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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Day18 : 팡보체 - 몬조

PO(121.133) 2011.09.27 01:44:45
조회 2480 추천 1 댓글 11

Day 18

오랜만에 푹 잤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홀가분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어젯밤에 12일만에 샤워를 해서 그랬는지도.

아침에 눈을 뜨니 밤에 좀 더웠는지 침낭 지퍼는 열려있고 다리 한쪽은 침낭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물통을 끌어안고 침낭 안에서 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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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8시 쯤 롯지를 나와 걷다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에베레스트(8848m)와 로체(8501m)가 보였다.
오늘은 아침인데도 벌써 에베레스트는 하얀 입김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게 에베레스트와 로체의 마지막 사진이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잘 찍었을 텐데.


이미 올라올 때 사진을 찍어 놓은 곳이 많아서, 내려갈 땐 카메라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
머리속에는 어서 루클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갈 생각 뿐이라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곳을 떠나면 분명히 모든 것이 그리워질텐데.
눈에 보이는 걸 마음 속에 찬찬히 담지 않고 급히 내려온게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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텡보체를 지나 계곡을 건너 사나사에 도착하니, 셰르파족 사람들이 거대한 마니석을 덧칠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나마스떼\'하고 인사를 하니, 밝은 표정으로 내게 답례를 한다.

그들의 바람대로 끝없는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하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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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을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히말라야 산양이 내 앞을 잽싸게 지나간다.
멸종위기종이라는데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다니, 전생에 좋은 일이라도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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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에 건넜던 서스펜션 브릿지가 아득히 보인다.
오늘 저기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무릎이 잘 버텨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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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30분. 남체 바자르(3420m)에 도착해 점심으로 피자를 먹었다.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제대로된 피자인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피자를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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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시작하고 19일만에 처음 제대로 된 커피를 먹었다.
그야말로 감동의 쓰나미. 커피 한 잔에 이렇게 감동을 할 줄은 몰랐다.
역시 사람은 고생을 해야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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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거하게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12일 전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보았던 그 공터에서 작별 인사를 하려했지만, 이미 잔뜩 낀 구름 속에 숨어버린지 오래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걷던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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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실은 당나귀들이 줄을 지어 올라오고 있었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루클라에 계속 비행기가 떴다는데, 당나귀에 짐이 실린걸 봐서 오늘도 비행기가 떴나보다.
무사히 집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이마에 장식을 단 이 녀석은 무리의 대장인 것 같았는데, 오르막 길에 지쳤는지 내 앞에서 가만히 서 있어 얼른 사진을 찍었다.
이 녀석이 서 있으니 다른 녀석들도 앞으로 갈 생각을 않는다.
하지만 곧바로 쫓아온 주인이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니 부리나케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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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의 두배나 되는 짐을 지고 오르는 짐꾼.
그들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에 나도 모르게 동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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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어르기도 했다가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하며 좁교들을 모는 셰르파족 아낙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힘들어, 이 구간은 온통 좁교와 당나귀의 똥 오줌 냄새로 가득하다.

똥을 안 밟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하는건 불가능이라는 말이 생각나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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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다리를 건너는 좁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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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길에 당나귀나 좁교가 많은 것 같다.
좁교 뒤를 졸졸 쫓아가는데, 마치 내가 이녀석들을 몰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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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밭에는 채마가 심어져 있었다.
벌써 히말라야에도 봄이 다가왔다.


가이드 북이 추천하는 몬조의 한 롯지에 묵어 저녁을 먹는데, 한 동양인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얘기를 나눠보니 제프리라는 인도네시아 트레커였는데, 임자체 등반을 하러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것도 나랑 똑같은 에이전시를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임자체의 크래바스와 고산병에 대해서 말해주니 제프리의 얼굴이 근심스러운 빛으로 가득해졌다.
그제서야 내가 제프리의 트레킹을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좀 미안했다.

화제를 돌리고자 제프리에게 지금까지 여행한 곳에 대해 물어보았다.
티벳을 통해 중국 측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도 다녀왔다는 그는 금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어 여행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여행 사진을 구경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어린애들이 와서 사진 구경을 하더니 
나중에는 롯지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몰려와 사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프리가 인도네시아의 섬들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인기 있었는데, 
난생 처음보는 푸른 바다와 유황으로 가득한 화산을 보자, 모두들 신기해하며 깔깔 웃었다.


그렇게 웃음소리와 함께 하루가 저물어갔다.


* 지출 : 2,175루피(약 39,1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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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네팔에서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한 관광객 16명을 실은 19인승 항공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네팔에서 비행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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