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밤 10시 대구시 북구 경북대 주변의 한 PC방 앞. 다소 늦은 시간이지만, 2층 PC방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자 PC방 입구에는 ‘모든 PC 디아블로3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PC방 안에는 20대 초반 대학생으로 보이는 고객이 가득했다. 이 PC방의 전체 좌석은 50석가량. 평상시 이 시간대면 고객이 앉아있는 좌석은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이 날은 빈 좌석이 단 두개에 불과했다.

PC방 안을 한바퀴 둘러보자 고객 10명 중 8명은 RPG(Roll Playing Game·역할수행게임)인 ‘디아블로3’에 몰두하고 있었다.

늦은밤 자리 꽉 메워
직장인·대학생은 물론
수능 고교생들도 몰두

접속 과다로 튕겨나자
줄담배 피우며 불만
PC방 좀비사태 우려

빈 좌석을 어렵게 찾아 디아블로3를 실행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에러가 발생하며 ‘팅김’ 현상이 발생했다. 다시 디아블로3 계정을 통해 로그인하려 했지만, 접속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접속자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과도한 트래픽(Traffic·일정 시간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이 발생해 서버 과부하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하던 게임이 끊기자 PC방 여기저기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고객들은 초조한 듯 담배를 꺼내 물었고, 몇몇 고객은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이후 퇴근 직장인들의 디아블로3 접속이 늘면서, 이날 자정이 지나도록 로그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객들은 줄담배를 피우며 발만 동동 굴렀다.

경북대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대학생은 “디아블로3가 출시되고부터는 밤 10시가 지나면 매번 이런 현상이 발생해 짜증나 죽겠다. 지금 남자 대학생은 거의 다 디아블로3 게임을 한다고 보면 된다. 졸업을 앞둔 선배도 디아블로3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디아블로3를 출시한 뒤, 디아블로3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대학시절 디아블로2에 빠졌던 지금의 30대 초반 직장인은 물론이고 대학생을 비롯해 수능을 앞둔 고교생까지 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디아블로2가 출시된 2000년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생겨났던 ‘PC방 좀비 사태’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디아블로3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게임 유저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아왔다. 과거 게임 열풍을 불러왔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이어받은 것이 디아블로2였기 때문이다. 디아블로3는 기존에 인기를 끌던 ‘World Of Warcraft’나 ‘아이온’ 등 다른 RPG에 비해 인터페이스가 단조로워 게임을 익히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얻는 방식의 이 게임은 출시 3일 만인 지난 17일 ‘리그 오브 레전드’와 ‘아이온’을 제치고 국내 PC방 점유율 1위(30.7%)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디아블로3가 정식 출시된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정가 9만9천원의 디아블로3 소장판을 구하기 위해 대형마트 등에 인파가 몰려드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과거 대학시절 디아블로2를 즐겼다는 직장인 최용호씨(31)는 “당시 수업을 제치고 자취하는 친구 집에서 합숙하며 디아블로2에 빠진 학생이 많았다”며 “이번에 나온 디아블로3는 과거보다 익히기 쉬워 게임을 하다보면 고교생 유저도 많이 마주친다”고 말했다.
김일우기자 <U>atlier@yeongnam.co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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