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뻘글완결= 등생전 통합

올돌골(180.229) 2011.11.15 01:34:51
조회 358 추천 0 댓글 7

1, 2부를 나눌까하다가 그냥 1부 또 찾아볼 횽들 귀찮을까봐 통합해버렸음. 허생전은 패러디 하기 좋은 명문이긴 한데, 뒷부분은 너무 신랄해서 다소 패러디의 어려움이 있지 ㅋㅋㅋ 1부 부분도 약간 손보기도 했으니 읽긴 조금 편할거야.

암튼 그냥 뻘글이니 너무 진지하게 읽지는 말고, 피식 한번 웃어라도 보면 성공이니까 가볍게 읽어주길 바람.

시작.


登生傳

등생은 도봉구에 살았다. 곧장 도봉산 밑에 닿으면, 텃밭 사이로 무허가건물이 서 있고, 포대능선을 향해 함석문이 열렸는데, 두어칸 판잣집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등생은 산타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식당 일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취직을 않으니 산은 타서 무엇합니까?"


등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등산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등산객 짐꾼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산은 원래 비우러 오는 곳인데 산에까지 욕망을 채워 오는 인간들 짐을 대신 지는 꼴을 어떻게 하겠소?"


"그럼 아웃도어 용품 장사는 못 하시나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못할망정 어찌 이문을 붙일 수 있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산만 타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짐꾼 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등생은 손질하던 장비를 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산림청 100대 명산을 다 타기로 기약했는데, 인제 칠십 개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등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종로5가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서울에서 가장 큰 아웃도어 용품 매장이 어디요?"


\'오쾌의 아욱도어(烏快意 餓旭途魚)\'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등생이 곧 오케이 동대문점을 찾아갔다. 등생은 사장을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일억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사장은 "그러시오." 하고 당장 일억을 내주었다.


등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동대문점의 직원과 알바들이 등생을 보니 노숙자였다. 배낭의 겉이 떨어져 너덜너덜하고, 등산화의 뒷굽이 닳아없어졌으며, 구겨진 정글모에 허름한 추리닝을 걸치고, 싸구려 등산바지는 무릎이 튀어나왔다. 등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억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사장이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등산을 하려는 사람은 으레 비싼 장비며 옷을 들먹이고, 체력을 과신하면서도 자신없는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그러면서 크고 유명한 산만을 가려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근성안이 살아있으며 얼굴에 자신만만한 기색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쓰레빠를 신고도 백두대간 종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일억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


등생은 일억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평화시장으로 빠졌다. 평화시장은 전국의 의류가 유통되는 곳이요, 미싱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코롱 케투 흑우며, 아크 마하 북벽 뇌파 등속의 브랜드를 오버로크치는 미싱사들을 모조리 두 배의 몸값으로 사들였다. 등생이 오버로크 미싱사들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의 브랜드들이 로고를 박지 못해 중소기업 제품들과 구분이 안 갈 형편에 이르렀다. 등생에게 두 배의 몸값으로 미싱사를 뺏겼던 브랜드들은 다시 열 배의 값을 주고 되사가게 되었다.


등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버로크 하나로 아웃도어 시장을 흔들었으니, 우리나라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을 알만 하구나."


그는 다시 현금을 잔뜩 가지고 해외로 건너가서 똥, 찌, 넬 등 명품업체와 제휴를 맺으며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된장녀들이 모두 등산복을 입고 있을 것이다."


등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등산복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등생은 늙은 산꾼을 만나 말을 물었다.


"서울 밖에 혹시 사람이 탈 만한 산이 없던가요?"


"있습지요. 언젠가 알바를 하다 북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걸어가서 어떤 무명산에 닿았습지요. 아마 용마와 아차의 중간쯤 될 겁니다. 꽃과 나무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과일 열매가 절로 익어 있고, 산새들이 떼지어 놀며, 다람쥐 청설모가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만약 저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행복를 누릴 겁니다."


