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빠서 매주 근처의 수암봉만 가볍게 오르고 있습니다.
수리산 종주가 제일 긴 산행이었을 정도로 한동안 산에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약 한달 전에 상갓집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 놈이 뜬금 없이

"너 산 좋아하냐?"
"응."
"그럼 소개팅 함 하자."

그렇게 해서 커플이 되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그 간 비가 계속 내려서 산에 갈 기회를 잡지 못했지요.

드디어 잠깐 비가 그친다는 이번 일요일에 북한산을 가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매년 제헌절마다 북한산을 가게 되는군요.)
첫 술부터 비봉부터 백운대까지 종주를 하자고 하네요.

그리고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지리산 종주를 하자는데
구례구역에서 성삼재까지 택시타고 가자니까 "그런게 어딨어? 화엄사로 올라가서 대원사로 내려와야지." 하는데 솔까말 부담스럽습니다.

이 처자 한라산 중산간 출신인데 체력이 자신 있는 모양입니다.
물병 하나 힙쌕에 달랑 차고 집에서 나와서 백록담까지 7-8시간 정도 월례행사로 왔다 갔다 했다는데 
한라산이나 오름들은 화산이라 밋밋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데 육지 산들은 바위가 많아서 재밌다나요.

"오빠, 사람은 산에 데려가서 좀 굴려봐야 본 성품을 알 수 있는거야." 이러는데...
가서 낙오되거나 힘들어서 짜증부리면 "이 남자 못 쓰겠네 어디 밤일이나 제대로 하겠어?" 하고 걷어 차 버리려는건지...

마침 소개 받기 전에 본격 장거리 산행을 계획하고 스틱도 장만했는데 날씨만 좋으면 매 주말마다 산에 가게 생겼습니다.


나중게 알게된 사실인데 이 처자 암벽에 관심이 더 있다고 합니다.
등산 문외한 친구 녀석이 산에 간다니까 막연히 트레킹을 생각하고
소프트한 근교 산행을 지향하는 저랑 붙여준 모양인데 이 처자 다른 취미들을 봐도 좀 하드 하네요. 

어쩌면 저도 릿지화와 장갑을 사러 종로5가를 기웃거릴 날이 올 지도 모르겠네요.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하니 오래오래 잘 지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