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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 다녀왔습니다

김씨(114.29) 2012.10.22 10:47:01
조회 520 추천 0 댓글 13


화엄사 출발 대원사 도착 ( 02:30분~12:37분 )

전날 잠도 거의 못자서 약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내려가는 버스에서 쪽잠이라도 자려 했으니 미니버스는 잠잘수 있는 여건이 안되어
불편하게 화엄사에 도착 , 출발합니다.
2주전 3일간의 설악산행과 저번주 임도마라톤으로 하루 전까지 다리에 근육통이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당일날에는 사라졌습니다.
숙면만 취했으면 더할나위 없었겠지만 어디 인생살이 내 뜻대로만 되겠습니까.

화엄사 출발하여 무넹기까지 나홀로 캄캄한 새벽길을 걸었습니다.
초행길에 계곡물 소리만 들으며 걷다가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음에 이제 다 왔나하고
기지개를 펴고 힘을 내보는데 급경사가 나를 맞아줍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무렵 무넹기에 도착하여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노고단에올라
드디어 지리산의 품안으로 들어갑니다.
간간히 보이는 랜턴불빛외에 아무것도 보이지않는길을 또 휘척휘척 걸어갑니다.
임걸령에서 드디어 물맞도 보고 연하천 대피소까지 쉬지않고 가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합니다.
아내가 싸준 주먹밥을 찬도없이 먹으려니 잘 안넘어가는데 체력비축을 위해 억지로 먹습니다.
잠깐 앉아 있으니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느껴져 바람막이를 입고 다시 출발하는데
한떼의 철인클럽 사람들이 황소처럼 추월해 갑니다.
부럽습니다. 나도 컨디션만 좋으면 따라가겠는데 좀 빠른듯도 싶고 후반에 체력저하로 고생할까
두려워 나만의 속도로 갑니다.

벽소령, 세석을 지나쳐 장터목에서 물두병을 사서 천왕봉을 오르는데 체력이 많이 떨어져 힘도들고
속도가 나지를 않습니다.
토끼봉을 오를때 한번 좀 힘이 들었고 두번째 찾아오는 고비입니다. 천왕봉만 오르면 대원사까지는
대체적으로 내리막이니 이번만 버티고 올라가자고 한발한발 옮겨놓는데 마음속 다른 한편에서는
배낭벗고 앉았다 가라고 유혹합니다.
이번의 화대종주는 나와의 약속이고 다짐입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안에 산행을 완료하는것이
어리석은 일일수도 있겠지만 내가 정해놓은 나와의 약속은 지키고 싶습니다.
'나는 멈추지않고 완주할 것이다'
아마도 이번같은 산횅은 다시하기 힘들지 싶습니다.

천왕봉에 올라 표지석을 슬쩍 지나가면서 쓰다듬고 중봉을 향합니다.
중봉 , 써리봉을 지나 치밭못대피소까지 오르락 내리락 사람 지치게 합니다.
체력고갈이 오고있는 상태에서 오르막계단은 천근만근입니다.
치밭못대피소에서 배낭벗고  잠깐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 배고프진 않았는데 점심을
핑계삼아 잠깐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도 떨어졌는데 주인장이 안보여 살수도 없고 식수처에 백미터를 가라고 하는데
지금의 나에게 백미터는 일킬로보다 더 먼 거리입니다.
그냥 내려갑니다.
저 멀리 능선으로 보아 이제는 내리막이겠다 싶어 다 왔다는 안도감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르락내리락 또 한참을 나를 시험합니다.
이제는 나도 지지않고 맞섭니다. 힘들다고 멈추지 않을거라고 다짐하면서 갑니다.
대원사 하산길의 단풍이 너무도 이쁜데 그걸 만끽할 수 없다는데 아쉽지만
오늘은 흘깃 눈으로만 살짝 단풍을 담아둡니다.

유평리에 도착하니 이제는 도로입니다.
대원사까지 달려갑니다. 발바닥이 뜨거워오고 물집이 잡혔는지 조금 불편하지만
개의치 않고 달립니다.
대원사 계곡은 피아골이나 뱀사골보다 더 멋져보입니다.
저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어집니다. 계곡에 자리잡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부럽습니다.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나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나를 이기고 나로인해 강해질 것이다'
나는 오늘 나를 이기는 도전길에 왔습니다. 내 삶이 무력하거나 허무해지는걸 방지하기위해
쉼없이 채칙찔할 필요를 느낄때 지금처럼 이런 도전길에 나서곤 합니다.
중년의 나이에 단조롭고 반복되는 생활속에 한번쯤 무력감에 빠지는 나를 발견할때
너무나 싫습니다.
그래서 마라톤도 시작했고 산에 오르면서 단련하고 고행길을 나서기도 합니다.

대원사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오늘은 시선을 피하지 않습니다.
아직 2킬로를 더 내려가 대원사 입구 주차장까지 가야 오늘의 산행이 끝이 납니다.
유평리부터 대원사 주차장까지 한번도 쉬지않고 달려 도착했습니다.

스스로 대견하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쉽지않은 도전이었지만 난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또한번 내 인생에 있어 족적 하나를 남겼습니다.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예상외로 근육통조차 없이 멀쩡합니다. 기분좋은 산행을 마치고 오늘부터 다시 힘내서 일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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