라고 말하니, 산꾼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바람을 타고 동북쪽으로 가서 그 산에 이르렀다. 등생은 정상부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고도가 천 미터도 못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능선이 험준하고 계곡이 깊으니 단지 예쁜 산은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산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오른단 말씀이오?"


산꾼의 말이었다.


"산이 있으면 등산객이 절로 모이지요. 산이 없을까 두렵지, 등산객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나요?"


이 때, 전국에 수천의 고딩일진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학교에서 학생주임, 선도부를 동원하여 없애려했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일진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심심하고 곤란한 판이었다. 등생이 일진의 아지트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니들이 교복처럼 입는 노스패딩을 사주기 위해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아는가?"


"우린 개념이 없어 몰라요. 어쩌라구요?"


"모두 성적은 잘 나오나?"


"아뇨."


"기술이라도 배웠나?"


일진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개념있고 공부잘하고 기술을 익혔다면 왜 일진하며 양아치가 되겠어요?"


"정말 그렇다면, 왜 개념을 장착하고, 공부를 하고, 공부가 싫으면 자기에게 맞는 기술이라도 배우려 하지 않는가? 그럼 양아치 소리 안 듣고 착한 학생 칭찬 들으며 부모님도 좋아하고 본인들 미래도 밝아질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어요? 다만 어쩌다 나쁜길로 들어 그리 못할 뿐이지요."


등생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갓 고삐리 된 것들이 어찌 지난날 후회만 하며 살텐가? 내가 능히 니들을 위해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내일 광장으로 나와봐라. 노스마크 단 트럭이 모두 패딩 실은 트럭이니, 마음대로 가져가봐라."


등생이 일진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일진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일진들이 광장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등생이 삼십만 벌의 노스패딩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등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아저씨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너희들, 고작 패딩 세벌 밖에 못 껴입으면서 무슨 양아질을 하겠느냐? 이제 너희들이 착한 학생으로 돌아가려해도 학생부에 낙인이 찍혔으니 대학가긴 힘들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패딩 세벌씩 들고가서 니들같이 방황하는 애들 둘씩 더 데리고 오너라."


등생의 말에 일진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등생은 몸소 수천 명이 1 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일진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차에 태워 그 빈 산기슭으로 들어갔다. 등생이 일진을 몽땅 쓸어 가서 학교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매일 등산을 하며 심신을 가다듬고, 산에서 겸손함과 양보의 미덕을 배웠다. 산을 탔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졌으며, 성격도 너그럽고 성실하게 바뀌었다. 3년 동안의 수련을 거쳐 각기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이나 취직에 성공하였는데, 장학금과 월급, 포상금 등을 합쳐 수백억원을 얻게 되었다.


등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남녀 수천 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산에 들어올 때엔 먼저 건강하게 한 연후에 산의 지혜와 덕을 배우려 하게 하였더니라. 이제 다들 산을 닮아 훌륭한 청년들이 되었으니, 나는 여기를 떠나련다. 앞으로도 더러운 사회생활에 찌들 때나 인생의 힘겨운 고비에 이를 때에는 산에 올라 깨끗한 마음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간 훼손된 등산로를 폐쇄하면서,


"가지 않으면 산은 다시 복구될 것이다."


하고 남은 패딩의 털들은 산 곳곳에 뿌리면서,


"빙하기가 닥친다면 필요한 날들도 오겠지. 헤비다운재킷은 히말라야등반에나 쓰는 것이거늘, 하물며 우리나라같은 온대기후에서랴!"


했다. 그리고 영장나온 장정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차에 태우면서,


"국방의 의무는 다 해야 하지."


했다.


등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돈이 십억원이 남았다.


"이건 오케이 사장에게 갚을 것이다."


등생이 가서 사장을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사장은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일억을 실패 보지 않았소?"


등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일억이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십억원을 사장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산타기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일억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사장은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등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은 나를 되팔이로 보는가?"


하고는 쿨토시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사장은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등생이 도봉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판잣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늙은 할미가 약수터에서 새천년건강체조를 하는 것을 보고 사장이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판잣집이 누구의 집이오?"


