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ote.com/nyalra2/n/n6623367455e7
소설 이야기는 몸이 좋아지면 쓰려 했는데, 오히려 날이 갈수록 악화되기만 하니까, 단념하고 두통에 시달리며 씁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어찌저찌 했더니 일기 투고도 저녁이 돼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야 그러겠지.
심야에 코단샤에서 300권 사인을 했던 날. 꽤나 힘든 작업이었지만, 서점도 독자들도 기뻐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혹시 아직 사인본이 있는 서점도 있을 지 모르니, 원하는 분은 트윗 검색 해보세요.
본 작품 <거미>는 제목 그대로 땅을 기어다니는 거미의 이야기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밝은 미래로 둘러싸인 나비의 세계와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죠. 주인공은 아무것도 아닌 애니프사로, '젊음'만을 가지고 있지만, 젊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절망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을 품으면서 그런 스스로의 낙관적인 부분에도 혐오감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주변의 애니프사들과 스스로를 계속 비교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거나 자기혐오에 시달립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의 유일한 장점인 '젊음'이 소진되어 가는 것에 두려움도 느끼게 되죠.
처음에는 니디걸의 외전적인 이야기를 쓰기로 편집자 분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니디걸을 몰라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과 본편에서 그린 갈등과 인간관계의 고뇌가 원작과는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어느새 제목은 <거미>가 되어 있었습니다. 상업적으로는 책 제목에 'NEEDY GIRL OVERDOSE'를 넣는 것이 처음에는 더 빨리 팔리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독립적인 문학작품으로 출판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관심 없는 분들도, SNS에 중독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이 소설은 제가 보고 경험한 젊은 오타쿠들의 어리석음, 추함, 발목잡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지 않았냐고 한다면 돌이켜 봤을 때 나쁘지는 않았던, 혼돈 속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있다는 주관을 담은 것입니다. 뭐 저를 포함해서 다들 엄청 추악했죠. 우리들은 일러스트도 못 그리고, 음악도 못 만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쳐나 오타쿠 컨텐츠에 일가견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싶고, 솔직하게 무언가를 칭찬하거나 인정할 수 없고, 여전히 혐오와 익명 게시판의 사상이 SNS에도 강하게 남아 있어서, 매일매일이 서로 상처를 핥아줄 뿐이었습니다. 극단적이지 않으면 아무도 봐 주지 않는 불쌍한 계정들은 때때로 아군마저 공격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 때마다 공론화하고 공론화당하고 싸우고 싸우고 발목을 붙잡고.
그 중에서도 저 같은 경우는 학력도 없고 가족과도 연이 끊긴 상태라, 다른 루저들과 SNS에서 어울리면서도 대학생인 그들은 취직을 하고 착실해져 가는 모습, 애니프사로 사는 것이 학생시절의 일시적인 휴식처에 불과하다거나 현실의 압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사람들에 대해 원망과 체념을 느껴왔고, 그런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오타쿠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옳다'는 납득과 패배감 등, 한 마디로 표현 할 수 없는, 뭐라 하기 힘든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감정과 사고를,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면, 비슷한 감각을 지닌 현대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집필했습니다.
그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도 녹여냈고, 거기에 SNS 시대가 가속화 되었기 때문에 생긴 폐색감도 더했습니다. 이렇게 써 나가다 보니, SNS에서 숫자로 평가받고 감시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익명 게시판 문화가 강했던 한참 옛날의 SNS와는 또 다른 카오스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인간들이 질서 속에 있다 해도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혼돈은 혼돈대로 희로애락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거기에 매달려 있는 거미줄이 잔인할 정도로 가늘고 의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죠.
한편, 기회를 잡아 단숨에 치고 올라가버리는 격차를 그려내기 위해서, 스트리머로서 성공해 나가는 초텐쨩의 존재를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일석이조의 맛을 낼 수 있어 매우 만족.
기쁘게도 코단샤의 문예삼과 분들도, 물론 글을 쓴 저 자신도 작품에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1년에 1,2권 정도, 우선 올해 안에 한 권 더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편집자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쨌든 앞으로도 계속 써 나갈 겁니다. 데뷔작을 손에 쥐어 주면 좋겠네요.
이제 머리가 너무 아파서 한계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이 이후로는 읽어주시는 수밖에 없겠죠.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는, "이 책을 계기로 젊은 팬들이 종이책을 손에 쥘 기회가 된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받은 피드백 중에서는 오랜만에 소설을 샀다는 의견도 있었고, 더 젊은 사람은 처음으로 소설을 샀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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