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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지리산의 추억.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10.31 12:49:48
조회 514 추천 0 댓글 3



한 5년쯤 되었나.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가족 휴가에는 잘 따라오지 않는 누나까지 포함한 모처럼의 가족 모두의 휴가였다.
중산리 계곡이 좋다기에 계곡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첫날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가까운 경기도쪽 계곡에는 몇번 가본 적 있지만 중산리의 수량이 많고 맑은 계곡에는 비할바가 아니다.
발이 닿지 않을정도로 깊은 못에 들어가 있자면 여름이라도 몇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한기가 스며든다.

산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니 사랑하는 아버지는 계곡도 좋지만 모처럼의 아들과의 등산이 더 기대되셨을 터다.
원래도 일찍 주무시는 분이지만 그날도 일찌감치 맥주를 두어잔 하고 잠자리에 드셨다.
뭐 여름산이니 별 준비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시겠노라고 하시니 참 기분이 좋으신 것 같다.

다음날 새벽 다섯시쯤 되었나. 아버지가 깨우시기에 비척이며 일어나 보니 창밖에 소리가 심상치 않다.
콰르르 거리는 물소리가 계곡 전체를 울린다. 간밤에 비가 내린 모양이다.
가끔 사이렌도 울리는데 잘 들어보니 호우 경보가 내렸으니 낮은 곳에 숙소를 잡은 사람들은 대피하라는 재난 방송을 하고 있다.
어머니도 심상치 않은 소리에 일어나신 모양이다. 
어머니는 가지 말라고 하시는데 아버지가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신다.
고민 할 것도 없다. 그리 기대하셨는데 이깟 비가 대수랴. 영 안될것 같으면 돌아오면 그만이지.
일단 출발하자고 했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파란색 비상용 비닐 우비를 챙겨 오셨다.
아직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기에 우비를 둘러쓰고 숙소를 나섰다.

나와서 보니 계곡물이 불어나서 어제 우리가 놀던 곳은 완전히 잠겼다. 거의 숙소 바로 아래까지 세찬 물줄기가 지나고 있다.
중산리 매표소에 산행이 금지되었냐고 물어보니 아직 이른 새벽이라 공식적으로 내려온 건 없는 것 같았다.
일단 등산객 명부에 이름을 적고 올라가라고 한다. 그리고 로터리 대피소에서 막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위험하면 돌아오겠노라고 얘기를 하고 등산로로 진입했다.

등산로는 온통 물이 흐르고 있다. 길에도 물이 흐르고 심지어 만들어놓은 철제 계단에도 물이 흐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기에 물이 덜 흐르는 돌 위를 밟아가며 조심조심 오른다.
비닐 우비는 통풍이 되지 않아 온몸이 축축한 땀으로 흠뻑 젖는다. 
가끔 영 찝찝하면 우비의 모자를 벗는데. 벗으나 쓰나 젖는건 마찬가지다. 

로터리 대피소에 오르니 한두 분이 사람들이 처마밑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탁자에 앉아있는 분께 몇명이나 지나갔냐고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여기까지 와도 아직 이르기에 산행길을 막는 사람은 아직 없다.
잠시 앉아서 신발끈을 고쳐매고 우비의 물을 털고 잠시 쉰다. 그리고 밑에서 싸온 포도를 몇알 집어먹었다.
어차피 빨리 다녀오는것이 나을 것 같아 금방 다시 발을 떼었다.

여기까지 한참을 오는 동안 인적이 거의 없었는데
천왕봉에 가까워오니 내려오는 분들이 몇분 있다.
특히 천왕봉 바로 아래 돌계단을 내려오시는 분이 계셨는데 큰 배낭을 지고 계셔서 기억이 난다.
서로 수고하시노라고 인사를 하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천왕봉에 가까워질수록 비보다는 짙은 안개가 드리우고 바람이 심하게 분다.
더워서 앞섶을 열어놓은 비닐 우비가 심하게 펄럭거리기도 하고 바람이 불어 춥기도 하기에 단추를 잠갔다.

그리고 몇분 후. 땀과 비에 흠뻑 젖어서 천왕봉에 올랐다.
천왕봉은 역시나 짙은 안개에 젖어 있었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밑에서 보면 먹구름이 천왕봉을 덮고 있는것으로 보였을 테다.
잘 왔다는 전화를 어머니께 드리려고 비닐 봉지에 넣어온 휴대폰을 꺼낸다. 
번호를 누르는데 손이 시리다. 신호도 잘 가지 않는다.
몇번만에 겨우 통화가 되어 전화를 드렸다. 
바람도 많이 불고 많이 춥기에 허겁지겁 다시 산을 내려온다.

로터리 대피소로 내려와서 처마밑에 앉아 다시 잠시 쉬고 있자니
직원분이 다가와 천왕봉 가는길이 막혔으니 다시 내려가시라고 한다.
해가 뜨니 이제야 입산을 통제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점점 개는 모양이다.
다 내려오니 이윽고 완전히 비가 그쳤다.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니 노곤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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