"등산덕후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산타기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으시고, 시방 부인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제사를 지냅지요."


사장은 비로소 그의 취미가 등산이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사장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 주려 했으나, 등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수백억을 버리고 십억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등산화 밑창이나 떨어지지 않고 최종땡처리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등산장비는 그만하면 충분하지요. 왜 장비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사장이 등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사장은 그때부터 등생에게 장비나 의류가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등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고가품을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술병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여 취하도록 마셨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사장이 어떻게 아웃도어 시장의 허점을 파악하여 큰 돈을 벌었는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등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항쿡이란 나라는 다른 사람 눈을 많이 의식하고, 허세와 과시가 있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여기고, 제대로 된 개념교육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 어딜가나 속물들만 한가득이지요.


무릇, 등산은 건전하고 돈 안드는 취미라 혼자서 별 준비 없이도 즐길 수 있지만, 그것이 항쿡에 오면 산악 패션쇼가 되고 고가품 전시회가 되는 법이지요. 속물이 판치면 가격 거품이 끼기 쉬운 까닭에, 아웃도어용 마크만 붙이면 똥 닦는 휴지도 만원 이상의 바가지를 후려칠수 있으니, 이렇게 폭리를 취하는 방법으로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 성장한 것 아니오?


대개 거품낀 제품이란 브랜드나 몇몇 사소한 것만 제외한다면, 가성비 좋고 전문성 있는 중소기업 제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법이지요. 브랜드 로고를 못 박게 미상사들을 슬그머니 독점하고, 특허니 독점이니 하는 기술들과 유사한 기술을 슬그머니 확보하고, 성능은 가격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병신들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 아웃도어 시장의 질적발전과 알맞은 금액의 정착이 일어날 것이매, 이는 우리나라 정서에서 당장 바라기는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라도 제발 정신을 좀 차리고 등산용품 거품을 제거한다면, 반드시 건전한 취미로 나라가 부강하게 될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일억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등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일억을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수백억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채로 가면 패가망신할 것이니, 내 어찌 신체포기각서를 쓰겠소?


오쾌의 아욱도어가 비록 안 좋은 말도 많으나, 그나마 개념 아웃도어매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나를 통해 반드시 더욱 큰 기회를 잡을거라 생각했소. 그러니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일억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사장이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아웃도어 시장이 외국 브랜드만 내세우던 치욕을 씻어보고자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산덕후들이 스틱을 짚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3극지7대륙의 허영호 같은 분은 능히 한국 산악계의 간판으로 내세울만한 인물이었건만 협회의 농간으로 백수로 지내고 있고, 산악그랜드슬램 박영석 같은 분은 능히 새 루트를 만들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스폰서의 무리한 스케줄로 산에서 희생당하지 않았습니까? 협회니 스폰이니 하는 놈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가 걸은 산길이 족히 지구를 몇 바퀴 돌 수준이지만, 얼굴마담으로 나서지 않고 그냥 혼자 산을 다니는 것은, 도대체 윗대가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사장은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장사장은 본래 코오룽 이회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 이회장이 당시 아웃도어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장사장에게 위항(委巷)이나 여염(閭閻)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사장이 등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회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은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니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이회장은 접대약속도 다 물리치고 장사장만 데리고 걸어서 등생을 찾아갔다. 장사장은 이회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등생을 보고 이회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등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장사장은 이회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등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회장이 방에 들어와도 등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이회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회사에서 진정한 산덕후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등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회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재계의 이름 있는 거물이군. 내가 직구루트를 뚫어줄테니, 네가 주주를 설득하여 현재 등산용품 가격을 직구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겠느냐?"


이회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등생은 외면하다가, 이회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산에는 개념없는 속물들이 들끓고 있지만, 아직 뜻 있는 산덕후들도 산을 떠나지 못해 개념산행을 미미하게나마 이어가는 바, 너는 사원들에게 명하여 재고품을 그들에게 나눠주고, 신품의 필드테스터로 우선 선정하여 개념산악인들을 더 키워줄 수 있겠느냐?"


