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득, 눈이 떠졌다.앱에서 작성

ㅇㅇ(14.37) 2024.05.26 12:17:54
조회 89 추천 0 댓글 1
														

2eb2dd2fe6ed36a379ee9be746807d6d5d9b2cf0590aa07c86984a0ba446d8bf4954cf2d8edc3045b3733f


문득, 눈이 떠졌다.

 

모두가 잠든 무렵, 밤의 냉기에 눈꺼풀을 뜬다.

어두운 밤.

집 안에는 아무도 없다.

 

익숙한 다다미와 장지문 냄새.

촘촘히 세공한 것 같은 하늘.

방구석에는 찐득하게 달라붙은 오래된 그림자.

그것은 음표 하나 없는 정적이며,

옷자락 스치는 소리조차 상실 중.

 

꼼짝 않고 선 채로, 멍하니 사람을 기다린다.

절멸한 소리 속에서 과거를 그린다.

꾸었던 꿈은, 만약의 이야기들 뿐이었다.

예를 들면,

 

만약, 하늘이 흐렸더라면.

만약, 깨닫는 것이 조금 빨랐더라면.

만약, 그가 쇠약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만약――여기서, 당신이 깨어나지 않았더라면.

 

줄곧 기다려도 끝은 오지 않는다.

밤은 더욱더 깊어져간다.

분명 이제, 집안에는 아무도 없다.

혼자서는 무서우니까 모두를 만나고 싶어서,

홀로 마당으로 나갔다.

 

호 하고 내뱉는 숨이 하얗게 번져간다.

마당은 무척이나 손끝이 아플 정도로 추웠다.

얼어가는 별.

깊은 어둠.

하염없이 세계를 비추는 차가운 빛.

 

무성한 풀. 짓밟는 감촉. 감감무소식인 신발 소리.

저택의 마당은 무척 넓어서

주변은 깊은 어둠에 갇혀서.

숲의 나무들은 검고 검은

커다란 커튼 같았다.

 

마치 어딘가의 극장 같다.

가슴의 고동으로, 목이 메일 것 같다.

스윽 나무 꼭대기의 창문이 열리고,

곧, 연극이 시작되는건가 두근거렸다.

 

귓가에, 시끌시끌 벌레소리가 기어들어온다.

멀리서 다양한 소리가 난다.

검은 나무들로 된 커튼 안쪽.

숲 안쪽에서 모두가 즐거운 듯이 떠든다.

막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았다.

열리지 않았다.

 

참지 못하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무척, 어둡다.

숲은 깊어서 차가운 빛도 닿지 않는다.

다양한 소리가 나고

다양한 것이 있다.

그러나 어두워서 잘 모르겠다.

도중에 누군가와 스쳐지나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저 차갑다.

안구 깊숙히 저릴 정도로 차가운 겨울.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

좀 더 깊이 걸어갔다.

 

나무들의 베일을 빠져나간 뒤.

숲의 광장에는 모두가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흐트러진 모습.

모두 뿔뿔이 흩어진 손발.

한편 새빨간 숲의 광장.

 

                    ―――모르겠다.

 

저편에서 모르는 사람이 다가온다.

흉기를 손에 들고 다가온다.

모두를 그렇게 한 것처럼 나도 뿔뿔이 흩어지게 하고싶은 것처럼.

 

―――잘 모르겠다.

 

멍하니 그 사람을 본다.

하릴없이 흉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나의 앞에 달려와서

대신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어린애니까 잘 모르겠다.

 

철퍽.

따뜻한 것이 얼굴에 묻는다.

붉다.

토마토처럼 붉은 물.

조각조각난 사람.

그 어머니라는 사람은

그 후로, 내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정말로 잘 모르겠지만.

그저 추워서.

나는 울 것만 같았다.

 

숲은 어두워서 보고싶지 않다.

땅은 붉어서 보고싶지 않다.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보기로 했다.

 

―――하늘을 가리는 천개(天蓋)

 

눈에 따뜻한 심홍색이 섞여든다.

안구 깊숙이 스며든다.

하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

밤하늘에는, 그저 달이 홀로 떠있다.

 

―――밤을 여는 새하얀 얼굴

 

모르는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나를 조각내러 다가온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도 나는 멍하니

언제까지나 짙푸른 그림자를 올려다본다.

 

―――우아하고도 아름답게 낙하하는 별

 

무척 신기하다.

어째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아―――오늘밤은 이렇게나

 

깨닫고보니 모르는 사람은 눈앞에.

소리도 없이, 쿵, 고통이 느껴졌다.

그것은 가슴 한가운데.

휘날려 춤추는 베일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가 점점 사라져간다.

그 속에서 계속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아아―――눈치채지 못했다.

