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학급 소풍을 가기 전날이었음 다른아이들은 종례가 끝나자마자 신이나서 내일 어디서 몇시에 만날지 삼삼오오 약속을 정하고 있는데 나한테는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 당연하지 난 친구가 없으니까 그렇게 체념하고 집으로 가려는 순간  반 아이 한명이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서는

"ㅇㅇ아  약속없으면 너 내일 우리랑 같이갈래?"하고 말을 걸어주는거야 나는 순간 너무 고마웠어 "어.. 그래..고마워.."라고 어색하게 대답을 하고

"고맙긴ㅋㅋ 그럼 10시까지 장소도착해야되고 어차피 여기서 거리도 가까우니까 우리 지하철입구에서 9시 30분에 만나자" 라는 약속을 했어 그리고 집에

돌아왔지 근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같이갈 사람이 생겨서 기쁜 한편 걱정이 또 생기는거임 소풍날에는 사복을 입고 가야되는데 내 옷장에는 엄마가

사다주던 시장표메이커들 목이 다늘어나고 물이다빠진 걸레들 밖에 없엇음 이런 옷을 입고가면 걔네들이 창피해하진 않을까 싶어서  고민을 하다 용기를

내서 엄마한테 내일 친구들이랑 소풍가는데 옷 좀 사게 백화점에가자고 말했어 엄마는 당연히 기뻐하면서 흔쾌히 승낙하셨지 그렇게 이것 저것 그당시의

최신 유행에 맞춰서 처음으로 백화점에서 옷들을 샀음 그리고 그날밤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한숨도 못잤다 이 옷을 입고가면 애들이 평소 존재감없이

평범하기만 하던 나에게도 이런 세련된 감각이 있었구나하고 다시 생각해주겠지 여자애들이 고백이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렇게

설레이는 맘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약속시간이 됐고 한껏 차려입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어 근데 나랑 같이가주겠다던

일행은 10분.. 20분.. 30분 1시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어 먼저 가버렸던거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소풍장소는 지하철을타고 아무리 빨리가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였더라고ㅋ....9시반은 커녕 9시 8시 30분에 만났어도 촉박한 시간이었지ㅋ 결국 포기하고 혼자 가려는데 차마 용기가

안나는거임 다른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만나서갔던 길을 나는 혼자 가고 만약에 혼자  어찌저찌 찾아가서 도착했다쳐도 그 곳에서도 또 돌아다닐게

뻔했거든 그럴바에는 그냥 안가는게 났겠다 싶어서 지하철 공중전화로 담임한테 전화를 걸었음 그리고 아픈척 연기를하면서 갑자기 감기가 심해져서 

못가겠다고 말을했어 그러니까 아프면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푹 쉬라고 하더라고 나는 "아..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음 근데 전화를 끊고 나니까

갑자기 속에서 뭔가가 복받혀 올라오는거야 

\'난 그아이들한테 잘못한것도 없는데 그냥 조용히 교실안에 그림자처럼 있었을뿐인데 나한테 왜 이런 장난을 친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게 병신같이

공중전화에서 혼자 쳐울었음 그렇게 한참 울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집으로 돌아갈까 잠깐 생각 하다가 이렇게 일찍 돌아가면 엄마가 괜한 오해 

하실까봐 피씨방으로 갔음 그렇게 피씨방에서 나는 그 소풍장소의 유명한 곳이나 건물들을 하루종일 검색하고 외우고 또 외웠음 그리고 저녁늦게 돌아와서

 인터넷에서만 봤던 그 장소들을 내가 직접 친구들이랑가서 쇼핑도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재미있게 논 것처럼 엄마한테 설명해 드렸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엄마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으시더라고 난 그거면 충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