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구리 야영장에서 늦게 나왔습니다.
 눈을 뜨고 따듯한 물로 씻고 아침을 먹고 나니
 열한시?
며칠동안 꽤나 긴 거리를 걸어서인지
감기가 걸릴듯 말듯 몸이 편안치 않았네요.

뭐 아직은 급할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전날 영주산에서 본 오름들이 많은쪽으로 걸음을 떼어봅니다.

살살 가면서 먼저 들러야할 우선 순위를 나름 정했는데
 먼저 가까운 백약이 오름을 가보기로 합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네비게이션 앱을 보고 정했지만 확실하지는 않을것도 같더군요.

김기사~~

성읍쪽으로 가다가 길을 꺽었는데
아스팔트위에 메뚜기가 알을 낳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만한 광경입니다.

월요일이라 더 그렇겠지만
사람은 하나도 안보이고 가끔 일때문에
급한게 분명한 트럭들만 지나가곤합니다.

좀 걷다보니 이런 표지판이 보이네요.

저기 바다도 보이구요.

아까 오면서 수산한못을 들러볼까 말까하고 고민을 좀 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제주의 비경이라는데
일단 백약이 오름을 가기로 했으니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들러보고 싶다 생각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네요.
 

결국은 못 참고 그중에 궁대악이라는 곳을 들러봅니다.
원점회귀 하기가 좋아 보인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지요.

한바퀴 도는데 한시간 정도라고 생각하고
배낭을 입구 근처에 던져놓은 후에 올라 가 봅니다.

조금 올라 보니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일출봉이 보이는군요.
이곳이 성산포에서 생각보다도 가깝다는걸 알았습니다.

별로 인기가 없는 오름 이었는지 사람의 발길이 별로 보이지를 않았네요.

분명 개인 농장, 개인의 소유일 땅을 지나
발길을 이어봅니다.

혼자 내려오다 보니 뭔가 이상했어요.
길을 잘 못 들었네요.
말들이 물 마시는 곳까지 왔으니...

조금 돌았지만
배낭이 있는 곳까지 잘 왔으니 다행이지요.

이제 백약이 오름을 향해 갑니다.
옆에 가 보고 싶은 곳들이 보여도 일단은 백약이 오름으로...

아스팔트에 발바닥이 닿으면 그때마다 째지는듯한 고통이 있습니다.

되도록 아스팔트 옆 잡초들이 자라는 곳을 밟으며
백약이 오름까지 왔네요.

약초의 종류가 백가지가 넘게 자란다고 해서
백약이 오름인데
정작 식물들은 꼼꼼하게 관찰을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말이 있어야 어울릴 풍경인데
소들이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오름들은 여기서 내려가면 가봐야죠~

생각해 보면 요즘 제주한우가 비싸고 유명한게 이유가 있는거군요.

 능선으로 올랐습니다.

억새의 모습은 어제보다 더 가을이네요.

대전차 지뢰를 피해 다니던 어제의 길보다는 편안하게 걸어봅니다.

저기 보이는 오름에 사각모양이 공설 묘지겠죠.

대부분의 제주 오름에서는 한라산이 보입니다.
사실 지난번 글처럼 제주에서 오름이 아닌 것은 백록담을 이고 있는 한라산
뿐입니다.

구불구불 별로 힘들지 않은 오르내림

이런곳이
저 같은 저질체력의 인간에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람이 아무도 없는것은 좀 외롭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능선을 한바퀴 돌아 소들 사이를 지나 내려왔습니다.

다음은  저 위에서 보았던 곳들을 가야지...
생각은 그렇게 했는데
몸이 좀 좋지 않습니다.

일단 야영장을 찾아가야겠다~

비자림의 청소년 야영장을 가야하나  아니면 성산포의
야영장을 가야하나 고민하다
비자림의 야영장이 천오백명을 수용 할 수있는 곳이라는 정보를 보고
그냥 성산포쪽으로 발길을 돌려 봅니다.

나혼자 자기엔 너무 넓네요.


우여곡절 끝에 성산포로 왔습니다.

4.3의 비극이 서려있는 제주

바다로 왔습니다.
.

섬의 우수
 

 여기 가을햇살이
예순두해 전 일들을 기억하는 그 햇살이
그때 핏덩이 던 할아비의 주름진 앞이마와
죽은 자의 등에 업혀 목숨건진
수수깡 같은 노파의 잔등위로 무진장 쏟아지네 
거북이 등짝같은 눈을 가진 무리들이 바라보네
성산포 '앞바르터진목'
바다 물살 파랗게 질려
아직도 파들파들 파들파들 떨고 있는데
숨비기나무 줄기끝에
철 지난 꽃잎 몇조각
핏빛 태양 속으로 목숨 걸듯 숨어드는데 

섬의 우수 들불처럼 번지는데
성산포 4.3 희생자위령제단 위로
뉘집 혼백인양 바다갈매기 하얗게 사라지네

강중훈
 

텐트 치려했던 곳이 별로 맘에 들지않아 광치기로 왔습니다.

바다...

 우울하네요.

에이 모르겠다~~
일단 바닷가 해녀의 집에서
소주 한잔에 문어와 성게해삼물회를 먹어 봅니다.

그런데 가까이에 불빛이 보이네요.

이런 ~
좋아하는 개도 보이고...

얼리 오징어 배 불빛도 보이구요
 

까짓거

일단 개들이 이끄는대로 발길을 향해봅니다.

바다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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