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는 스포츠 만화지만
"멘탈리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듯 합니다. 한 권의 스트레스 관리론 같은...
100m의 트랙, 승패가 결정 나는 건 고작 10초의 시간.
"100m만 빠르면 모든 게 해결돼."라는 주인공 토가시의 대사처럼, 캐릭터들은 이 10초에 인생을 걸고 싸웁니다.
0.00초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세계에서 선수들은 어떻게 정신적으로 버틸까요.
조연 중 하나였던 카이도의 대사는 그의 정신론을 대변합니다.
일본 100m의 강자였던 카이도는 토가시에게 현실로부터 도망치라고 말합니다.
이는,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하나는 그렇지 않은 현실이지만 자신이 최고라고 믿고 도전하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고가 아닌 현실을 바꿔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자각하라고 조언하죠.
토가시는 처음엔 이 말을 오해합니다. 현실 도피에만 심취해 승부를 부정해버립니다.
그러나 해고 통보를 받은 이후, 토가시는 현실이란 "자신이 속한 승부 일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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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도는 평생의 숙적이었던 자이츠를 꺾습니다.
일본 최강으로 군림해 온 자이츠였지만, 마음 속에는 권태가 싹텄었나 봅니다.
자이츠는 일본 육상에서 코미야와 재회합니다. 지금까지 자이츠는 깨달음을 주는 위치였지만, 다시 만난 자리에서... 자이츠는 무언가 고해하는 듯도 합니다.
"나는... '절대 왕자'라는 칭호를 대가로 투쟁심을 잃었어."
"물론 기록도, 메달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것들은 1등을 낳지 못해."
"이 세상에 1등을 낳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대전 상대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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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가시의 라이벌인 코미야는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원래도 내성적인 인물이었지만, 고등학교 때의 경험 탓에 자기자신을 더욱 내몰게 되었습니다.
(토가시가 육상을 다시 시작한 계기가 뭔지를 상기해보면, 이 대비는 흥미롭기도 합니다)
사실, 코미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목가적인 인물입니다. 달리기 시작한 이후로 오직 기록만을 위해 살아왔고, 24시간 달리는 것만을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는... 코미야의 고립을 부추겼습니다. 자이츠가 그랬듯이.
코미야는 기록 단축에 과도하게 집착했습니다.
그러나 승부에서 중요한 건 기록이 아닙니다. 승부의 의미는 "누구와 겨루고 있는지"에 있는 것입니다.
자기파괴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경쟁 상대는 물론 스스로조차 지워버렸던 코미야는, 자이츠와 같이 스스로를 권태에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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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의 마지막, 토가시와 코미야는 나란히 달립니다. 마치 10년 전처럼요.
그동안 둘은 다른 동기로 달려왔습니다. 토가시는 동료를 위해, 코미야는 자신을 위해.
그러나 경쟁의 동기는 다른 데에 있지 않습니다. 불순물 없는 경쟁심이란 오직 눈 앞의 상대만이 추동하는 것입니다.
"100미터."는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끝납니다.
작가인 우오토는 인터뷰에서 "승리와 패배라는 이항 대립으로부터 탈피한 결과 「좋아한다」라는 순수한 마음을 건져냈다"라고 마지막 장면을 설명합니다.
"100m만 빠르면 다 해결돼."는 승자독식의 잔혹한 정언이 아닙니다.
코미야를 육상으로 끌어들였던 이 공명정대한 규칙이 "해결해준"다는 것은, 인간의 불안감, 정체, 혹은... 허무함이었습니다.
토가시와 코미야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던 건, 10년 간 다른 이유로 달려온 이 둘이 마침내 같은 풍경을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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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가 다루는 대상은 단순명료합니다. 그건... "경쟁심"입니다.
승부의 세계는, 복잡다단한 원리와 공식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기작은 오직 경쟁심으로 실로 단순합니다.
"100미터."는 기술적인 분야는 배제했지만 대신 캐릭터들의 멘탈리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투박하지만 처절한 승부의 세계를 그려냅니다.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이 쓰이지만... 승부란 애초 상대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
상대를 의식한 채 끝까지 싸워 이기라고 부추기는 이것을, 우리는 "경쟁심"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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