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정식으로 비박을 하실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내용이 길어지면 댓글로 다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이렇게 따로 글을 씁니다.

  앞서 쓰신 글을 볼 때 비박,야영 경험이 전혀 없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비박/야영 장비 역시 아직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 같구요.

  요즘엔 산에서 하는 야영을 그냥 '비박'이라고들 많이 부르던데, 의미전달과정에서 혼선을 피하기 위해
  제가 쓰는 글에서는 '야영'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적설기 한라산에서 검증된 장비와 상당한 경험 없이는 순수한 의미의 '비박'을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박'은 보통 산에서 텐트 없이 노숙하는 걸 뜻합니다.

  그러니 텐트를 치고 야영(alpine camping)을 하셔야 하는데,,,,,그러기 위해서는 텐트와 침낭,매트리스,
  그리고 이틀 동안 필요한 음식,버너와 코펠 등을 갖춰야 합니다.

  야영장비 일체를 갑자기 장만하려면,,,그것도 동계 한라산행을 염두에 두고 갖추려면 경비도 상당히
  투자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사진장비와 이런 야영장비를 합하면 배낭 무게가 상당히 무거워진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이번 겨울 언제 가실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이런 장비 일체를 갖추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닐테지만,
  장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촬영장비만으로도 배낭무게가 20kg에 육박한다면 거기에 야영장비까지 챙겨간다면 배낭무게가 아마도
  30kg을 가볍게 넘을 듯 싶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으면 이런 정도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적설기 한라산을 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배낭무게보다 경험은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혼자 야영을 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라면 갑작스레,,,그것도 한겨울 한라산에서 이틀동안 야영을
  제대로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일단은 야영장비를 최대한 빨리 갖춘 후 집에서 가까운 자연휴양림에서 야영을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시행착오를 최대한 빨리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냥 장비 갖췄다고 눈 덮힌 한라산에서 혼자 2박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더구나 사진촬영을
  '제대로'하려면
  몸의 컨디션도 좋게 유지해야할테니 미리미리 야영경험을 쌓아야 겨울 한라산 사진촬영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취사에 필요한 버너(stove)만 하더라도 일반 부탄가스버너는 유치원생도 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한겨울
  한라산에서는 휘발유버너가 필요한데,
  부탄가스버너와 달리 휘발유버너는 조작에 약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생전 써본 적이 없는 휘발유버너를 들고 한라산에 갔다가 정작 제대로 조작을 못한다면 이틀동안 굶거나
  생쌀을 씹다가 내려와야 합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히말라야 고산등정을 준비하는 원정대가 대한산악연맹같은 곳을 통해 신청해야 정식
  야영허가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곳에서 정식허가를 얻어 머물면서 사진촬영을 하신다니 귀한 기회를 얻으신 것 같습니다.
 
  귀한 기회를 잘 살리시려면 남은 한두달 정도의 기간동안 부지런히 사전준비를 하셔야만 합니다.

  동계야영장비를 다 구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그걸 잘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을 쌓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 모든 걸 이번 겨울 한라산에 가기 전에 해야한다는 건데,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야영경험이 있으신지, 가지고 있는 배낭의 크기, 이전의 산행경험, 한라산 동행인이 있는지의 여부,
  한라산 산행 일정 등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제가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너무 막연한 상태라 자세한 장비설명이나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