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배기량별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차종의 경우 배기량이 높을수록 가격도 비싸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고배기량 모델이 홀대를 받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1일 중고차 전문업체 카즈에 따르면, 출고 3년된 그랜저TG ´Q270´(2천700cc) 중고차의 가격은 2천50만원으로 신차가격 3천127만원 대비 66%의 잔존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배기량 3천300cc인 ´L330 Top´의 경우 연식 등에서 같은 조건임에도 중고차 가격이 1천600만원 대까지 떨어져 신차가격 대비 잔존가치 약 47%를 나타내고 있다. 

신차일 때는 3천300cc 모델이 413만원 더 비쌌지만 중고차로는 450만원 더 싸졌다. 도합 863만원의 가격 역전이 이뤄진 것. 

카즈 측은 높은 배기량 모델의 경우, 내수판매와 비례해 중고매물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내수판매가 적다는 것은 시장수요와 일치하기 때문에 중고차 역시 찾는 이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가격 역전의 더 큰 요인은 유지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통상적인 인식이다. 큰 배기량은 연비가 낮다는 인식 때문에 고유가와 함께 수요가 한번 더 감소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배기량과 저배기량 모델의 유지비는 큰 차이가 없으며, 고배기량 차량을 구매하는 게 고성능 모델을 저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카즈 관계자는 충고했다. 

그랜저 ´270´과 ´330´의 공인연비는 4등급으로 같으며, 오히려 330 모델은 배기량이 큰 만큼 주행파워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270에서는 프리미어모델부터 적용되는 ´사이드에어백´과 ´커튼에어백´ 등 고급사양이 330에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제네시스의 상위 배기량인 BH380도 신차가격에서는 기본 배기량인 BH330대비 약 400만원 비싸지만 중고차가격은 동일한 3천4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차량 역시 공인연비 기준 각각 9.6km/ℓ, 10km/ℓ 로 차이가 크지 않으며, 에너지 효율은 4등급으로 동일하다. 

김주호 카즈 판매담당은 "배기량이 큰 대형차일수록 기름값에 대한 부담이 수요저하로 이어지지만, 실제 연비차이는 크지 않으며 고급 옵션까지 장착된 고성능의 중고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구매자에게는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