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허가증을 받지 못해서 하루 포카라에 머물면서 축제를 구경하느냐...
두배로 돈을 물어 오만원쯤 손해보더라도 오늘 산으로 들어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어.

공항에서, 택시기사한테, 여관종업원한테 당한 삼단콤보가 이 도시에 대한 매력을 현저히 감소시킨바..
입장료를 두배로 물더라도 오늘 산으로 올라가기로 앴어.

800루피에 택시를 수배해서 페디로 가자고 했지.
우리나라 경부고속도로쯤 되나본데 군데 군데 패이고 뜯겨나간 이차선 아스팔트 길이야.
이 길을 버스, 택시, 자가용, 오토바이, 자전거, 사람들이 사이좋게 같이 쓰고있어. 가끔 개나 소들도...
저 멀리서 안나푸르나가 보이더군..

페디에서 오르막길을 시작하는데 악동 다섯이서 계단에 꽃을 뿌려놓고 축하노래를 불러주며 돈을 요구하더군.
내려가던 서양넘들이 내가 애들한테 붙잡히는 모습을 촬영하며 낄낄거리는 엿같은 시추에이션이 벌어졌어.
완강하게 짠 스크럼을 풀고 그냥 생까고 진행하는데 기분이 여러모로 엿같아질려고 하더군.

여러번 이런 어린애들을 만났는데 처음 만났던 악동 오인조처럼 집요하지는 않더군.
손주둘을 데리고 길을 가는 할배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이 할배가 손주보고 나한테 삥좀 뜯으라고 시키는 것 같더군. 애들이 뭔 죄가 있으리오...

벼가 익어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시즌이었어.
돌로 만든 이층집들에서 살고있나본에 집집마다 외양간에 소,양,닭 정도는 필수로 키우는 것 같더군.
인류지성과 노동의 결정체라고 언넘이 찬사를 보냈던 그 논들이 골짜기마다 끝도없이 펼쳐져있어.
농사지으려면 참 힘들겠구나...싶더군.

란드룩을 다와가는데 무릎이 아파와.
그래서 저 멀리 보이는 외딴집에서 자기로 했지.
좀 자자니까 당황과 기쁨이 섞인 묘한 표정을 짓는 여주인의 얼굴에서 나의 닭짓을 알아차렸어야 했어.

경쟁에서 밀려 길가는 사람들에게 사이나나 비스킷이나 파는 롯지에서 자게 된거야.
아마 올시즌 내가 첫 손님 아니었을라나 몰라..
열악한 잠자리, 화장실, 목욕탕에다가 요리도 못해서 밥맛도 더럽게 없었어.

오늘의 교훈/ 롯지마다 잠자는 비용하고 밥값은 다 똑같다. 최신시설에 서비스정신으로 무장된 좋은 롯지를 찾아가자....

사진은 계단에서 나를 기다리던 악동오인조/ 풍경/ 풍경/ 멀리 보이는 잠잤던 무명롯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