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동료분이 나를 깨운다. 일어나보니 시끄럽다.

옆방의 서양인트레커가 칼라파타르로 가려고 준비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

숙소에 방음이 전혀 안된다. 잠을 잘수 있는 침대와 지붕, 벽만 있어도 감지덕지 한 곳이다.

방음을 기대한다는 건 사치다.

아.. 에베레스트의 일출을 보러가는구나..

우리도 서둘러 침낭에서 나와 옷을 챙겨입고 스틱과 카메라만 챙겨서 나간다.

저 산의 오른쪽에 나있는 길로 올라야한다.

사진에 보이는 길의 끝이 정상이 아니고 그거의 두배만큼 올라간다.

새벽이라 어둡다. 사진이 안찍힌다. 그래서 칼라파트라 사진은 어제것으로 대체

 

어제는 구름때문에 안보였던 설산이 보인다... 와.... 감탄사가 나온다.

어제는 이런 산이 있는지도 몰랐다. 보니까 우리 숙소 바로 뒤에 있는 산이었다.

진짜 날씨가 원망스럽다.

이런산이라고 했지만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에베레스트(8848m) 였다.

 

윗 사진에서 맨 오른쪽에 가장 높이 올라있는 산을 확대했다.

눕체(7861m)가 우뚝 솟아있다.

 

같이 올라가던 다른 트레커 가이드한테 물으니, 가운데 눕체보다 낮게 솟아있는산

저 산이 바로 네팔어로 사가르마타, 에베레스트라고 한다.

아..... 감동이다. 에베레스트.. 이걸 보기위해 앞선 10일간 그토록 고생했구나...

 

칼라파타르 뒤쪽에는 눕체와 에베레스트가 솟아있고,

산 오른쪽에는 푸모리(7165m)가 솟아있다. 구름때문에 잘 안보인다.

왼쪽에 보이는 큰 설산이 푸모리이다.

 

다시 뒤돌아서 왼쪽의 에베레스트와 오른쪽의 눕체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극지방의 고요함이 느껴진다. 정말 여기는 지구의 끝이다. 황량하다.

에베레스트와 눕체는 간간히 구름이 걷혀서 정상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구름때문에 밑만 보이는 푸모리는 끝내 정상을 나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텡보체에서 만났던 아메리칸 여자트레커는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아무것도 못보고 비만 맞고 내려갔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난 에베레스트와 눕체도 봤으니.... 운이 좋은거라 생각하며 위안을 한다.

  

칼라파타르 반대편 오른쪽을 바라보면 여러 고봉들이 보인다.

 

눕체. 스케일이 엄청나다. 압도당한다.

 

눕체도 확대해보고.

 

날씨가 금방금방 변한다. 사진 찍을 수 있을때 찍어 놔야지.

에베레스트 감상은 잠시 접어두고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른다.

정말 죽을 정도로 힘들다. 분명 길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올랐던 그 무엇보다도 비교가 안될정도로 육체적으로 힘들다.

군생활중 했던 과학화훈련보다 더 힘들다.

정말 산소가 없긴 없나보다.... 기압계는 가져가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해수면의 절반밖에 안된다고 한다.

열걸음 올라가면 힘들어서 숨을 30번 헥헥거린다.

아.... 미치겠다... 쉬는겸 해서 바위에 주저앉는다.

아....?? 못일어나겠다. 안일어나진다.

큰맘먹고 일어선다... 이제는 세걸음 걷고 헥헥..... 일어나는게 더 힘들다는걸 깨닳는다.

이제는 스무걸음걷고 이제는 스틱 붙잡고 헥헥거린다. 차라리 이게 더 낫다.

정상까지 100미터정도 남긴곳 부터는 바위에 얼음이 껴있다. 아이젠같은건 없기에 조심조심 올라간다.

 

칼라파타르 정상(5550m)에 도달했다!!

400미터를 오르는데 두시간 반이나 걸렸다. 

죽을만큼 힘들다. 죽을만큼 기분이 좋다.

 

칼라파타르 정상에 기상측정계가 있다. 난 몸만 이끌고 올라와도 죽을 것 같은데..

셰르파들에게 존경심마저 생긴다.

덕분에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칼라파타르 기상을 볼수 있다고 한다. 주소는 잘 모르겠는데 구글링 잘 하면 나올것이다.

 

구름이 빠르게 변한다. 멋지다.

 

에베레스트가 구름을 벗었다.

 

확대해보고.

 

푸모리는 끝끝내 나에게 모습을 다 공개하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푸모리는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4km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가장 웅장하게 보이는 설산이다.

몬순기간인 지금 이정도 풍경을 봤어도 운이 좋은건데, 역시나 사람의 욕심은 끝없는 법이다.

그래서 내가 에베레스트도 온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쉬운건 아쉬운거다.

정상을 뒤로하고.

 

하산한다. 정상에서 15분정도 있는데 너무 춥다. 서리가 잔뜩 낀 돌길이라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조심조심 내려온다.

길이 정말 미끄럽다. 조금만이라도 방심하면 헬기 불러야 한다.

 

갑자기 구름이 확 걷혔다.

 

아마다블람과 그외 모르는 고봉들.. 장관이다.

내려간다.

 
 

아쉬워서 푸모리 한번 더 보지만.. 역시나.

 

  

 

고락셉이 보인다.

 

사가르마타 에베레스트여~ 안녕~ 앞으로 다시 볼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