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뒷편 영실가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아니 뒷편이고 앞편이고 구분하는게 이상한 일이겠네요.

대피소에서 영실로 가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영실이란 이름은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하던 영산의 모습과 같다고 하여 지어졌다는데
뭐 자세한건 모르니 그냥 지나가야죠.

꽤나 높은 지대에 말이나 소가 뛰놀듯한 곳이 있다는것 하나만도
영실이란 이름보다 생경하긴 합니다.

 천천히 가다보니 남벽과 그위에 있을 백록담이 아주 조금씩 멀어져 갑니다.

길은 나무로 깔아놓아 걷기 좋습니다.
이런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 땅은 푹 꺼지고
먼지는 풀풀 날릴테니 탐방로에는 불가피한 것이겠지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만 오가는데 이제서야 영실 쪽에서 올라온 몇몇분도 계십니다.

조금 가다보니 윗세족은오름 오르는 계단이 보입니다.
몇몇분들은 가파르게만 보이는 계단이 피곤해 보였는지 무심히 지나치기도 했는데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나중에보니)커플만 그위로 올라가더군요.
저야 뭐 급할거 없으니 올라가야죠.
이름을 보니 윗세오름의 동생뻘쯤 되겠네요.

족은 윗세오름에 올라 주변경치를 보았습니다.

커플중 남자가 이야기합니다.
"거봐 올라오길 잘했지? ㅎㅎ"
올라오기전 어떤 대화가 있었을지 짐작이 가더군요.
다행히 여자분도 "올라오길 잘 했네" 라며 좋아하시네요.
이어지는 대화에
손발이 잠시 오그라드는듯한 느낌이 들어
커플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한참 있다가 내려갑니다.

안내판을 보니 조금 있으면 병풍 바위가 있나봅니다.

검은돌을 딛으며 내려가다보니 위에서 구경한 한라산 경치와는 사뭇 다른 경치가 펼쳐집니다.

이곳이 영실기암이었군요.

조망이 탁트인 곳에서는 주위 오름들이 많이 보입니다.
내일부터는 저곳을 하나씩 올라야지..

그간 한라산하면 떠올렸던 풍경과는 다른
오히려 설악산이라 하면 어울릴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하산을 했네요.

저곳이 병풍바위겠지요.

그렇게 한라산의 이미지와는 다른 풍경을 감상하며 내려오다보니
"아~이제 조금만 더가면 날머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풍경이 나타납니다.

하루종일 햇빛이 좋더니 하산 마지막 즈음까지 나무 사이로 내려오는 빛이 너무 좋았습니다.

좋은 빛 때문에 사진을 찍어보는데 어떤 사람이
뭐가 있어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냐고 말을 겁니다.

"빛이 좋아서요"

대답이 좀 뜬금 없었나?
 
자기는 뭔가가 있어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었는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저기에 뭔가가 없는게 아니고 뭔가가 있네요~

얘기를 더 해보니  그 사람은
제주에 두어달전에 내려와
아는 분의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해 주며 여행중 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난 혼자 여행다니고 싶어왔는데 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고 발길닿고 물 흐르는대로가 정답인거 같아
동행을 합니다.
같이 서귀포 올레시장에 가서 장을 봤습니다.
저는 한근에 이만원짜리 제주흑돼지와 술을 사고
그분은 저녁에 오기로한 손님의 먹거리를 삽니다.

잠시후 방안에 들어와 편히 자라는 권유를 완곡히 거절하고 그 옆 폐교에 텐트를 쳤습니다.

텐트를 치고 저녁준비를 하는데 아까 만난 분과
혼자 차를 가지고 장흥에서 배를 타고온 젊은친구,
 그리고 제주시에 사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굳이 텐트옆으로 와
합석을 합니다.

혼자였으면 라면하나 끓여먹고 잤을 밤인데 오겹살 한근에
게스트하우스 접대용 된장국에 사온 술에 냉장고에 있는 술까지 다먹고
내일 한라산에 간다는 젊은친구가 졸음이 올 때까지 자리를 같이 해 봅니다.


세사람이 안으로 들어가고 잠을 자려는데
왠 하얀개가 텐트앞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봅니다.
아까 장보러 가면서 잠시 얘기 들었던 복실이?
들개 같은 풍모지만..한편으로 순하고 겁이 많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그 복실이 맞나 봅니다.

복실아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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