이회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진정한 마케팅을 하려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아서는 안 되고, 점유율을 확대하자면 제품의 질과 서비스, 알맞은 가격이 모두 갖춰지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아웃도어 시장이 갑자기 폭풍성장하여 수만가지 브랜드들이 난립하는 판에, 코오룽은 다른 브랜드보다 먼저 인지도를 올리게 되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터이다.


쌍팔년도 시절처럼 국산품 애용하자는 애국마케팅 때려치우고, 또 치킨시장처럼 비슷한 제품 인지도 올리려고 연예인들에게 광고료만 수십억 때려 붓는 병신 짓도 자제하고, 차라리 올바른 등산 에티켓을 홍보하는 생활마케팅을 벌이고 개념산악인들을 포상하며 아름다운 산하를 가꾸고 지키는데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한번 아웃도어 시장에 신선한 바람과 폭넓은 호응을 얻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온 국민에게 올바른 등산의 즐거움을 일깨워줄 수 있다면, 잘 되면 기업의 매출도 동반 성장할 것이고, 못 되어도 개념 있는 대기업이라는 칭찬은 잃지 않을 것이다."


"타 브랜드들이 모두 비싼 연예인을 내세우는데, 어찌 산림보존 같은 일에 기부나 할 수 있겠습니까?"


등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아웃도어 브랜드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청계산도 가볼까말까한 연예인을 내세워서 아웃도어를 강조하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등산복이란 등산하면서 입는 옷이니 그저 자기에게 불편하지만 않으면 충분하고, 모자니 장갑이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들면 하나씩 사는 소모품일 뿐인데 대체 무엇을 위해 풀셋을 갖춰야한다고 광고한단 말인가?


로버트 스콧은 남극점 도달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았고, 힐러리경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면서도 장비보다 포터인 텐징 노르가이에게 더욱 감사해했다. 이제 진정한 생활 아웃도어로 거듭나겠다고 하면서, 막대한 연예인 광고비용은 소비자에게 덮어씌우고, 또 장차 미래의 주역이 될 중고딩에게 비싼 패딩을 권하여 유행을 조장하다니 무슨 놈의 아웃도어가 그따위란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재계의 거물이라 하겠는가? 재계의 거물이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아이더 소리 나오게 절벽에서 밀어버려야 할 것이다."


하고 급히 행장을 꾸려 절벽에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회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등생은 간 곳이 없었다.


