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금정산 고당봉에 다녀왔습니다.
금정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건데 고향땅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게 참 행운이라 생각됩니다.


범어사 입구




부처님께 인사 드리러 대웅전에 들렀는데.. 여름은 여름이더군요. 데헷~♡ 


일단 계획은 계명봉을 오르고 장군봉 찍고 고당봉을 오르는 것입니다. 들머리를 잡아 봅니다.


계명암으로 가는 길, 지나는 사람 없이 호젓한 분위기라 시멘트 길을 밟는데도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계명암


계명암에서 물 한 잔 들이키며 금정산 자락을 둘러봅니다.
저어기 고당봉이 "야 임마야~ 빨리 오이라~"하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계명봉이는 어느매에 있는고~?


의상대사께서 닭울음 소리를 들었다 하여 이름 붙여진 봉우리랩니다. 계명봉.. 이름 이뿌네요.


대충 장군봉 방향을 북서로 잡고 길을 가는데 계속 하산길이 이어집니다. 좀 더 내려가니 고속도로가 보이더군요.
\'경부고속도로?? 이런.. 길 잘못 잡았다.\'


다시 계명봉에 올라 길을 잡습니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 아저씨 두 분이 올라오시더군요.
"아저씨~ 이 길로 가면 장군봉 나옵니까?"
- "이 사람아 여기는 양산 가는 길인데.. 장군봉은 반대로 가야 되지 않겄나~"
\'아놔... 독도법 공부해야지..\' 수퍼울트라 길치라서 골 때립니다.


길을 헤맸더니 힘이 쪽~ 빠지더군요. 장군봉 포기하고 그냥 고당봉에 올랐다 하산하기로 합니다. 


바지런히 걸어 고당봉 근처에 도착. 철탑이 마중나와 있습니다. "당봉이 행님이 빨랑 오시라는데예~"


진녹색 옷으로 갈아 입은 고당봉이 패션쇼 모델마냥 당당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당봉에 오르기 전 금샘에 들렀습니다. 녹색 파도가 바람에 일렁입니다. 완연한 여름임을 느낍니다.


고당봉까지 삼켜 버릴 듯한 기세로 녹색의 파도는 바람을 타고 달립니다. 


세상을 관망하는 듯한 새 한 마리..


"아그야.. 오늘 바람도 적절하고 해도 뜨겁지 않고 산 타기 참 좋다 그자? 구경 잘 허고 가그라이~"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니 녹색의 바다를 건너온 듯 싶습니다.





"이야~~ 니 오랜만이다. 잘 있었나?"
- "새끼야~ 와 이리 늦었노?"
"말도 마라.. 길을 잃어가꼬.. 열라 헤맸다 아이가.."
- "에레이 빙시야~"


한적한 고당봉에서 싸들고 온 간식 먹으며 한참을 노닐었습니다.
저 녹색의 바다 속으로 다시 걸어 가야겠습니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무거워질 것 같더군요.
아무튼, 하늘과 산의 경계가 더욱 뚜렷해지는 계절이 왔습니다.



하산길에 보니 오르내림길 공사가 한창입니다. 편한 길을 만드는 건 좋지만 왠지 씁쓸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