 

오늘밤은 이렇게나

 

달이, 아름답―――――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입금 전,후 관리에 따라 외모 갭이 큰 스타는? 운영자 25/01/20 - -
2169794 도배 뭐노 ㄷㄷㄷㄷㄷㄷㄷ [1] 단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11 37 0
2169793 브더 2 1주년이라고 함… [5]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11 55 0
2169792 아오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11 32 0
2169791 혹시 애미가 뒤졌나? 박원숭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11 29 0
2169790 클록업에서 이번에 나온 게임 재밌네 ㅇㅇ(59.16) 24.06.11 29 0
2169789 내 만갤이 ㅇㅇ(223.38) 24.06.11 40 0
2169788 뭐냐 ㅅㅂ 퍼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11 41 0
2169787 경상도말 특히 대구쪽말이 ㄹㅇ 밸붕이지 ㅇㅇ(123.108) 24.06.11 44 0
2169786 어어 왜 이러노 ㅇㅅㅇ(182.31) 24.06.11 26 0
2169784 권선징악(勸善懲惡)mnK 만갤러(222.107) 24.06.11 25 0
2169783 권선징악(勸善懲惡)dHx 만갤러(1.231) 24.06.11 21 0
2169782 권선징악(勸善懲惡)KRO [1] 만갤러(218.146) 24.06.11 33 0
2169781 권선징악(勸善懲惡)Uhs 만갤러(59.14) 24.06.11 17 0
2169780 권선징악(勸善懲惡)nNl 만갤러(58.150) 24.06.11 18 0
2169779 권선징악(勸善懲惡)vio 만갤러(112.148) 24.06.11 17 0
2169778 권선징악(勸善懲惡)hcM 만갤러(220.70) 24.06.11 16 0
2169777 권선징악(勸善懲惡)wJe 만갤러(114.71) 24.06.11 19 0
2169776 권선징악(勸善懲惡)yIP 만갤러(112.222) 24.06.11 19 0
2169775 권선징악(勸善懲惡)ziz 만갤러(124.54) 24.06.11 16 0
2169774 권선징악(勸善懲惡)eUq 만갤러(175.192) 24.06.11 17 0
2169773 권선징악(勸善懲惡)LJH 만갤러(219.250) 24.06.11 15 0
2169772 권선징악(勸善懲惡)RRz 만갤러(39.117) 24.06.11 13 0
2169771 권선징악(勸善懲惡)Rmz 만갤러(122.38) 24.06.11 16 0
2169770 권선징악(勸善懲惡)BfB 만갤러(14.7) 24.06.11 22 0
2169769 권선징악(勸善懲惡)yit 만갤러(14.38) 24.06.11 15 0
2169768 권선징악(勸善懲惡)Tqo 만갤러(220.85) 24.06.11 19 0
2169766 권선징악(勸善懲惡)YuV 만갤러(118.235) 24.06.11 18 0
2169767 권선징악(勸善懲惡)yGv 만갤러(115.139) 24.06.11 17 0
2169764 권선징악(勸善懲惡)AZf 만갤러(203.240) 24.06.11 15 0
2169765 권선징악(勸善懲惡)DzZ 만갤러(211.215) 24.06.11 19 0
2169763 권선징악(勸善懲惡)MVp 만갤러(125.143) 24.06.11 19 0
2169762 권선징악(勸善懲惡)REi 만갤러(112.151) 24.06.11 18 0
2169761 권선징악(勸善懲惡)rVu 만갤러(118.235) 24.06.11 28 0
2169760 권선징악(勸善懲惡)aeT 만갤러(175.127) 24.06.11 19 0
2169758 권선징악(勸善懲惡)ddk 만갤러(203.240) 24.06.11 14 0
2169759 권선징악(勸善懲惡)ueN 만갤러(211.176) 24.06.11 21 0
2169757 권선징악(勸善懲惡)ZSm 만갤러(58.124) 24.06.11 17 0
2169756 권선징악(勸善懲惡)Xzb 만갤러(61.77) 24.06.11 20 0
2169755 권선징악(勸善懲惡)tCf 만갤러(203.240) 24.06.11 17 0
2169754 권선징악(勸善懲惡)Uph 만갤러(14.51) 24.06.11 13 0
2169752 권선징악(勸善懲惡)uUu 만갤러(203.223) 24.06.11 18 0
2169753 권선징악(勸善懲惡)Lfu 만갤러(220.78) 24.06.11 18 0
2169751 권선징악(勸善懲惡)rvs 만갤러(115.142) 24.06.11 17 0
2169750 권선징악(勸善懲惡)Eoz 만갤러(58.29) 24.06.11 19 0
2169749 권선징악(勸善懲惡)HPk 만갤러(118.219) 24.06.11 20 0
2169748 권선징악(勸善懲惡)PYU 만갤러(61.76) 24.06.11 21 0
2169746 권선징악(勸善懲惡)ECn 만갤러(219.251) 24.06.11 22 0
2169747 권선징악(勸善懲惡)bSG 만갤러(210.92) 24.06.11 18 0
2169745 권선징악(勸善懲惡)kJH 만갤러(222.104) 24.06.11 16 0
2169742 권선징악(勸善懲惡)Cnl 만갤러(118.235) 24.06.11 19 0
뉴스 임지연, 기구한 운명…고비 넘길까 (옥씨부인전) 디시트렌드 01.2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