------------------------------------------------------------------------

시발 엔터키가 왜 수정창에서만 먹히지? 암튼 엔터키 이중으로 다 띄워서 수정함.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34297 7월 1일 남한산성 [1] 붐스타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7.01 159 0
34295 등산 할떄 모기 쫓는거 어떻게 합니까? [7] 정경미(14.41) 12.07.01 450 0
34293 상의, 바지 추천 부탁합니다. d(119.194) 12.07.01 167 0
34292 오늘 땅 질까요? [1] 흔남(223.222) 12.07.01 175 0
34291 등산화와 등산 바지를 구입하려고 하는데 조언이 필요합니다. H.BOSS(112.160) 12.07.01 193 0
34290 등갤형들 안녕하세요? 지리산 종주에 관한 질문좀 이것저것 여쭙니다. [6] COCA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7.01 305 0
34288 6월 24일 일요일 지리산 천왕봉 [2] 흑백사진(211.58) 12.06.30 352 0
34286 6월30일 남한산성 붐스타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30 175 0
34284 횽들 등산할 때 머리 근처에서.. [4]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30 370 0
34283 한라산 이 샌들 신고 올라가도 무리 없을까요? [2] 관음사(122.32) 12.06.30 556 0
34282 장터목에서 바라본 운해 [6] 천왕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30 421 0
34281 등산고수형님들 시계 좀 사려고하는데 [1] 질문점(112.145) 12.06.30 303 0
34280 최약체가 한라산 등반 코스 난이도 문의합니다 곽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30 513 0
34279 뉴비입니다 등산아이템추천좀해주세요~굽신굽신 [3] 뉴비(203.226) 12.06.30 246 0
34278 k2 햇 모자 샀는데 어떤가요? [1] k2모자(123.213) 12.06.30 517 0
34276 비와서 등산 포기하고 벅시간다 ㅋㅋㅋ [3] 베어(183.96) 12.06.29 893 0
34273 오늘 북한산행 리포트 ㅋ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9 242 0
34272 덕유산 종주 질문 (코스선택, 차량회수) 질문 드리옵니다. [5] 유덕유덕(211.206) 12.06.29 510 0
34269 [사진만] 지리산 서북 (노고단,만복대,세걸산) 2012.06.23~24 [12] 남근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9 728 0
34267 등산 시 이럴 때 짜증남요 ㅠㅜ [8]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9 561 0
34264 악 암벽장비 살 횽아들 없음? [2] 디씨를 끊겠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9 307 1
34263 오늘 한라산갔는데 [4] 숲속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8 351 0
34262 배낭 사이즈에 대한 초보적인 질문인데 답변좀해주셔요.. [1] 배낭초보(123.213) 12.06.28 323 0
34260 북한산 대성암에서 포크레인이 공사하던데 [4]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8 342 1
34258 [산행기] 가평 화야산 (사기막골,큰골), 2012.06.16 [9] 남근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8 1275 0
34257 이른 오전에 산에 가니까 좋네요 ㅎㅎ [7] 편한-잠자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7 309 0
34256 요번주 토일에 설악산에 가보려고하는대요,,, 코스 추천좀 해주세요 ㅎㅎ [8] 흔들흔들(14.42) 12.06.27 280 0
34255 1. 사도북 VS 삼관우구대 2. 불수사도북 VS 삼관우청바백광 [5] J.E.(112.171) 12.06.27 259 1
34254 삶의 권태. [3] 정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7 194 0
34253 헤드랜턴은 어떤게 가성비 좋나요? [3] 등산초보(210.123) 12.06.27 580 0
34252 마운틴하드웨어 가방 어때요? [22] 등산초보(210.123) 12.06.27 1109 0
34251 에베레스트 지역 사진 [6] 나날12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7 838 4
34249 취미로 등산하기 참 힘드네요 ㅠㅠ [3] 으찌으찌미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7 488 0
34248 우이동 영봉 위문 산성입구 하산 [1]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7 162 0
34245 지리산종주 가고싶다 [1] 지리산종주(110.34) 12.06.27 208 0
34243 이번주토요일에계곡가면미친놈인가여? [1] 이번주토요일(124.46) 12.06.27 286 0
34242 쿨러?사용해본횽들 있나요?? [4] 편한-잠자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236 0
34240 빠샤야 이거다.. 뽀순이(27.35) 12.06.26 169 0
34239 북한산 12성문 모두 방문 완료 햇습니다. [12]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428 0
34238 종로5가에 가면 하글롭스 [5] ㅇㅇ(112.153) 12.06.26 616 0
34236 잠재력 정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75 0
34235 [6월 25일] 문경 조령산 [6] 인자요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879 2
34234 잡담 및 몇가지 질문 .. [4] 수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216 0
34233 경기도 우왕시 모락모락산에 다녀왔슴다. [1] 국기수집가(112.170) 12.06.26 243 0
34232 워터백이 물먹기가 편함 [5] 덕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455 0
34231 [산행기] 가평 축령산 [13] 등산고무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6 1058 2
34230 북한산 종주 햇는데요. 물 마니 필요하네요. [3] 초식자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6.25 429 0
34229 해먹 비박해봤네요 [2] 금란(124.80) 12.06.25 724 0
34228 숨은벽 빨래판바위 못 올라가남요? [12] (218.238) 12.06.25 420 0
34226 마운틴하드웨어 사이즈-해외직구하는 흉들 참고해라. [15] 으허허(218.146) 12.06.25 73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