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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Dobong 무박1일 무산소 등정기 (11/10)

pare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11.11 15:32:15
조회 1057 추천 20 댓글 19


고시생 생활 어언 1년째...

매일 제 눈이 볼 수 있는 것은 검은색 글자와 흰 여백 단 두가지 뿐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야외활동을 하려던 차에 마침 가을이기도 하고, 금전 부담도 적은 등산이 딱이었습니다.

검은색과 흰색에서 벗어나 가을의 색인 붉은색, 노란색, 갈색 등등 자연색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금방 들떴고, 11월 10일 바로 출발했습니다.

선택한 산은 바로 서울의 명산 중 명산 해발 73900cm의 Mt.Dobong이었습니다.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뾰족뾰족 솟은 봉우리가 아름다운 Mt.Dobong.

조선시대의 문장가이자 한성부 판윤이었던 서거정은 Mt.Dobong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읊었었죠...

"높은 다락에서 술잔 들고 한 번 웃어 보는데
수 많은 푸른 봉우리 뾰족 뾰족 무더기를 이루었고
십년 세월 하는 일없이 귀거래시만 지었는데
백발이 다정하여 자꾸만 재촉하누나"

 사실 Mt.Dobong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집 옥상에서 보면 항상 북동쪽에서 실루엣만으로도 위용을 뿜던 산이기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굳이 무산소로 등정하려했던 이유는 제 인내심과 끈기를 시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악명높은 Mt.Dobong을 무산소로 오른다면 시험이고 뭐고 못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랴 부랴 짐을 챙겨 셰르파를 구하기 위해 일단 노원구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본격 산행철이다 보니 셰르파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5일장에서 간신히 경험 많고 젊어보이는 여성 셰르파 한 명을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눈에 총기가 넘치는 것이 무박1일 무산소등정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것만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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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입니다. 힘없이 떨어진 낙엽들이 왠지 자신감을 잃게 하네요... 복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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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정하는 도중 나무 사이로 보이는 자운봉의 위엄... 근엄하게 저를 내려보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자운봉 쪽으로 등정하려고 했지만 자운봉 쪽은 정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하여 우이암을 거쳐 오봉으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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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 바로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사진에 이상한 궤적과 미확인비행물체가 보이는군요.. 지구침공을 위한 목적이 아니길 빕니다...

우이암은 어떻게 보면 머리가 긴 사람의 뒷모습 같기도 하네요..

흐음 어떻게 보면 남근상 같기도... 어찌됐든 산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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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만난 샘터(약수터)!!! 비록 낙엽이 떠있긴 했지만 물이 너무 맑았고 목이 타는듯하여 미친듯이 들이켰습니다.

동행하던 셰르파도 괜찮은 척을 하더니만 상의가 젖도록 들이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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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보이기 시작하는 오봉!! 저기 다섯 개의 봉우리가 보이시나요?? 오봉은 봉우리가 다섯 개라서 오봉이라 한다고 셰르파가 알려주더군요. 여기서 볼 때는 그저 귀염귀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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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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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슬슬 위용과 위엄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오봉.. 하지만 아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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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봉의 진면목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난생 처음 오봉과 정면으로 만난 저는 순간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위적인 것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자연의 무지막지한 힘... 경이로움...

중생대 쥬라기 중엽부터 시작된 대보조산운동(大寶造山運動)의 결과물!!!!

넋을 잃고 십분 정도를 쳐다만 보았습니다...

잠시 공부를 잊고 산행을 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황홀경에서 벗어난 저와 셰르파는 이리저리서 사진을 찍다가 오봉의 정상을 향했습니다.

참, 저기 중간에 계신 두 분은 안전장비도 없이 저기 걸터앉아 계시더군요... 정말 대단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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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런 게 바로 첩첩산중이라는 것일요..

