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멀리서 안나푸르나가 보이더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산안개속으로 모습을 숨기게 되겠지...

이날은 이정표를 못봐서, 지도 든 서양넘이 길을 거꾸로 알려줘서 두번 알바를 했어.
트레킹허가증 끊을 때 좋은 지도를 준대서 지도을 안 챙겨 갔다가 허가증을 정식으로 못 받아서 지도 없이 다닌게 가장 큰 이유였어.

간드룩가는 잘못 들어선 길에서 추수 끝난 논의 볏집더미에서 여자애 둘이서 장난을 치고 놀고 있더군.
갑자기 네팔개가 막 짖어서 보니 원숭이 50마리쯤이 추수하지 않은 논의 벼를 훔치러 온 거였어.
놀던 애들하고 집주인이 나와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니 슬금슬금 퇴각하더군..알바 덕분에 본 구경이었어.
먹을 것도 없는 동네서 집집마다 개를 키운다 했더니 다 쓸모가 있어서 그런 거였더군.

진부에서 촘롬을 넘어가는 길에 한 사내가 염소대가리를 장작불위에 굽고 있었어.
네팔개와 그집 아이가 기대섞인 눈으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한국일행에게 호랑이가 물어가는 걸 뺏었다고 호랑이 이빨자국까지 보여줬다고 그러더군.
호랑이가 염소 한마리 물고 도망을 못가서 사람한테 뺐겼을까? 아무래도 뻥 같어.

알바하느라 좀 늦어진 시간에 피곤한 몸으로 촘롱에 도착했어. 
번잡한 롯지를 피해 찾아 들어간 곳인데 저래뵈도 2007년 올해의롯지로 뽑혔다는 간판을 걸고있어.

나 말고 일본인 부부가 묵고 있더군.
여자가 환한 얼굴로 일본말로 일본인이냐고 묻길래 코리안이라고 대답해줬지.
여자가 살짝 실망하는 표정을 짓더군.

롯지마당에서 어두워지는 산마을을 내려다보며 피자에 맥주를 마셨어.
등뒤에서 일본인 사내는 맥주를 마시고 여자는 담배를 피우며 같이 마을을 내려다보더군.
평화로운 한 때였어..

오늘의 팁/
촘롱이하에서는 롯지가 공급과잉이라 여행자가 갑의 위치에 있는 것 같아.
한국요리를 잘한다고 써붙인 곳도 있고 목욕탕 딸린 방이 있다고 써붙인 곳도 있고...취향에 맞게 골라잡으면 될 것 같아.

혼자 여행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면 손님이 별루 없는 이 집을 추천하고 싶어.
장점은 24시간 뜨거물이 콸콸 나오는데 샤워가 공짜라는 거..포카라나 카트만두에서도 이렇게 더운물 콸콸 써 보지 못했어.
두번째 혼자 가면 식당위 방을 주는데 전망이 좋아..마을과 멀리 안나푸르나가 한눈에 들어와..
셋째 음식이 맛있어. 피자, 야채스프, 카레밥 등등 다 먹을 만 했어.
촘롱 한가운데쯤 피자하우스라고 써붙여놨으니 찾기도 쉬울거야.

사진은 무명롯지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용감한 네팔개, 좀 무서운 뉴브릿지, 촘롱의 롯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