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하나씩 벗어보자 하고는 있지만

인생 참 어렵다.

딱정이 떨어져 새살 나오 듯

상념은 언제고 환생을 멈추지 않는다.

이 길인가 싶어 가다보면

막다른 길,

맞는 길인지도 알 수 없다.

산길을 걸음은

삶에 비하면 쉽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목적지와 여정을 정할 수가 있다.

때로 걷고자 하는 길을

잃는다 하여도

지도와 나침반 하나 챙겨 떠나면

그러면 된다.

길이 조금 쓸쓸하겠다 싶을 땐

같이 걷자 말할 수 있는 이

몇 있으면,

그러면 된다.

닫혔던 설악이 열렸다.

그리움이 너무 깊어져

등 돌릴까 싶었지만......

산괴불주머니와 금낭화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 였던가?

산제비는

강남 제비와

친척 일까

딴애들은 이미 졌더구만

여기선 이제 몽울을 티우는 구나

산벚꽃에도 눈길이 가고

볼거리 참 많다.

한달만 먼저 설악을 열어주면

꽃구경 배부르게 하겠구먼

얼레지

정상이 다가 왔나 보다

동해를 배경으로

산그리메가 좋다.

동갑내기 친구

먼길  함께해 줘 고맙기도 하고

당연한거 같기도 하고 ㅎㅎ

쨍한 날도 좋지만

오늘처럼 구름이 내려 앉으면

산그리메는 더욱 뚜렷하다.

울산바위를 너머

저 멀리 동해가 펼쳐져 있다.

중청에 있는 볼링공은

꼭 한번 던져봐야지 하기도 한다.

마등령, 황철봉이

바로 앞에 있는 듯

시야가 좋다.

기다린 보람이 있네~  한다.

산사태 흔적 끝에 있는 희운각 대피소가

천불동에게 먹힐것 같다.

[ 설악산 대청봉 ]

용의 이빨 봉정암은 많이 작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 였구나

사리탑에서 참배 해야 겠다.

무슨 소원을 빌까....

소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으니

소고기 먹게 해 달라 해야 겠다~

소청 내림길은 언제나 좋다.

화채능과 천불, 울산이, 공룡, 용아

그 뒤론 마등령

멀리 금강~

파노라마 처럼 설악을 볼 수 있어 좋다.

새로 단장한 소청산장.

용아를 앞에두고

삼겹을 탐했다.

봉정암 사리탑에 오르면

용아가 잡아 먹을 듯

거대한 위용으로 다가 온다.

구곡담계곡이 시작된다.

이 물줄기가

가야동계곡과 합류해

수렴동계곡이 된다.

신의 조각

오월의 신록이

청아한 계곡소리와 합주를 시작하면

그 색과

그 소리에

잠시나마 상념을 잊고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런거지

인생 또한

자연의 일부 인 것을

언제까지고 짊어 지고 갈 것도 아닌데

영원함은 없는 것인데

설악의 골

곡백운으로 가는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고목

가지말라는 길

말리면 더욱 가고 싶은 길 !

백운폭 본지도 꽤 됬구나...

저분들 모습이

왜그리 평온해 보이던지

백담사에서 오늘 산길을 멈춘다.

길은 다시 이어지겠지

설악에 대한 그리움에 지쳐

그 기다리는 시간이 미워지려 할 때,

그럴때 걸어본 그 곳

아무래도 한동안은

외도 따윈 꿈도 못꾸겠다 싶다.

돌아오는 주말엔

귀때기나 한대 맞으러 가야지 한다.

05.18  설악산

남설악분소 - 대청 - 중청 - 소청 - 봉정암 - 구곡담계곡 - 수렴동 - 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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