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우리 가족이랑 큰외삼촌네 가족이랑 설악산에 차타고 갔었는데

고속도로는 아니었던거 같고 국도 다니다가 보니까 우리 뒤에 있는 차가 라이트를 켜고 오고 있는거야

어른들한테 얘기했더니 아빠가 손가락 동글게 말아서 불처럼(?) 만들고 손으로 엑스자 그려주라는거여

그래서 사촌언니랑 열심히 뒷자리에서 그렇게 했지

근데 뒷차에 타고 있던 커플들은 막 열심히 손짓하는 우리가 병신같아 보였는지 보고 웃기만 웃고 라이트를 안끄는거여

우리는 입모양까지 만들면서 불! 끄세요! 하고 열심히 손동작을 하였지만 그들은 끝끝내 끄질 않았어

한 20분동안 우리끼리하다가 안되서 어른들에게 말했더니

맨앞 보조석에 앉아있던 아빠가 (운전은 외삼촌이) 창밖으로 한손을 내밀면서 우리가 했던것처럼 했는데 (우리는 양손 모두 써서 했고)

뒷차 커플들이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더니 바로 라이트를 끄는거야

20년 가까이 된 일이고 하도 어릴때 일인데도 그날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

그리고 내가 이제 중고차를 사서 초보운전딱지를 붙여 운전하고보니 그때 생각이 자꾸 난다

우리가 20분동안 양손으로 막 제스처 취하던걸로는 전혀 못알아듣던 사람들이 아빠가 딱 한번 하니까 바로 그렇게 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