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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암벽등반의 날카로웠던 추억

도봉산구조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8.23 14: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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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박쥐길에서




드디어 첫 암벽등반 날이 되었다.

평소에 갈구는 걸 좋아하는 선임들도 오늘만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마치 훈련소에서 수류탄 훈련을 할 때 긴장하던 조교들처럼...




산악구조대는 80년대 중후반 암벽등반을 하던 대학산악회 소속 대학생들이 갑작스런 기상이변으로 인해 강풍과 폭우로 여러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나자 발족되었다.

무거운 지게를 지고, 산을 빠르게 주파하고, 응급처치를 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암벽사고시에 등반하여 구조할 수 있는 능력이 본 창설 목적과도 가장 부합하기에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날을 위해 평소에도 턱걸이, 윗몸일으키기같은 근력훈련과,

눈 앞은 보이지 않고, 토악질이 나올것 같고, 숨을 들이쉬면 폐가 아파 기침이 나오도록 산악구보와 순찰을 하였고,

각종 응급처치법을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고,

주마링, 하강, 매듭법, 장비 사용법, 삼지점 등반법, 홀드 숙지 등 여러 이론도 공부했다.

하지만 암벽등반이 만만할 거라곤 한번도 생각하진 않았다.


암벽... 가끔 정상쪽을 바라보면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분들이 바위에 붙어 계신걸 본적이 많다.

대부분 느긋하고 천천히 올라가고 계셨다.

그분들은 굉장히 편해 보였지만, 나는 한 가지 생각만이 들었다.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나는 고소공포증은 없으나, 다른 사람들만큼의 두려움은 있다.

건물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등골이 서늘하고, 낭떠러지는 뭔가 미끄러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절대로 가지 않는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놀이기구도 타서 올라갈때는 무섭지만, 막상 내려오면 짜릿하고 흥분된다.

하지만 암벽등반이라...



암벽등반이 익스트림스포츠 중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스포츠라는 말을 들었다.

직접 봐서 안다... 한 해에 2명씩은 암벽사고로 사망한다.

10년차 바위꾼이라 해도 캠이 일제히 터져버리면서 추락사 한 경우도 있었고, 빌레이 실수로 허무하게 가신 분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밑을 쳐다보는 것도 무서운데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려서 내 팔힘과 줄 하나만 믿고 올라가야되다는걸 상상해보니, 정말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은 하나하나 차고 넘치게 사랑?을 베풀어 주던 고참님들도, 암벽등반만큼은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그들도 할 말이 없는게, 내 윗기수에도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암벽을 하기 싫어하는 고참이 있었던 것이다.

나도 솔직히 하지 않아도 된다면 하지 말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뭔가 궁금증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저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려서 팔 힘만으로 올라간다는 건 도데체 무슨 기분일까?

저 힘들고 위험한게 도데체 무슨 재미가 있어서 주말마다 올라오는 걸까?


그리고 오기도 들었다.

배 불뚝 나온 50대 아저씨들과 핑크색 옷에 화장 진하게 하신 아주머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한다는 법이 있을까?

구조대가 암벽등반도 못하면서 어디가서 구조대라 당당하게 말 할수 있을까?

그리고 날 사사건건 사랑해 주던 키는 작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차고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말하길 "내가 봤을땐 넌 절대로 암벽등반 못한다."

라면서 자존심을 살살 긁는 것이었다. 성질머리나서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내 장비를 챙기고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심장은 콩알만해지고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그 때 내 머리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떨어지면 얼마나 무서울까. 떨어지면 얼마나 무서울까. 떨어지면 얼마나..."

그러면서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일부러 머리속으로 계속해서 상상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막상 가서 진짜로 떨어지면 그자리에서 무서워서 기절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드디어 박쥐길에 도착하였다.

자일을 풀고 하네스를 찼다.

초크통을 차고 끈을 조였다.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되감기 8자 매듭을 만들어 하네스에 연결했다.

손에 초크를 묻혔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새파랗게 높은 바위가 보였다.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내가 맨정신으로 기억했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암벽등반... 여러분은 어떨것 같은가?

떨어지면 무서울 것 같은가? 바위를 잡는 손이랑 팔 다리가 아플것 같은가?




마침내 첫발을 내딛었다. 암벽화 덕분인지 미끄러지지 않았다. 또 한발 내딛고 올라갔다. 이번에도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발을 틈 사이에 넣으면서 올라갔다. 그때였다. 어? 잡을 데가 없네? 어떡하지? 아 젠장...

그러면서 밑을 내려다보고 말았다. 밑은 시퍼런 낭떠러지였다. 그걸 보자마자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면서 눈 앞이 흐려졌다. 숨이 가빠져서 몰아쉬기 시작했다.

아아... 여기서 어떡하지 제기랄...


 그 때 구조대장님이 옆에 홀드가 있다고 알려주었고, 정신없는 와중에 어떻게 그 말만은 알아들은 나는 고함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면서 죽기살기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쉬운 구간을 올라간 후, 마침내 클러치인 슬랩 부근에 올라왔다. 나는 굉장히 당황했다.

지금까지는 발이나 손을 집어넣을 쉬운 홀드가 많았지만, 이 슬랩은 무슨 대머리처럼 민둥민둥하니 매끄러웠던 것이다.

경사도 거의 80도 가까이 되었다. 안그래도 겁에 질렸는데 이건 어떻게 올라가야될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지금까지 올라온 게 너무 아까웠다.


오기로 발을 내딛고 올라가려는 순간이었다.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아래로 추락해버리고 말았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바위들이 빠르게 위로 올라갔었고 내 발밑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공중에 잠깐 떠있던 것만 느꼈다.

그때부터 머리가 완전히 새하얘졌다.

시간관념이 사라지고 무섭다는 감정마저 삼켜져버렸다. 팔이 아프고 까져서 피가 나는 손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올라가지 않으면 죽는다.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로는 기억은 나지만....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야 될 것 같다.



결국 끝까지 올라가서 하강하고 내려왔다.

내가 저 위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마치 한편의 꿈을 꾼 것만 같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등반한 것을 내가 바로 앞에서 본 것만 같았다.

금방 올라갔다 내려왔음에도, 등반과정이 전부 기억나지가 않고 부분부분씩만 기억났다.

터덜터덜 부대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나눈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야 될 것만 같았다.

야 나 암벽등반 해봤다. 해봤는데....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말을 꺼내는 순간 전부 기억이 나버렸다.

그동안 억누르고 참았던 감정이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몰려왔다.



올라가기 전 바위를 바라봤을때, 저기서 떨어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밑을 내려다 봤을때 발밑으로 까마득히 펼쳐진 수십미터의 절벽.

바위에서 미끄러져 추락할때의 공포감.
몸에 매단 줄이 아니었으면 내가 10번도 넘게 죽었겠구나.
어려운 루트는 아무리 시도해도 올라갈수 없는 무력감. 절망감.
자랑하려고 통화를 걸었지만 눈물때문에 말을 이을수가 없어 끊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날 하루동안은 고참들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날 건물 뒤에서 몰래 울음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척 다시 들어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참들은 내가 건물 뒤에서 뭘 했는지 아마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지금도 암벽사고가 나면 하네스와 자일을 챙겨서 올라가야 한다.

솔직히 암벽등반은 지금도 하기 싫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손에 초크를 바르고 올라가서 당카에 요구조자를 묶고 하강해야만 한다.

난 구조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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