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은 있으나 비수기에는 문을 열지 않는
휴양림에 입장하며 야영장 입장료와 데크 사용료 8,000원을 내고++
밤새 짖어대는 노루소리를 벗삼아 한라산소주와 제주생막걸리를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녘 문득문득 누군가 텐트문을 열려고 하는 느낌에
잠을 깨긴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네요.
그래서 그런지 깨다자다 했어도 아침에 일어나 피곤하지는 않았어요.

느릿느릿 짐을 정리하고 휴양림 산책로를 따라
영실로 향합니다.

몇해전 가족과 함게 와 하루를 묵었던 곳이고
성인이 되어서는 처음 삼남매가 새벽에 일어나
같이 걸었던 길이라 친근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때 올랐던 휴양림 뒷편의 법정오름까지 다시 가보고 싶었으나
오늘 계획했던 한라산행이 차질을 빚을까
그냥 지나쳐 갑니다.

차를 가져갔기에 차량회수를 고민하다
영실 주차장에 주차료 2,000원을 내고 차를 두고
거기서 버스를 타고 어리목으로 갔습니다.
마침 버스가 오분도 안되어 오더군요.

버스비는 천원을 냈고 시간은 15분정도 걸렸네요.
왠지 한라산 오가는 길이 잘 풀릴것 같았습니다.

어리목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들머리까지 걸어갑니다.
평일이지만 금요일이라서인지
관광버스들이 여러대 저를 지나쳐 올라갑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지만 걷기에 참 좋았습니다.

길가다 해도 보고 나무도 보고

길가에 핀 꽃도 보고 버섯도 보고

그렇게 천천히 가다보니
어느덧 어리목 들머리
짐은 카메라와 지갑 물병하나 어제 미리 사놓은 마늘빵 몇조각이 다니까
발걸음이 매우 가볍습니다.

듣던대로 어리목에서 오르는 길은 길이 순하고 걷기에 좋습니다.
이곳으로 오르기로 한것이 좋은 선택이었네요.

주말을 피해 오른것이라 등산객은 많지 않았는데
제주동중 아이들이 소풍을 와서
오르는 길 구비구비마다 꺄르르 꺄르르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가 가끔은 비오고난 후 산새소리처럼 들립니다.

단풍은 이제 막 시작입니다.

거리도 얼마 안되고 경사도 별로 심하지 않을 구간입니다.
안내판을 보니 사제비동산, 만세동산, 남벽의 풍경이 기대되어
마음이 조금은 들뜨더군요.

그래도 천천히 올라가 봅니다.
마음 급할거 하나 없습니다.

그렇게 쉬엄쉬엄 오르다 산위에서 먹으려고 싸온 도시락을 들머리부터 다 먹어버린
동중 꼬맹이 몇명과 일행이 되어 같이 어울려 올라갑니다.

인사잘하고 붙임성 좋은 유쾌한 아이들이었네요.

조금 더 오르자 시야가 열리는 곳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여기가 사제비동산인가?

눈많이 왔을 때의 길표시를 위한 기다란 봉이 곳곳에 있습니다.

만세동산이 시작되는 곳이겠죠?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고지의 색이 뭐라 형용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녹색과 갈색과 붉은색과  현무암과 하늘색의 조화로움...

탁트인 곳에 오니 잠시나마 마음도 탁트이더군요.
저 아래 주변의 오름들..
다 한번씩 가봐야지...

중간 중간 샘터가 있어
들머리 매점에서 사온 생수 하나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배고파하는 아이들에게 마늘빵을 다 나누어 줬지만
배낭없이 오르는 길이라 힘든줄은 잘 모르겠더군요.

서서히 보이는 저것이 남벽이군요.

오르기에 바쁜 사람들을 멀리보며  만세동산의 전망대에도 가봅니다.

이국적인 풍경. 참 좋다 라는 말외에
떠오르는 말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 이름이 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먼저 올라간 많은 친구들과 만난 꼬맹이들과 대피소직전에 헤어지고

한조각 맛만 본 마늘빵 대신 1,500원짜리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날이 참 푸르렀네요.
눈이 시린하늘이란걸 오랜만에 봤어요.

까마귀들과 놀며따듯한 햇볕에 땀을 말리며 한참을 쉬었습니다.
놀멍쉴멍


이제 남벽을 가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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