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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주말마다 북한산 끌려다니던 얘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12.22 13:14:36
조회 480 추천 0 댓글 8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간간히 산에 다녔고..
초등학교 4학년 들어가면서부터 매주 주말마다 북한산에 가기 시작했음.

집이 화곡동이었는데, 아버지가 일요일 새벽 4~6시 정도에 (계절에 따라 다름.) 깨우면 
졸린눈을 비벼가며 대충 옷을 주워입고 아버지가 사준 등산화를 신고 차를 탔음. 
아버지가 금방 클거라고 265짜리 가죽 중등산화를 사줘서 신발이 발보다 훨씬 컸음. 
그전에는 운동화를 신었었는데, 갑자기 무겁고 딱딱한 중등산화를 신으라니 무척 싫어했던 기억이 남.
게다가 내가 중1들어갈때 키가 145가 안되었으니...꽤나 오랫동안 엄청 큰 등산화를 신었음. 나 지금 발이 265임.-_-
그때도 트래킹화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땐 등산화 하면 그냥 다 가죽이었음. 

우이동쪽 북한산 지원 탐방센터에서 올라갔는데 집에서 약 30분정도 걸렸던걸로 기억함. 아버지는 운전하시고 난 계속 옆에서 자고...
차를 주차하고 출발하면 깜깜함. 나중에는 그래도 손전등을 좀 챙겼는데...초기에는 손전등도 없이 다녔음.
아버지는 이상하게 손전등 쓰는걸 싫어하심. 아무리 어두워도 그냥 감.
근데 한밤중에 랜턴없이 산을 오르면 무슨 일이 일어나냐 하면....멀미가 남.-_-
그래서 나중에 손전등을 챙김. 

집이 그다지 여유롭지는 않을 때지만 그래도 사실 그렇게 가난한것도 아닌데 어릴때 참 없이 살았음.
옷도 메이커 하나도 없고 맨날 시장에서 사온 젤 싼 옷에...등산갈때도 그랬음.
장갑도 허접하고 바지도 청바지나 면바지나 겨울엔 골덴바지.
한번은 바위를 오르다가 바지 무릎이 찢어졌는데, 엄마가 그걸 엄청 티나게 대강 꼬매줘서 입기 엄청 싫어했던 기억이 남.
오리털 파카를 입은건 고등학교 들어가서였던것 같고 그전에는 솜이 들어간 점퍼를 입었음.
항상 입었던 남색 솜잠바가 생각남. 요즘같지 않게 겉감도 면이었음. 
지금은 안그렇지만 어릴땐 손발이 차서 추운걸 못견뎌했는데...장갑이 후지니 참 많이 힘들었음.

아이젠도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긴 했는데...초반에 빙판이 익숙하지 않을때 몇번 외에는 사용한 적이 없음.
눈이오고 얼음이 얼어도 백운대 정상까지 아이젠 없이 다녔음. 
나중에 언젠가 한번 꺼내보니 녹이 엄청 슬고 삭아서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더군.
백운대 정상에 뺏지 빠는 아저씨가 항상 계셨고 옆에 온도계가 있었는데. 겨울에는 영하 20도 이하를 심심찮게 봤음.
바라클라바같은건 있는지도 모를때라 손수건으로 두건을 만들어서 얼굴을 가렸는데, 입김이 얼어붙어서 나중엔 두건이 딱딱하게 굳었음.
그래도 바람 막아주니까 없는것보단 훨씬 나았음. 정상에서 칼바람 맞으면 진짜...얼굴이 떨어져나가는거 같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았음. 그냥 그 하얀 눈을 보면 그래도 기분이 좋아졌음.
반면에 여름에는 지루하기도 하고 깜깜한 길을 걷다보면 잠도 많이 와서 1킬로짜리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다녔음.

대략 산행에는 2시간~2시간 반정도 소요됐던 것 같음. 
올라갈때 배낭에 20리터 말통을 넣어가서 내려오다가 약수터에 들러서 20리터 말통에 물을 받아서 아버지가 들고 가심.
그걸 1주일동안 식수로 썼는데, 가끔 명절같이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산에 한번 더가서 일부러 물을 더 떠가지고 큰집에 갖다줬었음.
별거 아닌데 큰집 분들이 참 좋아하셨었음.

그렇게 고3 되기 전까지 매주 빠지지 않고 북한산에 갔음. 비가와도 가고 눈이와도 가고.
폭우가 오는날은 쉬었음. 그래서 토요일 밤에 내일 비오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음. 효과가 있었던 적은 거의 없지만...
돌아올때는 또 차안에서 자고...집에 도착하면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8시에서 10시 사이었음.

고3 되면서 수험공부해야한다고 핑계를 대고 더이상 산에 가지 않게 됐음.
엄청 행복했지...
내가 없어도 아버지는 계속 산에 다니시고...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도 한참을 산에 안가다가...나이가 들으니 다시 산에 가게 됨. 
친구와도 가고 여자친구와도 가고...아버지랑은 안갔음.
물론 중간에 지리산이나 큰 산에는 몇번 같이 간 적이 있음. 근데 북한산에는 정말 같이 안갔음. 
(사실 이사오면서 북한산이 멀어서 안간게 크지만) 
근데 올해 일출보러 북한산 혼자 가는데 아버지가 따라오시겠다고 해서 같이 갔었는데
참 감회가 새로웠음. 이제 아버지와도 종종 와야겠다고 생각도 들고...

어릴땐 그렇게 힘들고 가기 싫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께 많이 고마움.
그것때문에 체력도 많이 좋아지고,  무엇보다 그 기억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좋음.
아무것도 모르고 맨손으로 암벽 오르고, 없는길 막대기로 쳐가면서 길만들어서 내려가던 그 기억이...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뭘 사서 먹인적이 거의 없는데...
어쩌다 한번씩 매일 가던 백운대로 가지 않고 대남문으로 가면 정상에서 아주머니들이 팔던 두부김치의 맛이라던가...
매서운 한겨울 바람을 뚫고 정상에 올랐을때 어쩌다 보게 되는 운해의 장관.

지금은 미국에 있어서 아버지와 산에 못가는데
한국에 들어가면 아버지와 등산부터 한번 하고싶음.
그리고 내가 아들이 생기면 걔도 매주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산에 데려가고 싶음.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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