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독일 자동차 회사 국내 법인들의 영업이익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영업이익률과 대당 영업이익에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빅3를 모두 제쳤다. 영업이익은 자산을 매각한 수익이나 이자 수익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말하는 것으로, 영업이익률이나 대당 영업이익은 자동차 회사의 본질적인 사업 성과를 측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사 판매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한국과 독일 자동차 회사 국내 법인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영업이익률은 7.2%로 BMW와 벤츠, 아우디폴크스바겐, 포르쉐 등 독일 업체(3.6%) 보다 두 배 높았다. 2010년에는 독일차 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이 6.9%로 국내 회사들(6.8%)보다 근소하게 앞섰지만 뒤집힌 것이다.

그동안 독일 고급 브랜드는 고가 정책을 유지하며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반면 국산차 회사들의 수익성은 좋아지는 추세다. 특히 현대차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 국산차의 전체적인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2010년 9.5%였던(해외 법인 제외)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1.2%로 높아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플랫폼(차량의 뼈대) 공용화와 원가 절감 등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이 좋았다”면서 “특히 해외 수출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제값 받기 운동으로 가격 하락을 막은 점도 수익성 향상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BMW는 13%였던 영업이익률이 3.2%로 낮아졌고 벤츠와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영업이익률도 3.6%와 2.9%에 머물렀다. 고급 스포츠카 업체인 포르쉐만 12.7%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체면치레를 했다. BMW 관계자는 “고급 옵션이 기본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데다 수입가격이 올라도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졌다”면서 “경쟁이 치열해 원가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 1대를 팔았을 때 남는 이익인 대당 영업이익도 국산차 회사는 높아지는 반면 수입차 회사는 낮아지는 상황이다. 2010년 127만원이던 국산차 회사들의 대당 영업이익은 지난해 145만원으로 올랐다. 반면 독일차 회사의 대당 영업이익은 403만원에서 205만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차 1대당 253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BMW(170만원)와 벤츠(237만원), 아우디폴크스바겐(143만원)을 제쳤다. 기아차는 대당 121만원의 수익을 거뒀고, 한국GM은 14만원, 쌍용차는 137만원의 수익을 냈다. 르노삼성은 차 1대를 팔 때마다 87만원의 손해를 봤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자동차산업, 특히 현대차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호실적을 견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국산차의 값은 오르고 수입차의 값은 내려가는 상황이라 앞으로 합리적인 판단에 기반한 소비자의 가격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면서 “결국 수입차와 경쟁하려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어 이런 좋은 이익구조가 지속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