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공의에게 1억원의 연봉을 제시한 고대의료원마저 전공의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월급 300만원 인상으로 8,000만원대 연봉을 제시한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도 흉부외과 정원을 간신히 넘겼다.

특히 연봉을 50만원 수준에서 올린 한양대병원 등도 병원들은 대부분 미달사태를 빚었으며, 지방병원도 미달을 면하지 못했다.

흉부외과 수준은 아니지만 50만원 정도의 월급을 올린 외과도 미달사태를 빚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를 위해 수가 100%를 올렸고, 외과에서 30% 수가를 상향조정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된다. 

2일 2010년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월급 인상으로 지원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던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모집은 빅4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패했다.

"억대 연봉제시한 고대의료원 실패"
고대의료원은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을 전국 최고 수준인 400만원으로 파격 인상했지만 단 한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고대의료원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전공의 사기 진작은 물론 외과계열의 기피현상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고대의료원엔 안암·구로·안산병원을 통틀어 흉부외과 전공의가 1명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대의료원에 흉부외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억대연봉을 받고 들어가더라도 제대로된 수련을 받기 어렵고, 수련생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4년차까지 모두 있어도 매일 당직에 야간근무하기가 일쑤다.

또 흉부외과를 전공하더라도 수련후 개원이 어렵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흉부외과학회 안혁 이사장은 "전공의들이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이유는 당장 봉급을 더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문의 취득 후 취업이나 개원 후 수익 등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가인상…빅4병원 효과봤다
외과와 흉부외과에 각각 30%와 100%씩 인상한 수가는 빅4병원에만 효과가 있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서울대병원은 3명 모집에 5명이 지원했으며 삼성서울병원도 4명 모집에 4명, 서울아산병원은 5명 모집에 5명 지원했다 반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5명 모집에 3명으로 미달됐다. 가톨릭의료원은 5명 모집에 1명 지원해 미달했다.

월급을 올려주기 전인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서 서울대병원은 4명 모집에 1명 지원했고, 서울아산병원은 5명 모집에 3명, 삼성서울병원은 3명 모집에 1명, 세브란스병원은 5명 모집에 3명 지원했지만 가톨릭의료원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가인상이 빅4병원에는 효과를 나타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기피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 놓은 지원정책이 이번 흉부외과 전공의를 모집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도 "지난해 3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하는데 그쳐 걱정이었는데 올해는 정부의 수가인상 정책 덕분에 큰 무리없이 전공의들을 모두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외과도 미달사태 '반복'

외과도 30%라는 수가 인상에도 빅4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이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는 30%라는 수가 인상으로 적게는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올랐지만 외과 전공의들의 업무과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상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과의 경우 전공의를 마치면 약 70~80%가 개원가로 나오게 되는데 전공의 월급이 올라도 개원가로 나오면 병원을 운영해 나가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이에 2010년 외과 전공의 모집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학병원들이 미달사태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 모집결과를 보면 서울대병이 18명 모집에 13명 지원하고 아산병원이 18명 모집에11명 지원, 세브란스병원은 18명 모집에 8명, 가톨릭 25명 모집에 11명이 지원했다.

올해의 경우 서울대병원이 19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했으며 가톨릭의료원은 23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해 가장 낮은 지원율을 나타냈다.

이외 경희대병원, 한림대의료원, 순천대향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경북대병원,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제주대병원 등은 지원율이 0%였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다양한 외과 의료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 놓아도 외과 의료진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다 해소해 줄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말했다.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15명 모집에 17명이 지원했으며 서울아산병원도 12명 모집에 14명,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이 18명 모집에 20명이 지원해 미달사태는 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