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어제 가려고 했는데

미련이 남아 몇군데라도 서류 좀 더 써볼라고 오늘로 미뤘네요

혼자가는 산행이라 푹 자고 일어나니 11시...

고민이 되었지만 블로거 등산가들이 동일 코스를 5시간에 끊었다고 하니

해볼만 하겠다싶어 정릉입구에 도착하니 2시 20분쯤 되더군요..

그런데 져가는 해를 보니 슬슬 조바심이 납니다..

보국문까지는 스파르타를 외치며 속도감있게 올랐습니다. 덕분에 원래 안좋은 오른쪽 무릎이 욱신거리는.

보국문 이후로는 완만한 능선을 타고 이동하여 대동문에서 휴식.

혹시 시간이 부족하여 밤길 하산할까 무서워 조금이라도 평지가 나오면 속보로 이동.

겨우 백운대를 사정권에 두고 큰 바위 위에 앉아 휴식.

평일이라 사람도 거의 없고 주변 부대인지 야비군 교장인지 콩 볶는 소리만 가끔씩.

백운대에 접근하는 돌길이 예상외로 미끄러워 등산화를 신고도 주의를 해야 했습니다.

출발 전 마트에서 산 350원짜리 빨간뼁끼 목장갑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 백운대에 올랐는데 생각보다 가파르고 아슬아슬한 코스라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는,

뒤를 내려다 보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올랐습니다.

백운대에 오르니 사방으로 확 트여 저 멀리 인천 앞바다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바람은 차갑고 세차서 즉시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백운대에 비닐에 담긴 머플러와 담요가 있었는데 노숙자가 거기서 생활할리는 만무하니

혹 누군가 필요하면 쓰시라고, 혹은 이 근처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들에게 유족이 가져다 놓았는가

속으로 추측만 해보았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인수봉을 보니 오늘은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없네요. 평일이라 그런가..

적당히 휴식한 후 우이동 방면으로 백운산장, 산악구조대를 거쳐 도선사로 하산했는데.

신기하게도 하산 도중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등에 커다란 캠핑백을 짊어 진 한 가족을 지나쳤습니다.

국립공원은 야간산행, 비박이 금지라는데 과연 어디서 머물 생각인지 궁금했습니다.

하산길은 지치기도 하고 초행이기도 하여 얼마나 가야 산길이 끝날지를 모르니 급한 마음에 사진도 찍지 않고 내려왔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6시 40분 경 도선사 광장에 도착하여 땀내나는 상의를 새 티셔츠로 갈아입고 물품을 정리했습니다.

여기 리뷰에서 보고 도선사 셔틀에 천원을 시주하고 타고 내려올까 했으나 버스 앞유리에

등산객 탑승금지 푯말을 보고 얼굴이 두껍지 못하여 그냥 걸어내려가기로 합니다.

다행히 리뷰와는 다르게 상당 구간 인도가 설치되어 있었고 간혹 차도구간이나 어두운 길에서는

혹시 몰라 가져간 자전거 전조등(엘이디 4구)을 사이키 모드로 해놓고 손에 쥐고 걸었습니다.

약 2km라는 리뷰를 보고 각오는 했지만 30분 가까이 걸어내려온 것 같습니다. 다행히 막 출발하려던

버스를 잡아타고 피로에 꾸벅꾸벅 졸면서 집에 도착.

등산부터 하산까지 약 4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좀 더 일찍 올랐다면 여유있는 등산이 가능했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9월 초 관악산을 사당역-연주대-과천향교 코스로 간 적이 있는데 더위 때문인지

실제 이동거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체력적으로는 금일 산행이 더 여유있었습니다.

일생 처음 해발 800이상의 산에 올랐는데 그 경치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