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고라파니?로 가서 푼힐 전망대에서 안나푸르나 산군들을 볼 예정이었어.
그런데 산에 대한 흥미가 없어져버린데다가..
둘째날 알바하면서 원숭이를 구경했던 그 시골풍경이 정감이 가서 간드룩을 거쳐 그쪽으로 가기로 했어.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었어.
낫으로 벼를 베어다가 논바닥에서 며칠 말린 다음에 사람키 두세배나 되는 막을 쳐.
그 아래에다 평평한 돌은 놓은 다음에 사람몸통크기로 묶은 볏단을 등뒤로 넘겼다가 돌바닥으로 패대기쳐서 탈곡을 하더라구.
참 힘들게 농사짓는다 싶었어. 탈곡기 장사하면 돈 좀 벌려나?

간드룩은 안나푸르나 산마을 중 가장 가장 큰 마을인것 같더군.
한 백여호정도 모여있나본데 집들이 모두 크고 널찍널찍한 마당들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어.
무화과나무에서 놀던 아이들도 외국인을 보고 사탕이나 돈을 달라고 손을 벌리지 않더군..부유한 여유가 묻어났어.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간드룩에서 하루 머물면서 동네를 천천히 돌아보고 싶더군.

원숭이를 구경했던 마을을 지나 강가에 위치한 큐뮈에 도착했어.
롯지 두세개가 모여있는 작은 마을인데 독일인 가족이 머무는 롯지에 짐을 풀었어.
독일가족들은 식당에 들어가고 하고 나는 마당에서 저녁을 먹고 골짜기의 실루엣이 어둠에 잠기어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지.

가끔 철모르는 반딧불이 날아다녔고..
박쥐 한두마리가 롯지전등에 모인 벌레를 잡느라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어.
이러다 갑자가 정전이 된거야. 
순식간에 온 천지가 고요한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가 마치 시간이 멎어 버린 듯 싶었어...



사진은 탈곡을 준비하는 농부들/ 간드룩의 풍경 3장.


오늘의 팁/
촘롱을 중심으로 시누와와 간드룩 사이에는 짐을 싣고 다니는 당나귀떼를 흔히 볼 수 있어.
보통 열댓마리가 한 무리인데 영국인하고 같이 잠깐 걷다가 당나귀떼가 지나가게 되었어.
나는 오른쪽으로 영국인은 왼쪽으로 비켜서서 당나귀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주었는데...
영국인이 하는 말이 계곡쪽에 서 있다가 당나귀가 밀어 버려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년에 몇차례씩 일어난대.
그래서 절대 산쪽으로 비키지 계곡쪽으로 비키지 말라는 거야.
당나귀떼가 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 그 이야기를 해 주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