산들이 겹겹이 마치 병풍처럼 저와 셰르파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새삼 이렇도록 아름다운 산들이 많은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마치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 정철이 금강산에서 선정의 포부를 밝혔듯이, 저도 꼭 합격해서 一生을 祖國과 民族을 爲해 바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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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오봉 정상에서의 풍경들... 갈색과 초록색의 교묘한 조화와 곳곳에서 수줍게 드러나는 화강암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자연색이라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오봉 5형제도 정말 귀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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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 정상에 꼽혀있던 다용도 탑! 마침 비행기의 궤적과 겹치서 그런지 로빈 훗의 사과가 생각나는군요... 이 탑이 산불감시도 한다는데 제발 산에서는 불조심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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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말라 비틀어진 단풍... 단풍을 보기에는 제가 너무 늦은 걸까요??

감수성이 뛰어난 셰르파도 역시나 슬픔을 감추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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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뒤통수가 저릿저릿 하더니만 역시나 썬더스톰 다발지역이었습니다. 비올 때는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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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르파와 신선한 과일을 먹었습니다. 자연의 품 속에서 자연을 먹다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도화원기의 도잠도 이런 기분이었겠죠?

K2 유산소 등정 때 협찬 받은 K2 등산화도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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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 칼바위 구간을 지나가던 중 발견한 위험표지판...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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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Dobong 주능선을 지나 하산하는 길... 바위가 많고 정말 가팔랐습니다. 발도 많이 헛디뎠고.. 역시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어렵더군요..

도산 선생님의 명언이 문득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산은 걸어서 올라갔다가 굴러서 내려오는 것이다." - 倒山 安蒼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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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나무는 대체... 두부를 넣기에 딱 좋은 구멍을 가진 나무였습니다. 한 스님의 일화가 생각나는군요.. 이미 충분히 젖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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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Dobong의 명물 거북샘 바위입니다. 귀두(龜頭)와 등갑(甲)이 보이시죠? 정말 귀여운 이 바위 밑으로 들어가면 아주 맛이 끝내주는 약수터가 있습니다.

또 한 번 셰르파와 함께 벌컥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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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런 낙서 좀 하지말아 주세요.. 저와 셰르파는 누가 먼저냐 할 것 없이 걸음 속도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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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Dobong의 또 하나의 명물. 자운폭포(가칭)입니다. 청정한 물들이 바위를 미끄러내려가듯이 쉼없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이 물의 침식작용 때문에 저 바위가 매년 수mm^-4씩 뒤로 이동하고 있다니 정말 자연은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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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만난 문사동 바위. 조선시대의 한 선비가 초서체로 멋들어지게 새긴 문사동이라는 단어에서는 선비의 올곧은 기품과 숭고한 학구열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걸 도대체 무엇으로 새겼을까요...  셰르파와 한동안 논쟁을 한 뒤 계속 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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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화됩니다. 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푸르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송사리들도 굉장히 많이 보였습니다. 이 송사리들이 어디서 왔느냐를 가지고 또 셰르파와 설전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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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에서 느껴지는 한없이 자비로운 저 미소... 저도 배워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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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을 거의 마쳐가던 즈음에 정말 반가운 손님들을 만났습니다.

저와 셰르파가 그토록 원하던 단풍!!

산 아래는 아직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단풍이 남아있었습니다.

정말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저 피처럼 붉은 단풍이 정말 아름답더군요.

역시나 산에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산 아래는 아직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단풍이 남아있었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계속 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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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산행의 종점입니다. ㅠㅠ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산!(出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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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묘미 중 하나가 또 산행 후의 식사 아니겠습니까?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자연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었기에 일부러 수타면을 하는 곳에 가서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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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계산해보니 총 8.41km를 걸었습니다. 네이버지도에는 2시간 7분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무박1일 무산소 등정.

비록 자운봉에는 가지 않았지만, 정말 후회되지 않는 감동적인 산행이었습니다.

앞으로 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틈틈이 시간나면 또 산행을 가야겠지요.

이만 마칩니다.

여러분!!! Mt.Dobong 한 번 가보세요!



<아래의 영상은 오봉 전경을 담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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