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햇빛을 받아 빛나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있었어.
이제까지는 논밭사이로  난 시골  마을길을 걸어왔다면..
오늘 부터는 강을 따라 난 산속의 길을 걸어가게 되더라구.

적당한 오르막내리막, 축축한 계단이 꼭 여름에 지리산을 종주하는 듯한 기분이었어.
주변의 나무들이 좀 아열대틱한 것과 멀리서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보인다는 것만 좀 달랐다고나 할까?

3000미터 이상에서는 고산병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서..
적응도 할겸 해서 오늘은 해발 3200인 데우랄리에 가서 자기로 했어.
3000미터가 넘어가니 키 큰 나무가 없어지고 삭막한 고산의 분위기가 조금 나더군.

롯지를 정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어.
미국인 커플 하나하고 다른 미국인 하나 이렇게 셋이서 정말 열심히 떠들던데 뭔 소린지 알수가 있나...

식당 창가를 따라 긴 간이침대가 빙 둘러져 있어서 롯지가 만원일때는 손님을 받는 등의 용도로 쓰나봐.
저녁은 챙겨 먹었는지 창백한 낯빛의  예닐곱명의 포터와 가이드가 반쯤 이불을 덮고 잠잘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근데 음식이 나와서 손님들이 먹고 나가줘야 얘들도 자던지 말던지 하지..

열심히 떠드는 세명의 미국인과..
멀뚱하게 그들을 처다보는 포터들과..
그리고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해 네팔노래를 부르는 포터아이 하나...밥은 나올 생각을 않고...

이런 분위기가 견디기 어려워 밖으로 나가 올라온 계곡을 내려다보며 앉았어.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고 무서울정도의 시커먼 구름이 순식간에 사방을 삼켜버리더군.
세찬 바람이 모자를 쓰지않는 머리칼을 날리며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가..

미국애들은 많이도 시켜들 먹더군. 기본 두접시씩..
포터들의 눈길을 의식하며 어색하고 불편한 저녁을 후딱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어.
빗방울이 롯지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졌어.

오늘의 팁/
워낙 춥다고 겁주는 이야기를 들어서 두터운 옷 위주로 가져갔는데 아열대지방임을 잊어선 안될거같아.
10월말 11월초 3천미터까지의 등산로에서는 운행중에는 여름이나 초가을 패션이면 딱 적당할 것 같아. 물론 해지면 추워지지만...
반팔티하고 여름바지 안 가져간 걸 매우 후회햇어.


첫번째 사진은 올라가다 보이던 마차푸차레. 6000미터급 봉우리인데 물고기꼬리라는 뜻이라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