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양계장을 하신다고 가까운 시골로 이사를 했어요.

닭을 해칠 수 있는 야생동물을 쫓기 위해 개 네마리 고양이 세마리를 키웠습니다.

 그 애들 중 누렁이가 생각납니다.

집앞에  다니던 국민학교가 있었는데

 학교에 가면 교실문 옆에 앉아 있다가 소사아저씨가 치는

쉬는시간 종소리가 땡땡땡 들리면

 교실안에 들어와 몇명 안되는 반 아이들과 같이 놀다가

 수업시간 종소리가 들리면 복도에 앉아 있던 기특한 놈이었지요.

영실로 내려와 이곳에 온 밤,  텐트 칠 때도 밥 먹을 때도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던

복실이를 보니 누렁이가 생각났습니다.

복실이의 눈빛이  슬퍼 보였습니다.

이 집의 주인의 복실이의 주인이 아니라는군요.

 어느날인가부터 매일와서 마당에 저렇게 앉아 있어서

남은 밥이라도 챙겨 주고 그런다는데 무슨 사연인지 궁금했네요.

이 집 주인이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전 주인이 키우던 개가 맞고  새끼를 다섯마리나 낳았고

다 분양 보냈고 주인도 상황이 어려워져 뭍으로 가면서

복실이를 딴집으로 보냈는데

얘가 어느날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라는군요.

복실아....

전날밤  우크렐레를 들고 스쿠터를 타고온 휴가나온 전경과

혼자 한라산을 가보려고 온 서울 처자는 이곳에서의  만남을 인연으로

같이 한라산으로 떠나고

아침까지 남은 몇몇분과 게스트 하우스를 끼고 있는 귤농장을

산책하기로 합니다.

사진에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저기 아래까지의 높이가 상당해서

폭포위에 서니 다리가 살짝 떨리 더군요.

제주에서의 명칭들은 외우기의 난이도가 영어 이상입니다.

올레길이 흥하다 보니 동네마다 걷는 길을 만들었는데 이곳은 거의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직 단맛이 나지 않는 귤이 많이 열려 있습니다.

감귤나무 사이로 한라산이 보이네요.

산책을 하는 동안에도 복실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닙니다.

그러다 동네개들을 만나더니 아는척을 하더군요.

그놈참...

농장 근처에는 예전에는 사람이 살았지만

이젠 폐가가 된 집들이 많습니다.

제주에도 서귀포에도 아파트가 많이 생겨서

그곳으로 이사한 분들이 있다는군요.

이틀을 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약 2미터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던

복실이가 이젠 1미터 정도까지 가까이 오곤 합니다.

 기분이 참 좋아아 보이죠?

제주 사시는 아주머니가 이런저런 식물에 대해서도 알려 주신게 많은데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두번 세번 들어야 머리속에 들어가겠죠.

+그나저나 복실이 보고 싶네요.


산사진이 별로 없어 좀 그러네요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