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뱅기에 타니 기장이 제주에 비가오고 있다네, 

제주공항 도착하니 장대비는 아니더라도 꽤 많은 비가 내리더라고.

택시타고 성판악에 도착해서도 계속 비,

매점에서 김밥, 물, 귤 사서 챙기고, 상,하의 비옷으로 무장하고 장비챙겨서

9:30분 성판악 출발, 등산로는 비가 오고있어 군데군데 발목까지 눈위로 개울이 흐르더라고,

그런 상태가 진달래 대피소까지 이어지고 계속 비,

11:30분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비가 눈으로 바뀜.

사발면 먹고있는데 대설주의보로 정상통제한다고하며 정상갈려면 바로 올라가라고 해서 

허겁지겁 먹고 대피소 통과, 한참 가고있는데, 저기가 정상이야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와~ 아무것도 안보여요…

한참을 째려보니 뭔가가 희미하게 보이는데 저기가 정상인가 정도…

정상에 올라서도 계속 눈은 오고, 저기가 백록담이야 그러는데, 

와~ 아무것도 안보여요…

바람불고, 눈오고, 아무것도 안보이고, 별수없이 관음사쪽으로 하산하는데,

와~ 아무것도 안보여요…

동네뒷산을 간건지, 한라산을 간건지 구분이 안됬시요.

관음사에서 택시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저녁식사하고 모텔에서 하룻밤자고, 

아침에 모텔을 나오는데 눈이 오네요… 

맛폰 검색하니 남벽분기점은 통제네요…

영실매표소까지 가는 택시를 열대정도 찾았는데, 영실은 커녕 어리목도 못간다네…

택시기사가 버스는 간다고해서 터미널 갔더니 버스도 눈때문에 영실은 못가고 

어리목까지만 간다네요. 어리목 편의점은 김밥도 안팔아요…  

별수없이 행동식을 때우기로 하고 등산시작, 사제비동산까진 눈도오고 꽤 운치가 있었시요.

숲길을 빠져나와 사제비동산 몇백미터 앞에서부터 바람이 불기시작하더니, 

와~ 아무것도 안보여요…

숲길하곤 완전 딴판이에요.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데, 귀찮아서 소프트쉘 위에 고어텍스 입은게 정말 다행이다 싶어시요.

눈앞에 빨간색 깃발이 하나 보이고, 또 걸어가면 하나가 보이고, 그렇게 계속 가서 

윗세오름에 다 와가는데, 하산하는 분들이 등산통제됐다고 하산하라네요…

그래도 윗세오름까진 가야지요, 암요.

대피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우르르 하산을 하네요. 화장실 갔다오니 대피소에 아무도 없네요.

혼자 멍하니 쉬고있는데 직원이 나오더니, 당장 내려가라고 쫒아네내요.

전화로 등산객 올려보내면 절대 안된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사제비동산 지나 숲길나오기까지, 어리목으로 다시 하산하는 길은 완전 죽음이였시요.

맞바람이 면상을 후려 갈기는데, 눈이 눈알을 때려서 눈도 못뜨겠고, 크지도 않은 속눈썹에 

얼음이 얼어서 눈앞에 얼음덩이가 주렁주렁보이고, 사람들은 전부 하산해서 아무도 없고,

빨간색 깃발도 잘안보이고…

이러다 길잃고 잘못되는거 아닌가, 염통이 쫄깃 쫄깃했시요.

숲길에 접어들어서야 안심도 돼고, 배고픔도 느껴져서, 쵸고바 몇개 까먹고 하산했시요.

빠른 시일안에 날 좋은날 잡아서 다시 가야해요. 한라산.

동네뒷산을 간건지, 한라산을 간건지 구분이 안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