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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폭풍 맞으며 천왕봉 다녀왔습니다

머전게이(220.83) 2017.11.25 23:36:11
조회 1028 추천 27 댓글 16
														

작년에도 연말 즈음에 지리산 종주를 하다가 컨디션 난조 + 준비 부족으로 

벽소령에서 리타이어하고 돌아왔었는데, 시간이 나는 김에 재도전을 시도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다시 벽소령으로 올라가서 종주를 이어가려고 했었는데, 

마침 휴가를 내고 나니 산불방지 기간이라 연하천 ~ 세석 인근은 아예 출입이 안되어서 

긴급히 계획을 변경,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 코스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출발하는 버스를 타자마자 눈이 많이 내린다고 예보도 나오고 했지만 

함양 근처는 눈도 아니고 별 거 아닌듯해서 그냥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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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느지막히 백무동 도착해서 올라가보니 산은 벌써 이 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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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눈이 심하게 오지는 않았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간간이 있어서 발자국 보며 길을 따라갔습니다.

해지기 전에 대피소 들어가야 해서 좀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랜턴이 있기는 했지만 눈이 계속 내리다 보니 등산로도 점점 안보이고,

앞사람 발자국도 눈에 묻혀서 야간 산행은 좀 자신이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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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피소 도착도 못했는데 해는 져가고.....

그래도 열심히 걸었더니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장터목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 도착해서 대피소 아래 급수대에서 물 떠다가 햇반 데워서 저녁먹고,

대피소는 20:30에 불을 꺼버리는 관계로 이어폰 꽂고 그냥 잠들었습니다.

다른 대피소는 난방이 빵빵해서 노곤노곤하게 잠을 잘 잤는데,

장터목은 난방이 약해서 춥다 ~ 그럭저럭 견딜만하네 정도 온도였습니다.

입고 왔던 파카라도 껴입고 잤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눈도 맞고 잔뜩 땀 흘려서 

말릴려고 널어놓은 상태라 입지도 못하고...

여분의 옷가지라도 가져왔어야 되는데 준비가 여전히 부실했습니다.

작년에는 스틱도 안 가지고 그냥 입던 옷에다가 평소 메고 다니던 백팩 메고 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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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어제 눈이와서 그런지 계속 찌뿌둥한 날씨...

평일이라 대피소에는 대략 열 명 정도밖에 없었는데,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일출보러 간 아재들도 있었고

이런 날씨에 천왕봉 가야 뭐가 있겠냐 하고 아침일찍 그냥 하산하는 아재들도 있었는데,

천왕봉이 있고 내가 있으니 나는 그대로 간다 하고 그냥 일정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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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마찬가지로 급수대에 가서 물 떠다가 아침 먹으려고 가 봤더니 어제 눈도 오고 기온이 급강하해서

급수대가 그만 다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마침 대피소에 파는 생수도 떨어졌다고 그래서 

어차피 직접 먹을 물도 아니고 그냥 햇반만 데워먹으면 되는 거, 밖에 쌓인 눈 퍼다가 끓였습니다.

겉보기엔 깨끗한 눈인데 끓이고 나니 먼지에 검불에 오리털 부스러기 등.. 이물질 엄청 많음.

어차피 끓인 거 먹으면 안죽는다고 그냥 눈 퍼다가 라면 끓여먹고 가는 아재들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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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흔한 대피소 풍경....

한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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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정도면 사람들은 다 나가고 없습니다. 거의 마지막으로 짐싸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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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인데 풍경이 많이 바뀌었네요.

대피소에서 좀 느지막히 출발을 해서 그런지 천왕봉까지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계속 혼자서 경치 구경하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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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 겨우 1시간 반 거리인데, 그 짧은 시간동안 쨍쨍 해도 뜨고, 눈보라도 휘날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고

다시 맑아졌다가, 고갯길 하나 넘으면 또 눈보라가 치고... 별의 별 기상을 다 만나며 갔습니다.

바바리안이 사는 아리앗 산을 넘어가는 기분.. 디아2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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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은 미끄러웠지만 그저 아이젠과 스틱만 믿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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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

누가 지었는지 이름 참 기차게 지었습니다.

저기를 통과하고 나면 진짜 다른 세상으로 오르는 듯한 기분이 남.

기분 탓이겠지만 저거 하나로 뭔가 비현실적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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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합니다.

인증샷 찍는데 내내 눈보라가 미친듯이 불어 날아갈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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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심하게 불면 표지석 뒤에 앉아서 좀 쉬다가, 잠시 잦아들면 다시 일어서서 사진찍고 경치 구경함.

한동안 머무르면서 생각도 하고 구경도 할 예정이었는데 너무 추워서 10여분 있다가 내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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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하산하려니 날씨가 개이는 기적....

그렇지만 중산리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올라오길래 그냥 내려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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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도 계속 흐렸다가, 눈보라 치다가, 또 맑았다가를 반복하며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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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리 대피소 쯤 오니까 날씨는 완전히 개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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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사 일주문 호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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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 맞은 편..(누군지 모름)

로타리 대피소에서 점심 해먹고 산두류인가 버스타러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눈 와서 버스 안다닌다고 중산리로 내려가라고 함.

로타리까지만 가면 그 다음부터는 등산 끝이라고 생각해서 부담없이 내려왔는데 순간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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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 칼바위.

그래도 여차여차 겨우 내려왔습니다.

여기는 눈도 거의 다 녹고 계곡물도 좔좔 흐르고 거의 가을 분위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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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내내 물이 부족해서 헥헥거리며 내려왔는데, 탐방안내소 도착해서 물도 마시고 음료수도 사 마시니까 살 것 같네요.

하산하고도 한 20여분을 더 걸어내려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시간이 적당히 남았길래 슈퍼 옆 식당에서 저녁 한끼 뚝딱하고 진주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1박2일 동안 변덕스런 날씨 덕에 스펙터클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컨디션 조절해가면서 천천히 가면 지리산도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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