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치악에 올랐을 때랑 저번 주 북한산 올랐을 때 보니까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 그래서 이번엔 이왕 겨울 맞이하는거 시원하게 칼바람에 싸다구 좀 맞고 오자 싶어서 행선지를 소백산으로 정했어. 내가 이번 겨울에 꼭 가야겠다고 다짐한 산이 한라/덕유/소백/선자령인데 (선자령은 얼마전에 어떤 횽이 올린 사진보고 꼭 가야겠다 싶더라구 ㅋㅋ) 그 중에 하나를 다녀온거야.. 오늘 갔다와보니 설경이 가장 아름다운 능선이라는 연화봉(희방사) 방면으로 다시 한번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난 이번에 천동동굴을 들머리 겸 날머리로 잡고 다녀왔지. 대중교통이나 버스산악회 같은게 익숙하지 않아서 역시 재미없지만 원점회귀를 했어

귀싸다구를 마구 후려 갈기는 칼바람 때문에 (고글이 없으면 눈도 못 뜰 정도였어..) 정상 근처에서 고생을 좀 했지만 겨울의 소백은 그 고생을 충분히 보답해준거 같아서 뿌듯했어.

▲ 다리안관광지 주차장에서 오르는 시작점

서울에서 6시 반쯤 출발해서 요기 시작한 시간이 대충 9시쯤인 듯

▲ 목적지인 비로봉은 6.6km 이런 다리를 건너면서 등산길이 시작됨. 아직은 눈이 어설프게 쌓여있어

▲ 등로는 계곡 옆을 타고 쭈욱 이어져. 계속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어서 유쾌상쾌

▲ 잘 포장된 길을 좋아하진 않지만 역시 처음이라 기분 좋게 앞으로~

▲ 역시 처음엔 가뿐한 산책로이다보니 워밍업하면서 슬렁슬렁 오르기 딱 좋음

▲ 천동 2교. 1교는 못 봤고 3교는 있는지조차 모르겠음.

고거 조금 올랐다고 눈이 좀 더 쌓여있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런 다리를 몇번 왔다갔다 하면서 길이 이어짐.

▲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계곡. 좀 더 위로 올라가면 얼어붙은 계곡이 되어있음.

▲ 계곡을 따라서 이런 등로가 한참 동안 이어짐.

▲ 물이 이렇게 얼기 시작하는 거보니.. 슬슬 입질이 시작되는구나

▲ 좌우에 쭈욱 뻗은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사부작사부작 눈길을 걷는 기분은 크~

▲ 어느새 이만큼이나 올라왔네~ 쌓인 눈이 많아지는 만큼 설레임도 점점 커지더군

▲ 난 이렇게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걷는게 너무 좋더라

▲ 눈이 제법 쌓였음. 이젠 나무 가지 위에도 눈이 보이기 시작.

▲ 천동쉼터와 그 옆에 있는 자연산 크리스마스 트리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그리 경사가 있는 코스가 아닌데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리가 무거운가 이러면서 올라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의 하의가 너무 활동성이 떨어지는거 같더라고.. 옥x에서 싸구려 골라서 입었더니 역시 싼게 비지떡인가 ;; 암튼 마지막 화장실이라는 요기서 내의 탈의. 날아가는 줄 알았음.

▲ 천동쉼터 바로 위로 이어지는 길. 이 쉼터 전과 후가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하더라

지금부터 진정한 소백의 위엄이 돋아남.

▲ 이렇게 등로가 좁아지기 시작하고

▲ 나무가 힘겨워할 정도로 눈이 쌓이기 시작함.

▲ 어느 새 비로봉은 2km 앞으로 다가오고

▲ 나무들은 눈옷 입은 자태를 뽐내기 시작

▲ 아 좋아~ 내가 이거 볼라고 여기까지 왔지 암~

▲ 하늘이 맑진 않지만 오히려 이런 눈꽃들과는 더 잘 어울려

▲ 점점 눈으로 가득찬 세상으로 변해가고

▲ 이런 등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 뒤돌아보니 아니 이런!!

▲ 옆을 보니.. 헉..

▲ 소백산 명물인 고사목. 시작되는 칼바람에 몸이 움츠려들지만..

▲ 이런 설원을 나 혼자 볼 수가 있나

▲ 손이 얼어붙을꺼 같지만 아이퐁으로 파노라마 한번 돌려주고

▲ 비로봉을 600m 앞에 두고.. 본격적인 칼바람 맞을 채비를 단단히 하자

▲ 시원하게 뻗은 소백산의 능선도 기가 맥히고

▲ 절정에 달한 이런 눈꽃도 기가 막히네

▲ 사방을 다 돌아봐도 눈 밖에 안 보여!!!

흰 세상을 보고 싶어서 고글 한번 벗었다가 칼바람에 눈을 뜨지도 못하고 주섬주섬 다시 썼어

▲ 파노라마 한바퀴... 돌다가 손 얼어붙을 뻔 ㅜㅜ 칼바람 불어제끼는데 폰카는 진짜 못 찍겠다

▲ 인증샷을 한컷 찍고 싶었지만.... 날뛰는 미친 칼바람 때문에.. 요거 하나 남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 심지어는 옆에 있는 아줌마한테 나와달라고 말도 못했음. 이 아줌마 바람피하려고 정상석 뒤에 서 계시는데 사진 찍으려니까 피해주시려고 애쓰셨어. 다 피해줄 시간도 아까워서 아따 그냥 대충 찍자 싶어서 이런 꼴 ㅜㅜ

이거말고도 동상 각오하고 찍은 이쁜 눈 사진들이 꽤 있지만 다 올리긴 그렇잖아? 지금 이것도 스압 장난아닌데 ㅋㅋㅋㅋ

돌아오는 길은 올라온 길 그대로라서 사진이고 머고 안 찍고 그냥 냅따 내려왔어. 올라오는데 사진 찍느라 천천히 올라온데다가 기후 변화가 기가 막혀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짐을 풀었다 쌌다 아이고 올라갈 때 시간을 내려올 때 좀 만회해서 왕복 6시간이 좀 안되는 시간 산행했음.

장비 관련.

1.짚신형 아이젠은 처음 사서 써봤는데 이전꺼보다 더 편한 듯. 눈이 많이 쌓인 설산은 닥치고 짚신형이 진리.

2.코오롱 원단을 자랑하는 싸구려 내의는 그냥 안 입는게 좋겠다는 결론 - 브린제 지름신 만땅

3.정상에서 오래 머물꺼 아니면 굳이 우모복이 없어도 상관없겠더라는 것도 깨달았고 (물론 내가 추위를 잘 안타서 그런거니 이 말 듣고 우모복 안 가져가야지 라는 헛된 망상 따윈 하지마 내 주변에 다른 사람은 다 패딩껴입고 있었어 ㅋㅋㅋ)

4.스패츠는 가져가서 착용 안했는데 바지 기장이 길어서 크게 상관없었음.

5.발목있는 등산화가 필요할 듯. 저번 북한산성 때 릿지화가 필요한거랑 결합하면 결국 블랙스톰 사라는거잖아? 그지? 그렇다고 치자.

ps 1. 만사가 귀찮고 먼가 의욕을 불어일으킬만한 일이 필요하신 분은 여기 올라가서 칼바람 귀싸대기 겁내 맞고오면 정신 좀 차리겠네요.

ps 2. 즐산하시고 꼭 안산 하세요~ 내려오는 길에 섣불리 아이젠을 풀어헤쳤다가 뒤로 지대로 자빠링 할 뻔 했음.. (쩌는 운동신경으로 살아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