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에서 입산관리 하시는 분이 방명록을 적으라 하신다.

   주소, 연락처를...

   얼핏 보니 나 이전에 네분이 입산 하셨다.

   열명 이내로 입산 할 모양이라고 하신다.

   오늘도 사람구경 하긴 어렵겠구나 싶다.

   충북알프스의 남향을 관장하는 대장군 구병산을 찾는다.

   동으로 북진하는 대간길의 장엄함과

   북으로 어서오라 손짓하는 속리산 산군들이 아름다웠다.

   오래전 구병리에서 올라 세발 네발 기었던 기억.

   적암리를 들머리로 신록의 봄을 만나고 왔다.

지난 계절 감춰뒀던 본연의 색을 각자 뽐내려 여념이 없다.

산이 여린 화장을 하고 있다.

녹음이 짙어지기 전 보여주는 이 신록의 색이

일상의 탁한 시야를 시원하게 치료한다.

산사태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주 오래전에...

자연스러운 너덜길도 형성되어 있고.

같은 생명 일진데

산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아이들을 보여준다.

인적을 느낄 수 없는 산길

가사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흥얼 거려본다.

깊은산 오솔길옆 자그마한 연못에~

예쁜 붕어 두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 지지요~

깊은산 오솔길~ 옆.

가사 기억안난다.

그럼 뭐 다른곡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가슴으로 스몄으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타는 가슴으로 스몄으면

사월 목마른 사월 하늘
진홍빛 슬픔으로 피어

그대 돌아오는 길 위에서~ 흩어지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능선에 올라

구병산이 자랑하는

조금은 거칠지만 뛰어난 조망을 보여주는 암릉길을 이어 본다.

청주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보기도 하고

멀리 우뚝솟은 속리산 천왕봉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노약자, 부녀자는 아니므로

직진 !!

팔뚝에 힘좀 들어간다

오르면서 돌아보면 이렇게 아름다움이 다가오고

속리산에 빼앗긴 시선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암릉군에선 주봉 구병산 보다

오히려 강한 느낌의 853봉

흐리다는 날씨 예보와는 달리

푸른 하늘과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이

조용한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구병산에 올랐다.

날이 흐려진다.

작은 빗방울이 떨어 진다.

먹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온다.

오랜만에 멋진 빛내림을 만났다.

버스시간이 아쉽다.

저 시원함에 몸을 담구고 싶다.

하산길은 언제나 미련을 동반한다.

시간을 멈춰

오로지 나와 자연이 전해주는 소리만 들렸던 하루

걸음을 자주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했던

아름다운 산.

오월의 첫날.

2013.05.01  보은 구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