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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당일치기로 다녀 왔습니다.

오후의남자(222.108) 2011.08.18 02:23:51
조회 806 추천 0 댓글 5










사진기를 안 가져가서 아이폰으로 찍었는데 익숙치 않은 터라 다 흔들려서 나왔네요.

본래 오직 지리산만을 목표로 한 종주를 계획 했으나 각자의 스케줄 문제로 여행 + 당일치기 산행으로 변경.
날씨 때문에 지리산을 먼저 오르고 여행을 하려던 것을 여행을 먼저 하고 지리산을 나중에 오르는 것으로 변경.

68L 짜리 큰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왔는데 당일치기 산행용으로는 너무 큰 것 같아서
떠나기 전에 급히 매장으로 달려가서 그레고리 Z40을 질러버렸습니다.
평소 등산용 중형 배낭이 없었던 것이 늘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또 장만하게 되네요.

전주-담양-순천을 둘러 보고 후덜덜한 야간의 88고속도로를 타고 지리산 백무동에 도착하니 폭우에 의한 등산로 유실로 한신계곡 입산 통제.

백무동 - 한신계곡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 장터목 - 소지봉 - 참샘 - 백무동 으로 잡은 루트를
중산리 루트 다음으로 짧다는 백무동 - 참샘 - 소지봉 - 장터목 - 제석봉 - 천왕봉  왕복 루트로 변경. 계획 변경의 연속이네요.
등갤에서 12시간이 넘을 거라는 조언을 듣고 헤드 랜턴까지 사왔는데 아쉬웠습니다.

당일치기 산행이라 코펠이나 버너는 준비하지 않았고 중간에 들렀던 순천 대형마트에서 행동식만 준비했습니다.
2명이서 베이글 5개, 낱개포장 스팸 4개, 방울토마토 1팩, 아오리 사과 3개, 육포 2봉, 땅콩 2봉, 생수 6L, 핫식스 2캔, 캔커피 2캔
또 뭐가 있었더라... 아, 에너지바 6개. (여름이라 초콜릿은 그닥...) 이때만해도 한신계곡을 탈 생각이라 먹거리를 많이 준비했었지요.

산행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13시간이 걸렸습니다. 거리는 왕복 15.4km.

평균 약 11시간이 걸리는 등산로인데
올라가다가 친구가 급똥이 마려워서 등산로에서 한참을 벗어난 곳까지 다녀오느라 (하도 안 와서 곰이 물어 간 줄...)
장터목에서 판초 깔고 밥 좀 거하게 먹고 가느라 (퍼질 생각은 없었는데 널찍한 것이 퍼지기 좋더라구요...)
천왕봉에서 버글거리는 등산객들을 뚫고 인증샷을 찍느라 (사진 찍느라 아주 전쟁이 따로 없더군요.)
내려오다가 제가 발목이 접질리는 바람에 빌빌거리면서 내려오느라 13시간이 걸렸습니다.

날씨는 전형적인 흐린 날씨여서 천왕봉에 올랐을 때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었고 다 내려와서 소나기가 좀 쏟아졌습니다.

등산로 상태는...

백무동 입구에서 참샘까지는 바위가 그득하고 옆으로 물이 졸졸 흐르는 전형적인 가파른 계곡길입니다.

참샘에서 소지봉까지는 가파른 돌계단길이 능선까지 계속되다가 능선에 올라 서면
양 옆으로 억새처럼 생긴 키 높은 풀들이 자라는 평탄한 흙길(진흙탕)이 이어 집니다.

소지봉에서 장터목까지는 흙길과 바위가 적절히 섞여 있는 그냥 그런 길이고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다들 아시다시피 처음에는 가파른 바위길이 이어지다가
고사목이 서 있는 평탄한 너덜길이 나타났다가 다시 좀 길이 ㅈㄹ을 틀었다가 천왕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저는 제석봉 부근의 고사목이 있는 평탄한 너덜길이 지리산의 여러 길들 중에서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양 옆으로 구름이 가득 채우면 꼭 하늘에 떠 있는 길 같아서요.


서울에서 세 명이 출발했지만 한 명이 동네 슈퍼마켓도 차 타고 가는 녀석이라 떼어 버리고 산행은 둘이서 했는데.

이 녀석 지리산 한 번도 못 가본 녀석이 종교가 지리산 산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리산 타령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랬는데 백무동 입구의 모든 숙소가 다 차고 요금은 성수기 바가지 요금에 주차장은 차들로 꽉꽉 찬 것을 보고 한숨을 푸욱 쉬더군요...
\'내가 생각했던 지리산은 이게 아닌데... 지리산은 조용하고 장엄하고 인적도 뜸한 성스러운 오지인 줄 알았다능...\'

나중에 사람반 파리반인 천왕봉에서는 아예 허탈한 표정으로 정상석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서
마치 속세의 인간들을 바라보는 처사인 양 인증샷을 찍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썩소를 지었더랬습니다.

