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천하지만 리딩을 하고 있는 산악회에서 황매산을 다녀온다 한다.

대중교통이나 혼자 발걸음으론 다가서기 쉽지 않은 산이다.

마침 잘됬다 싶어,

단체 일정이 끝나면 정상 뒤편에서

봄날 화려한 해넘이를 보며 하루밤 보낼까 싶었다.

축제 기간이라 한다.  철쭉 !

복잡함이 싫어 당일로 다녀 온다.

가는길 4시간,  오는길 3시간 반.

와~~  경남 산을 이렇게 편하게 다녀와도 되나 싶었다.

최소 무박산행 아니고선 꿈도 못꾸던 산들인데...

모산재 - 배틀봉 - 황매산 - 너백이쉼터 - 장박이마을  5시간.

명불허전 !

철쭉 때문만은 아니다.

그 넓은 평원에 감동했다.

푸른하늘과 잔잔히 땀을 식혀주는 바람

탁 트인 시야.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을 한번에 조망하는 장군의 기개.

오랜만에 허파가 뻥~~ 뚫렸다 !!

조금은 쌀쌀한 느낌의 지난 주

산행도중 함께한 님들의 눈초리는...

'물좀 주면 안잡아 먹지~~'  였다. ㅎㅎ

전국을 적셔 주던 봄비도 자취를 감추고

하늘은 푸르고

신록의 청량함이 산야를 가득 덮고 있다.

모산재로 오름길은 심심치 않게

암릉과 푸른잎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삼십여분만 코구멍을 벌렁거리며 헥헥 대다 보면

요렇게 가슴이 열리게 된다.

발품 좀 팔면 만나게 되는

참 저렴한 아름다움이다.

지난주 산객블로그에서 몽울보기도 힘들다 했기에

별반 기대는 하지 않았건만..

평원 전체를 덮는 만개는 아니건만

저 붉은 양탄자를 보는순간

산을 찾은 모든이들은 자그마한 탄식을 낸다.

고지대 분지처럼 형성된

자연의 병풍.

황매산이 군락지를 앞세워 모습을 보인다.

산을 찾은 모든이들이

갑자기 찾아온 더위에도 발걸음이 가볍다.

두런두런 들려오는 수다가 좋다.

황매산 봉화대

함천군과 산청군의 경계를 나타내는 깃발들

맘에 안든다~~ 정말 !!

정상을 향해 수직으로 나 있는 나무계단을 보니 현기증이 난다~~

지리산 천왕봉과 인사를 나누고

가야산과도 악수를 한다.

멋.지.다 !

정상을 향해 오름짓을 하는 이의 뒷모습.

푸른하늘을 배경으로

오르고자 하는 순결한 욕망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합천호 ]

매일 매일이 오늘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으론 황매산은 사계절 다 좋지만

깊은 가을이 다가와 억새들이 춤을 추는 그 때의 모습이 아련하다.

가을이 다시 찾아오면 몇몇이들을 끌고 다시 이곳에서

밤하늘 보며 탁주 한잔 해야지 한다.

몸이 가볍다.

아름다웠던 황매산을 기억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자 전철에 몸을 던진다.

날이 흐리다.

이런날은 숲냄새가 좋다.

대야미 역에서 갈치호수를 한바퀴 돌아 걷기 좋은 수리산 둘레길을 찾는다.

흐린날씨가 오히려 걸음을 가볍게 한다.

호수 곳곳에서는

쑥을 캐는 아낙네들이 허리 필 생각을 않고 있다.

며칠을 사이에 두고

계절은 봄을 멀리 보내려 한다.

사무실 창밖에 펼쳐진,

길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05.11~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