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휴가 끝나고 복귀하는 길이었음.

집에서 부대 돌아가는 버스가 애매해서 몇번 갈아타야했는데

한 중간쯤 터미널에서 상당히 빡이 쳐있는 상태였음.

당시 담배도 안펴서 답답한 마음에 그냥 버스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터미널에 있는 사람중에 좀 눈에 띄는 사람이 보였음.

대충 나이는 내 또래의 남자였는데 옷도 깨끗하게 입었는데 얼굴은 흐리멍텅하고 표정도 안절부절하는게

딱봐도 모자라보이는 사람이더라.

그사람도 날 보더니 내가 군복을 입고있어서 만만해보였는지 나한테 다가와서 말을 걸더라고

"...저...저기요오....여여여기 어뜨케 가요오오?"
하면서 수첩을 보여줬는데

거기에는 대충 목적지 까지 가기위한 방법이 적혀있었음.

[여기서 이걸 타고 거기서 택시타고 XX로 가면...]
이런 식으로

깨끗하게 적혀있는 글씨체를 봐서 이사람이 썻을거 같지는 않고

아마도 어디 집 부모가 지능이 좀 모자란 자기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내보냈나 보구나 하고 감이 왔음.

그냥 버스표 하나 끊으면 되는거였는데

문제는 내가 그때 상당히 빡이 쳐 있었다는거임.

순순히 도와주고 싶지 않았음.

그래서 일부러 좆되보라고 그 사람 카드를 받아서 가장 비싼 버스편으로 가장 멀리가는걸 구리고 지금 당장 타야하는걸 끊어줬음.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고고고고맙스스스습니다아 하면서 후다닥 버스를 타고 멀리 사라졌는데

그사람은 이참에 인생에서 좀 뭔가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