등산 시에는 제가 감당을 못할 정도로 빨리 올라갔습니다.

아 이 자식 기럭지도 긴 녀석이 쉬지도 않고 백무동 야영장에서부터 참샘까지 성큼성큼 올라가네요. (중간에 똥누러 갔었군요.)
참샘에서 쉴까 싶었는데 그대로 가파른 돌계단으로 직행.

이 녀석이 원래 산을 이래 잘 탔던가...
뭐 별명이 머슴인만큼 체력 하나는 유명했지만 거의 쉴 생각이 없어 보이고 갈 길은 먼데 물을 퍼 마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심지어 눈 감고 길을 걷질 않나 멍하니 정신줄 놓고 산행을 하는게 분명해 보였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하산길에 이럽니다. \'아니 왜 가도가도 끝이 안 나는거야. 뭐 이렇게 길어??? 우리가 여길 어떻게 올라 온 거야?\'
평소에 관악산이나 북한산만 올랐던 지라 거리 개념도 없고 시간 개념도 없고 그냥 막연히 관악산이랑 비슷하겠거니 하면서
한 두번 정도만 쉬고 올라가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진짜 거의 쉬지도 않고 대충 후딱 후딱 올랐다는 겁니다.
뒷감당 할 생각은 당연히 못하고 물은 잔뜩 처 마시면서 말입니다. 진짜 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조마조마했습니다.

뭐 하산 길은 빠르게 내려 오다가 제가 그만 소지봉 근처에서 이정표에 한 눈 팔다가 발목이 나가는 바람에 슬렁슬렁 내려 왔습니다.
내려오면서 그제야 저에게 묻네요. \'오늘 우리가 이동한 거리가 얼마야?\' \'지금 몇 시나 된 거지?\'
그러더니 그 다음 부터는 계곡에서 발을 닦질 않나 바위에 앉아서 멍때리질 않나 역시 모르면(무식하면) 씩씩해진다는 말이 맞네요.

하산을 하고서 함양으로 이동,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상경했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당일 치기 산행으로는 아주 훌륭한 루트입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4시간인데 한신계곡 쪽은 세석까지 무려 6시간이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남원, 함양같은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당일치기 산행으로 자주 오시는 것 같습니다.
11시간짜리 당일 치기 산행을 주말마다 한다고 생각하니 좀 무섭군요.

이 날도 산에 가기 싫어서 죽겠는 마누라를 끌고 온 아저씨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전화로 친구에게... \'이 놈의 마누라 때문에 5분 가다 쉬고 5분 가다 쉬고 아주 환장혀.\'

아침에 올라가는 길에 등짐을 잔뜩 지고 내려 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마도 종주를 마치고 장터목에서 1박 하고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역시 늦은 오후에 잔뜩 지고 올라오는 사람들도 장터목에서 1박을 하고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나 대원사로 내려가는 것이겠지요.

등산로는 그냥 좀 길어서 그렇지 어렵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참샘에서 소지봉 올라가는 구간이 좀 가파를 뿐.
이런 큰 산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산길이 엄청나게 지루하니까요.
예전에 종주를 마치고 세석에서 한신 계곡으로 내려 왔는데 경관이 너무 아름다운데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끝이 어딘가 싶었습니다.

한신 계곡 루트는 그냥 땡바위 계곡길의 연속인 반면 이 루트는 능선길이 적당히 섞여 있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간다면 충분히 빠르게 갈 수 있는 루트라 산 좀 타시는 분이라면 2L들이 생수 한 통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레고리 배낭... 좀 비싸서 그렇지 이름값은 제대로 하네요. 단... S사이즈가 맞을 남자가 있을까 의문입니다.
제가 캐호빗인데 어깨가 넓어서 그런건지 뭔지 M이 맞더라구요. S는 여성용으로 나온건가...

아 그리고 산에서 배출한 슈레기를 고이 잘 싸서 가지고 내려 오니까 관리 공단에서 중량을 달아서 무슨 포인트를 적립해 주네요.
나중에 대피소를 예약할 때에도 뭔가 이득이 있는 모양이던데...

그리고 백무동 주차장에 대한 정보 하나...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는 관리인이 없어서 요금을 어떻게 내야 하나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일단 도착하고서 빈 자리에 대기만 하면 됩니다. 나중에 하산하고서 차에 가 보면 고지서를 하나씩 꽂아 놓는데
나가면서 주차장 출구를 지키고 있는 관리인에게 당일 요금 5천원을 지불하면 됩니다.

등산로 입구의 숙소가 만실이라면 걱정할 것 없이 좀 떨어진 근처 마을에서 숙소를 잡고
새벽에 일찍 올라 오면 주차할 공간이 제법 있습니다. 차 대고 올라가면 됩니다.
그리고 주차장 차 댈 자리를 차지하고 비박하시는 분들이 몇몇 보이시는데 그냥 차 안에서 주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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