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질하면서 글 싸지르기는 처음인 듯..

 잉여짓 하느라 몇 년째 계획만 가지고 있던 배내고개~간월산~신불산~영축산~함박재~통도사 코스를
 오늘 갔다 왔네요.. 멀지도 않아요.. 서식지 부산..
 참고로 년간 산에 가는 횟수는 평균 2회.. 주로 먼 곳으로 감요..
 
 하늘은 퍼~랬고, 기온도 적당해서 흐르는 육수도 별로였는데 그마저도 금방 식는..
 억새도 스물스물 올라와 있어 눈도 즐거웠슴요..
 영축산 정상까지는..
 
 영축산 정상에서 시살등(함박재) 방향으로 조금 내려와서 비로암으로 내려 왔으면
 아~무런 재미없이 이 산행은 끝났을거임..
 사실 여기서 조금 고민을 했는데.. 자주 등산하는 잉여가 아니라 긴 쪽으로 가고 싶어 함박재로 ㄱㄱㅅ
 
 비로암 갈림길에서 조금만 가면 로프(로프라기는 뭣하고.. 짧은 줄이 메여 있는..)가 있슴요..
 그 바로 직전.. 오른쪽 배내골 방향 경사면에 시커먼 물체 발견..  처음엔 농사용 비닐인 줄 알았다는.. 
 이게 1000미터 산 정상 가까이에 왜 있지? 언 넘이 버렸을 리는 엄꼬.. 바람에 날려 왔나?
 가는 길을 멈추고 뚫어져라 쳐다 봄.. 그 순간 그 넘이 왼쪽 실루엣을 봤다는.. 곰!!
 동시에 내쪽으로 고개를 돌려 크러렁~ 크러렁~ 2연타 날림..
 그와 동시에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네발로 달림.. C부랄..
 태어나서 그 순간만큼 다리에 힘 풀리고, 눈 앞이 캄캄해지고, 심장 고박동에, 등에 땀차기는 처음이었음요..
 
 다행히 추격은 안하더만요.. 인간은 먹는거 아니야라고 세뇌된 곰이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가 있었겠지요..
 멀리 벗어나 생각해 보니, 땅에 코를 박고 있었던 걸로 봐서는 식사하시던 중이었던 듯.. 다행이지요..
 도망 도중, 손톱 깨먹고, 왼쪽 발목 접지르고, 오른쪽 무릎 찍고.. 날도 저무는데 길도 잃어버리고.. 젠장..

 곰이라고 확신 할 수 있는냐 또는 멧돼지 아니냐? 라고 물으시면..
 코를 맞대고 본 게 아니라 100%는 아님요.. 4~50m정도 됨요.. 요격거리지요..
 하지만 코를 땅에 박았을 때 옆 실루엣(엉덩이가 뽈록한 산모양이죠..)이랑 소리를 봤을 때 51%는 확신함요..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국가에서 방사하고 관리하는 곰인 줄 알았음요..
 근데 여기는 첩첩산중이 아닌데다가(배내골이 있지요) 있어야할 곰 출현지역 플랜카드가 전혀 없다는..
 곰 사육하는 농가의 탈출 곰일까요? 아님 예전부터 있었던 터줏대감?
 이도저도 아님 인간들이 곰 탈 쓰고 장기자랑 연습중?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는데(함박재쪽은 등산객이 조금 적은 듯..) 왜 오늘 내 눈에만 보였을까요?
 그동안 이 지역에 곰 나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음요..
 심신이 미약하여 헛 것이 보인건가요? 설레발로 그칠까요?
 암튼 평소 5천원하던 로또.. 두 배로 했다는.. 2등이라도 묵으믄 고라니 연한 넘으로 두 마리 상납해야겠다는..

 근데.. 이 문제.. 어느 기관에다가 물어봐야 하나요?
 사실확인 하고, 인간이든 곰이든 보호해야할텐데요..

 p.s 1 배내골에서 간월재까지 차량 통제 해제 됐남요? 예전엔 산불 통제 기간만 막다가
 2년 전인가 부터 완전히 막은 걸로 아는데요.. 평일 낮인데도 30대 정도 있더만요..

 p.s 2 여사님들 삼삼오오 차타고 올라와서 호호하하.. 성스런 억새밭에서 시끄러워 죽는 줄 알았음요..
 그나저나 간월재 내려가는 길 중간~끝 구간.. 노면 좀 주물렀나요?
 여사님들 고급 승용차.. 로어 암 아작.. 어쩔겨~
 
 p.s 3 평일인데 등산객(?) 많더만요.. 3명 이상 팀이 약 20팀 정도.. 지역 사람만큼 외지인도 많더라는..
 또 그나저나.. 왜 아줌니들 웃음 소리는 다들 똑같남요? 악쓰면서 억지로 웃는 소리..
 이건 지역색이 없는 듯..

 세줄 요약..
 등산 갔다..
 곰 봤다..
 ㅈ~ㄴ 도망가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