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 검단산, 영장산, 불곡산, 광교산, 백운산, 모락산

오랜만에 혼자서 40km 이상 산행을 가게 되었다.

룰루랄라 친목 위주의 산행도 좋지만, 단독 장거리 산행 또한 즐겁다.

집에서 3호선 신사역까지 버스(두 정거장)를 타고 간 뒤, 새벽 5시 31분 첫차를 탄다. 지하철 첫차는 별로인 게,

그날 새벽에 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닌, 그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타서 싫다.

나랑 상관도 없고 그게 뭐 싫어할 만한 일이냐 싶기도 하지만, 그냥 그렇다.

3호선을 가락시장까지 타고 가서, 8호선으로 갈아타고 남한산성입구역으로.

집에서 버스로 남한산성 유원지까지 두번에 가는 수도 있지만 이게 더 빠를 것 같다.

남한산성입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거의 모든 버스가 남한산성 유원지까지 간다. 10분도 안 걸린다.

6시 30분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부지런한 동네 주민 분들은 벌써 내려오고 계신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랑 상관도 없고 그게 뭐 좋아할 만한 일이냐 싶기도 하지만, 그냥 그렇다.

남한산성 유원지에서 남한산성 남문까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고,

그 이후로 불곡산까지는 쭉 잘 아는 길이다.

검단산 정상에서 일출도 얻어 걸려 보았다.

노면 상황이 아이젠이 없이도 갈만한 상황이라 편하게 갔다. 남한산성 남문에서부터는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 하다가 영장산 정상에 이르기 조금 전에서야 대형 배낭을 메고 오르는 두분을 만났는데, 그 두분은 영장산 정상 바로 밑에서 포장마차 영업하시는 분들이었..

태재고개 방향으로 내려가면서야 제법 사람들이 나타난다. 영장산에서 태재고개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잘못하면 율동공원 쪽으로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나도 이 길을 처음으로 왔을 때는 잘못 갔었..) 물론 오늘은 세번째 오는 길이라 잘못갈 염려는 없다.

날씨가 적당히 쌀쌀한데 옷을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잘 입고 온 것 같다. 날씨 탓에 물 500ml, 게토레이 500ml 가져온 게 태재고개 내려와서까지 남아있었다. 원래는 여기서 간식을 먹고 음료를 보충할 계획이었으나 안 쉬고 바로 불곡산으로 계속 진행. 불곡산 정상 언저리에서 처음으로 벤치에 누워서 허리를 쫙 펴고 쉰다.

...라고는 해도 소요시간 약 2분. 간다. 쉼 없이 또 계속 걷는다.

불곡산을 내려와서 편의점에서 육개장 사발면을 먹는데, 제법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어느 할머니 한분이 도시락을 사서 데워서 편의점에서 드시는 거였다. 아니, 저 연세에 저렇게 매우 점잖고 기품있게 생기신 분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드시고 계시다니. 세상 참 모를 일이다.

2주 전에 답사를 왔었 기에 무난히 손곡중학교 근처 광교산 들머리에 찾아간다.

그런데 광교산에서부터 등산로가 진흙 구간이 많아서 편안한 느낌이 아니다. 진흙 길은 단순히 신발만 더러워지는 게 아니라 발이 푹푹 빠져서 눈길을 가는 것 못지 않게 힘도 많이 들고 별로다. 광교산은 급한 경사가 없고 완만하게 길게 오른다. 불수사도삼에서 마지막 삼각산 위문을 오를 때를 생각하면 매우 무난한 길이다.

광교산 정상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어느 쪽 방향에서 진행하든 체력 소모가 거의 없는 평지에 가까운 구간.

모락산 방면으로 백운산을 하산하려는데 어라 이상하다. 이쪽은 등산로가 지금까지와 완전 딴판이다. 그냥저냥 내려 가보려 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안 되겠다. 산행 시작한지 약 8시간만에 드디어 아이젠을 꺼내 신는다. 계속 아이젠을 신고 갈 것을, 가다가 풀렀더니 또 얼어 있는 내리막이 나오고, 그런식이라 벗었다 다시 신었다를 세번이나 반복했다;

그리고는 모락산으로 이어진다. 모락산은 처음인데, 여긴 완전 진흙탕 구간이다. 사시사철 이런 진흙길은 아니겠지만, 첫 산행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등산로이다. 여기는 사실 올 일이 없다. 오늘 굳이 청계산이 아닌 모락산 쪽으로 코스를 계획한 것도, 청계산쪽 연계산행은 앞으로도 많이 다니겠지만, 모락산은 앞으로는 올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오늘 한번 가보려고 한 거라.

산악 자전거들이 다닌 흔적도 많고, 이정표도 시원치 않다. 정상 언저리에 갔는데 태극기가 흔들 거리는 거도 못 보고, 반대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정상을 넘어서 다른 곳으로 길이 나있는 산이 아니라, 북한산 백운대처럼 정상에 잠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이었다. 물론 위문에서 백운대 올라가듯이 한참 올라가는 건 아니고, 5분이면 올라갔다 내려온다.

계원예술대학교 방면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계단으로 잘 나 있는 길이 있긴 있었는데 이정표가 없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다가 GPS를 확인해보니 이건 네이버 지도에는 길도 없는 길이더라; 그래도 분명 길은 길인지라 계속 가면 내려갈 수는 있겠으나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하고 다시 빽. 이 부근에서 왔다갔다 불필요하게 시간, 체력을 소모했다.

그 계단 길이 계원예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이 맞았다. 그 계단 내려가니 그 밑에는 이정표가 자세히 되어 있네. 마지막 내려오는 길이 의외로 또 눈이 얼어 있는 구간이라 마지막으로 다시 아이젠을 꺼내 신는다.

산행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가면 집중력도 많이 흐트러지는 지라, 조심조심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가며 그렇게 하산하였다.

산행난이도는 동부6산(하남 검단,광주 용마,남한,성남 검단,영장,불곡) 보다는 조금 높고, 불수사도삼보다는 조금 낮은 듯하다.

남한산성을 유원지쪽이 아닌 은고개 방면에서 오른다면, 불수사도삼과 대등한 난이도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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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3

남한산성 유원지(06시30분) ~ 남한산성 남문(D+18분) ~ 검단산 정상(D+44분) ~ 망덕산 왕기봉(D+01시간02분) ~ 영장산 정상(D+02시간42분) ~ 태재고개(D+03시간51분) ~ (음료 충분해서 보급 없이 계속 진행) ~ 불곡산 정상(D+04시간23분) ~ 불곡산 산림욕장 입구(D+05시간04분) ~ (편의점 사발면 매식, 음료 보충) ~ 광교산 수지 만남의 교회 입구(D+05시간59분) ~ 광교산 정상(D+07시간33분) ~ 백운산 정상(D+08시간01분) ~ 모락산 정상(D+09시간28분) ~ 의왕시 내손동 갈미공원(D+10시간13분, 16시43분) 

※ 첨부한 GPS 파일은 다운로드 하셔서 나들이 어플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