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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체력 등산초보의 설악산 대청봉 정ㅋ벅ㅋ기

뀨규귱(1.232) 2014.02.06 21:25:48
조회 1127 추천 1 댓글 8


안녕 예전에 20대의 초저질체력 여자인데 설악산 갈 수 있냐는 글을 올렸었는데 후기 남기러 왔어.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잘 다녀왔어ㅋㅋ


출발하기 하루 전 날 갑자기 추워져서 한파주의보가 떨어졌는데 이게 나쁘지 않았던게 기온만 낮았지 눈도 안 오고 바람은 세지 않고 날이 맑았고, 워낙 추우니 다운쟈켓을 벗지 않고 입은채로 올라가도 괜찮더라고. 내가 배낭을 작은걸 들고갔기 때문에 그걸 벗어야 했다면 가방이 너무 작아서 문제가 됐을거 같아. 잠깐잠깐 중간에 쉴 때도 너무 추웠을 것 같고.  


상의는 운동복나시+등산복티셔츠+구스다운패딩+고어텍스팩라이트바람막이를 챙겨입었고, 하의는 등산바지랑 운동할 때 입는 타이즈 하나 껴입었어. 그 외에는 등산화, 스패츠, 아이젠, 쌍스틱, 귀덮는 모자, 방한장갑 준비했고. 



동서울터미널에서 6시30분 버스를 타고 한계령에서 내렸어. 휴게소에서 아침을 사먹고, 입산통제시각이 10시라서 9시반쯤 출발했어. 솔직히 처음에 거기 휴게소 옆에 있는 계단 올라가는것도 너무 숨이 차서 거기 벤치에서 아이젠 차면서 속으로 집에 갈까말까 엄청 고민했어ㅋㅋㅋㅋ거기서부터 본격 올라가기 시작했는데....정말 천천히 올라갔어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ㅋㅋㅋㅋ뒤에 사람들 오면 다 비켜주고, 힘들면 잠깐이라도 서서 숨 고르고 가고.

같이 간 친구가 내 페이스에 맞춰줘서 그게 엄청 큰 힘이 됐어. 계속 움직이니까 열이 나서 잘 몰랐는데 날이 춥긴 추웠는지 가방 옆에 꽂아놓은 생수가 출발한지 삼십분도 안 돼서 살얼음이 끼더니 나중에는 마실수도 없더라ㅋㅋㅋ처음 삼십분~한 시간은 진짜 죽을거 같이 힘들더니 나중에는 익숙해져서인지 그래도 좀 덜 힘들더라고. 아마 처음이 경사가 더 심해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너무 오랜만에 몸을 써서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던거 같아ㅋㅋ



중청대피소에는 한 4시쯤 도착한거 같아. 9시 반쯤 출발했으니까 6시간30분 정도 걸린거지ㅋㅋ대피소에 앉아서 좀 쉬다가 5시에 담요 빌려서 입실해서 짐 풀고, 취사장에서 준비해간 제육볶음 해서 먹었어. 햇반은 거기서 사먹었고. 하나에 3000원이니까 엄청 비싸지만 대신 데워주는데 물 끓여서 데우려면 거의 이삼십분 더 걸리니까 그게 훨씬 나은거 같더라. 하여간 다 치우고 자려고 누운게 한 7시반~8시쯤 인거 같은데 사실 나랑 친구들은 다 엄청 피곤했거든 전날도 새벽에 일어나느라 별로 못자고. 그래서 금방 잘 줄 알았는데, 대피소 안에 한 무리가 그 안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거야-_- 결국 그 중에 중년 아저씨 한 명이 꽐라가 돼서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어. 그 사람 주정이 거의 11시 넘어서까지 이어진거 같아. 그 사람 때문에 대피소 안의 다른 사람들 20여명도 다 못자고 나중에 사람들이 빡쳐서 다 졸라 지랄해는데, 술취한 중년남자가 어디 그런거 신경쓰겠어....결국 직원이 와서 자제시켰나 결국 데리고 나갔나 하여간 거의 새벽1시까지 소란스러워서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어. 


그 아저씨 조용해진 다음에는 이제 좀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옆의 친구가 먼저 잠든 다음 코고는 소리가.......ㅠㅠㅠ


결국 그날 한 2시간 잤나?ㅠㅠㅠㅠ그러고 아침에 5시 반쯤 일어나서 아침은 라면 끓여먹고 나갈 준비하는데 죽고싶더라 진짜ㅠㅠㅠㅠ

그러고 짐싸서 대청봉 올라가서 일출 보는데 진짜 장관이긴 하더라 엄청 뿌듯하기도 하고. 내려오는건 원래 친구는 공룡능선? 타고 싶어했는데 전날 대피소 직원이 초보는 절대 그 코스 가지 말라고 지금 다 얼고 너무 길어서 위험하다고 큰 일 난다고 중간에 퍼진다고 그래서 나 때문에 오색으로.... 내려오는데 한 3시간~3시간반 정도 걸린거 같아. 막판에는 정말 다리 풀려서 몇 번이나 저 세상 갈 뻔 했어ㅋㅋㅋㅋ거의 기어내려오다시피 함....



다 내려왔을때의 그 기쁨과 뿌듯함은 말로 다 못하겠더라 진짜ㅋㅋㅋㅋ원래계획에는 속초가서 회먹으려고 했었는데 오색으로 내려오니까 너무 아무것도 없고 시간도 너무 이르고 해서 뭐 할까 고민하다가 거기 호텔+온천이 있더라고?ㅋㅋㅋ 회는 포기하고 온천가서 15000원에 온천입장권+온천내식당식사+찜질방음료수 티켓 끊어가지고 온천하고 쉬다가 3시차타고 서울 돌아왔어. 거기 온천 탄산온천이더라 진짜 강추~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고 넓고 깨끗하고 넘 좋더라. 


어제 저녁에 집에 왔는데 오늘 일어나서 다리가 아파서 침대에서 내려가다가 자빠질뻔 했어ㅋㅋㅋㅋㅋㅋ잠 자다가 다리가 아파서 깨긴 또 첨이야ㅋㅋㅋㅋ진짜 너란 근육통.... 5년 전에 자전거로 전국일주했던 때보다 더 힘들엌ㅋㅋㅋㅋ1주일은 누워있을듯ㅋㅋㅋㅋㅋㅋ


정말 너무너무 개거치 힘들었지만 엄청 뿌듯하고 재미도 있었어. 내 페이스 맞춰준 친구들에게 넘 고맙고. 나 버리고 갔으면 훨씬 빨리 편하게 올라가고 금방 내려왔을텐데~


다음에 남친 생기면 겨울의 설악산 꼭 한번 더 가구싶다. 등산하고 내려와서 그때는 온천하고 호텔에서 1박하고 느긋하게 담날 속초가서 회도 먹고 그렇게 2박3일 놀다오면 너무 좋을듯ㅋㅋㅋㅋ애인 있는 사람에게 강추하는 코스ㅋㅋㅋㅋㅋ


하여간 예전에 질문 올렸을 때 갈 수 있다고 답글 달아준 사람들 고마워 덕분에 쫄지 않고 용감하게 잘 다녀올 수 있었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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