.
이건 파트를 검토하는게 아냐.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거지.
그 업체 영업현황 같은거 분석해서 \'너네 올해 장사 잘 했네? 우리 미지급금 100억 있는데 80억만 줄께. 괜찮지?\' -_-

당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뛸 노릇. -_-
요새는 하도 만성화되어서 업체에서도 저거 다 고려해서 부풀려서 견적 냄. ㅋㅋ
현대가 워낙 개터프하다보니, 그 밑에 업체들도 존나 터프해짐.
한국 부품회사 경쟁력 올라간다는 뉴스 나올 수 밖에 없는게, 존나 강하게 크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