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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중산리에서 노고단까지

독립꾼(121.1) 2011.11.30 21:18:18
조회 614 추천 1 댓글 13

 


저를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리산빠입니다.

산이라곤 지리산 밖에 몰라서 아직 영알도 한번 못가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한테 꼬여서 백두대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은퇴하면 할거라고 나름 아껴둔건데 어쩌다보니 그냥 가게 되었습니다. 

이 산행기는 그 첫 구간인

중산리에서 노고단까지를 지난 12-13일, 1박 2일간 걸었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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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리야 일년에 열번도 넘게 오는 곳이라 나름 단골집도 있습니다.

그 집에서 아침을 시켜먹고 천왕봉으로 오릅니다.

우린 출발점을 천왕봉으로 해서 북진하는 대간이라 그런답니다.

저는 사실 대간이 어떤 길인지 어깨 넘어로 들어서 아는 풍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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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은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이날 날씨가 좋았고 또 경방기간 바로 직전 휴일이라 천왕봉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노고단쪽 주능선엔 넘실넘실 운해가 피고 그 위로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열린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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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계곡을 밀고 올라온 운해가 중봉을 집어 삼키기 직전입니다.

그 너머 덕유산쪽도 운해가 깔렸습니다.

산을 오를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일단 능선에 오르면 이런 풍경들이 그 힘듦을 보상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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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을 시작한다는 기분 때문인지 오늘 천왕봉은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거의 매주 지리산에 오르지만 평소엔 일부러 천왕봉을  목표로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르면서 부산에서 온 대학생 몇명과 같이 올랐는데 가벼운 추리닝 차림에 물 이외엔 먹을거리를 하나도 안가져온 그 친구들을 보니
저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장비라곤 교련복 바지에 테니스화, 장비점에서 빌린 A형텐트에 군용모포 둘둘 말아서 배낭 위에 묶어서 다니던 시절.

그래도 참 재미있고 설레곤 했는데, 이제 좋다는 장비는 다 갖추고 필요한게 있으면 더 살수도 있는데 저 젊음과 설레임은 어디서 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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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간길이 무사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마고할미께 빌었습니다.

그리고 장터목을 향하여 본격적인 출발입니다.

저 무거운 배낭을 진 사람이 같이 걸어 갈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먼저 북진 한번 해보고 은퇴하면 그땐 둘이서 논스톱 왕복으로 하자는 말에 덜렁 넘어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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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의 고사목이 조금만 더 컸더라면 저 푸른 하늘을 찔러서 파란 물감이라도 주르르 흘러내릴 기세입니다.

장터목에도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아까 그 친구들이 보이면 뭐라도 좀 먹일려고 했는데 벌써 내려가 버렸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얇은 여름 축구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용감한 대학생이 또 나타났습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니 마산에서 왔답니다.

복장이 추워 보인다니 뒤에 친구들이 옷을 가지고 따라 온답니다.

잠시 후 어여쁜 여자친구가 얇은 우모복을 가지고 나타납니다.

그래도 아랫도리가 추우니 못견디고 중산리쪽으로 총총히 하산합니다. 

저런 패기는 어디에 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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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오를려니 일출봉 가는 길이 천왕봉만큼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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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선경을 지나는 일행들의 모습입니다.

앞에는 친구고 가운데가 이번 팀의 대장님이십니다.

30대 아가씨인데 옹골차고 야무집니다.

그 뒤는 대장님의 보디가드 겸 포터 겸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저 친구는 몇달 전에 남진으로 53일만에 대간을 끝냈는데 이번에 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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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세석에서 머뭅니다.

갈수만 있다면야 벽소령쯤 가버리면 다음날 편하겠지만 산길이라는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닌지라 새석에서 끊었습니다.

그렇게 영신봉에 올라 일몰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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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봉에서 바라본 촛대봉 일출입니다.

세석에서 자면 사람들은 주로 촛대봉에서 일출을 봅니다.

그런데 영신봉에서 보는 일출이 때론 더 좋습니다.

우측으로 천왕봉도 서서히 밝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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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늘은 시리도록 화창합니다.

갈길이 멀어서 은근히 걱정이 되는 참인데 날씨가 좋으니 기분도 따라서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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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퍼지고 기온이 올라가자 운해가 피어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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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천왕봉도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이제 우린 출발할 시간입니다.

오늘은 노고단까지 20Km를 걸어야 합니다.

능선길 20Km라면 8시간 정도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무게가 조금 나가는 배낭이라면 10시간 이상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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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샘에서 잠시 쉬고, 벽소령에서 물 마시고 부지런히 걸었더니 벌써 형제봉입니다.

저기 보이는게 벽소령 대피소입니다.

빤히 보이지만 막상 가려면 꽤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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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당기니 좀 더 자세히 보입니다.

저기 바위 위엔 짐승이 한마리 올라가 있네요.

세석에서 연하천까지는 10Km

오늘 일정의 딱 절반입니다.

그리고 형제봉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는 1시간 남짓 거리입니다.

연하천에 도착해서 점심을 준비하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사람이 대피소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있습니다.

어디 아프냐고 물으니 새벽에 화엄사에서 올라왔는데 춥고 졸린답니다.

그래서 직원에게 얘기해서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라니 그래도 되냐고 되묻습니다.

산에 온 사람들이 필요할때 쓸려고 만든 시설인데 당연한거 아니냐고 하니

직원에게 얘기하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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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를 지나는 친구의 모습입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으로 종주를 하면 가장 힘든 구간이 연하천에서 삼도봉까지 입니다.

이 구간을 지날쯤이면 체력도 슬슬 떨어지고 컨디션이 바닥을 칠 지경인데 토끼봉이 의외로 가파르고 높습니다.

토끼봉 오르막을 지그재그로 숨을 몰아쉬고 오르면 이번엔 화개재 너머 삼도봉이 떡하니 버티고 섰습니다.

화개재에서 삼도봉 오르는 계단은 지리산에 몇번 가 본 사람들에게 악명이 높습니다.

오르기도 내려오기도 다 힘든 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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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개가 넘는다던데 헤아려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배낭이 가벼울땐 안쉬고 올랐는데 오늘은 두번이나 쉬었습니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는데 아직 갈 길은 멀고....배는 고프고.....맥을 놓고 앉아 쉬는데 삼도봉에서 어떤 아가씨가 혼자 내려옵니다.

지리산에서 보기 드문 타이즈 패션에 학생들 가방 같은 천배낭을 맸습니다.

갑자기 눈이 확 트이길래 어디까지 가느냐고 용기를 내서 물었습니다.

연하천 간답니다.

금방 어두워질텐데.......이 시간에?

렌턴이 있느냐고 물으니 아주 예쁘게 웃으며 있답니다.

내가 조금만 덜 힘들어도 연하천까지 데려다 줄텐데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조심해서 가시라니

고맙다며 총총히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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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오릅니다.

다들 말이 없습니다.

목소리 크고 말많은 친구도 샷더마우스

다들 숨소리만 거칠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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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봉을 넘어 노루목을 지나고 임걸령에서 수통을 채우자 하늘은 어두워집니다.

오랫만에 하는 야간산행입니다.

야간산행은 여럿이 가지만 혼자하는 산행입니다.

그렇게 두시간을 더 걸어 노고단에 닿습니다. 

차를 가지고 마중나온 후배를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대피소 취사장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웁니다.

백두대간 첫 구간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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