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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지망생의 유한도전 8일차

큰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06 05: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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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녘이었다.

나는 차양막이 드리워진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구정물 고인 수풀을 밟고 지나온 맨발은 까무잡잡했고, 발가락 사이에는 뭔지모를 검은 조각들이 끼어 있었다. 차양막은 꽤 높았다. 커다란 거미 한마리가 아득한 꼭대기에 집을 짓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 멀리 강변쪽 산책로에서. 키가 크고 수척한 뒷모습의 노인이 길을 따라 홀로 걷고있는걸 발견했다.

그는 절뚝거리고 있었고, 그의 몸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마치 그의 우반신에만 더 강한 중력이 작용해 그를 지하로 끌어내리고 있는것 같았다.

 

노인에게서 고개를 돌려 정면의 새빨간 하늘을 보니. 세 덩어리의 거대한 구름이 보였다.

누군가 무딘 칼로 깍둑썰기를 해놓은 것처럼 구름 세 덩어리는 반듯한 사각형 모양이었다. 근처에는 연기 모양의 작은 구름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3량 기차같았다.

 

구름기차는 노인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노인은 계속 왼쪽으로 기울어진채 절뚝거리며 길을 따라 걸었다.

노인의 걸음은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구름기차는 너무나도 느려, 노인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조금씩 부스러지고 있었다.

 

어느순간 그 노인은 내 시야 밖으로 사라져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구름기차는 여전히 노인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지만. 점점 부서지며 산산히 흩어지고 있었다.

 

구름기차 잔해의 왼쪽에서 다리를 위로 뻗은 채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푸들 모양의 구름이 다가왔다. 푸들은 입을 헤 벌리고 무력하게 누워있었다. 눈은 없었고,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것 같았다.

처음엔 온전한 푸들의 형태였지만. 어느순간 두피와 두개골이 찢어지며 열리더니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볼 때마다, 머리가 두 조각으로 나뉘며 흩어졌다. 길다란 다리 역시 솜사탕처럼 찢어지며 흩어졌다.

 

등 뒤로 흥겨운 색소폰 음악을 튼 푸른 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구정물을 밟으며 노인과 반대방향을 향해 걸었다.

해는 완전히 저물어 깜깜해졌고,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고 있었다.

 

 

 


#

비가 아주 많이 내렸다. 나는 투명한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우산에 구멍이 나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세차게 내렸다.

한적하고 어두운 아파트 단지 근처를 지나가는데 단지 안쪽에, 내가 서있는 곳보다 비가 훨씬 더 세차게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살수차로 들이붓는듯 했다. 유독 그곳에만.

 

그곳으로 걸어가보았다.

 

검은 아스팔트 바닥으로 빗방울들이 빠르게 낙하하고 있었다.

빗방울이 지면을 강타해 왕관모양으로 튕겨나오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순간, 수십 수백마리의 희고 투명한 제비들이 땅 속에 묻힌 채 부리만을 땅 위로 내밀어 허덕거리는 광경을 보았다- 제비 부리들은 이내 다시 빗방울로 돌아왔다.

 

집에 비가 샌 검은 틈이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새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시내에 놓인 다리 위를 걷다가 다리 난간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을 보았다. 나도 함께 쭈그리고 앉아 그가 보는것을 함께 보았다.

 

다리 난간에는 규칙적인 무늬의 철골 구조물이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마다 거미들이 빼곡히 한자리씩 차지해 집을 짓고 있었다. 서로 간격을 두고, 자기 거미줄에 매달려 가만히 기다리거나 분주히 움직였다.

 

어디선가 즈즈즈즛-즈즈즛- 하는, 라디오의 잡음같은 진동소리가 났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어느 거미줄에 몸통 크기가 3.7cm정도 되는 연한 밀색 날벌레가 걸려 있었는데. 그곳에서 소리가 나고 있는듯했다. 벌레는 살아있는것 같았다,

 

잡음은 계속되었다. 날벌레의 몸뚱아리는 거미줄에 걸린 채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의 오른쪽 날개가 보이지 않는 불에 타들어가듯, 조금씩 오그라붙으며 작아지고 있었다.

 

그때, 날벌레보다 훨씬 작은 몸집의 거미가 다가왔다. 그 구역은 그의 집인듯 했다.

뽈뽈거리는 작은 거미가 날벌레를 가로지르며 몇번 움직였다. 거미가 한번 가로지를때마다, 날벌레의 날개는 더 심하게 오그라들었고 그것의 몸집도 작아지는것 같았다. 거미가 고치같은걸 만들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했다.

 

죽어가는, 혹은 이미 죽은 그 날벌레를 손가락 끝으로 몇 번 만져보았다.

 

쭈그린 다리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입고있던 검은색 긴 바지에 투명하고 작은 날파리 같은 것들이 붙어 있는걸 보았는데. 서로 무슨 약속이라도 한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직선으로 다섯 마리가 졸졸하니 붙어 있었다. 발을 몇번 구르고 손으로 털어 그것들을 떼어낸 후. 걷기 시작했다.

 

다리 건너 저 멀리, 타워크레인의 새빨간 불빛 다섯 개가 느리게 깜빡이고 있었고-

그와 나는 길을 따라 함께 걸었다.

 

 

 

( # 공원의 벤치에 앉아,

# 아파트 단지 안에서,

# 시내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걷고 관찰하며, 해질녘부터 밤까지, 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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