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만삐 마지막 순애의 기억....(장문)앱에서 작성

나쁜말은안돼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9 15:35:22
조회 175 추천 1 댓글 7
														

7fed8272b5876af251ee82e04e81737325a20775e0efaf19d0e3d95ea9f355

초등학교 저학생 때였다

나는, 내 첫 짝꿍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같은 어려운 감정 따윈 모를 나이였고
지금 와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기억해낼 순 없지만


나는 아마 한 번 더 그 얘와 짝이 되고 싶었나 보다.



내 담임은 쌍팔년도 소개팅하던 방식으로 짝을 정했다

먼저 남자는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한 뒤,
자신의 물건을 하나 교탁 위에 올려두었다.
(대부분 연필이나 필통, 지우개 따위의 것들의 작은 잡동사니들이었다)


선생님은 제출된 남자아이의 소지품을 섞고,
여자애가 물건을 뽑으면 그 물건의 주인과 짝이 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선생님은 절대 남자아이들이 낸 소지품을 미리 보면 안된다고 여학우들에게 당부했다.
물론 남자아이들에게도 미리 보여줘선 안된다고 말했다.


나는 소심하고,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이었다. 착해서 바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혼나는 것이 두려워 나쁜 일을 하지 않을뿐인,
그런 겁쟁이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들키면 어쩌지' 같은 생각따위 하지 않았다.

사랑도 본능이라면
소지품을 제출하러가는 그 짧은 순간에

내 한번도 쓰지 않은 검은 캐릭터 연필을
짝꿍에게만 보일수 있도록

등 뒤로 몰래 흔들었던 것은
충동적인 본능이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짝을 뽑는 방식 자체도
어느정도 의도가 다분해보이지만

그때는 그 단순하고 순간적인 규칙의 위반에
심장이 터질듯 뛰었다.

들킬까봐?
그 애가 알아보지 못했을까봐?
알아보더라도 일부로 피해서 소지품을 뽑을까봐?


그때 내 심장이 평소보다 뚜렷하게 뛰었던 까닭은
시간이 너무 지난 지금은 알 수 없다.
거의 십 사년도 더 된 일일테니

하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 다음번에도 그 애는 내 짝이 되었다는거다

어쩌면 그 애는 내 신호따윈 보지 못했고
그냥 검은 캐릭터 연필이 마음에 들어
골랐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너도 나와 한번 더 짝이 하고싶어서
내 연필을 골랏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나는 다시 짝이 된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냈었다.

"우리 또 짝이네!"
하고.

그 애는 조용히 " 응, 그러네." 하고 말했다.
조금 웃으며 고개를 숙였던 것만 같다.


나는 짝을 바꿀 때마다
계속 검은 연필을 냈고,

그 여자아이는 1학기 내내 내 짝이 되었다.
딱히 연필을 미리 보여주지 않아도 내 짝이었다.


나는 그 연필을 결코 깎지 않았다.
학년이 끝날 때까지, 그 연필은
여전히 새것인 상태로 필통속에 잠들어 있다가
매달 자리 바꾸는 날에만 필통을 나갈 수 있었다.


2학기가 되서 우리가 더이상 짝이 아니게 된 것은
그 애가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슬퍼하진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인사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서 여자애한태 감정을 내비치는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그랫다가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너 재 좋아하냐면서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내 짝은 매달 바뀌었다.
아무도 내 검은 연필을 보고 특별히 골라주진 않았다.

그 검정연필은 여느 다른 연필처럼
깎고, 조금씩 짧아져 가다가
몽당연필이 되기 한참 전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다른 평범한 연필들처럼 잃어버리고선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딱히 소중히 여길 만한 물건도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서야
나는 그 여자애를 좋아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시절의 짝.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졸업앨범에도 전학을 갔으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일만은 기억에 남아
가끔 그랬었지 하곤 한다

그 애도 그랬던 일을 기억할까 하고

솔직하지 못했던 나를 바보같았다 비웃으며

첫사랑은 그 때, 초등학교 교실에 머물러있다.

그런 아련한 기억 때문에
스무살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생을
좋아하나 보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매니저들에게 가장 잘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10 - -
2647450 우리집 비트코인에 20억 투자했는데 [3] ㅇㅇ(211.234) 24.07.09 95 1
2647448 아 팔 많은 여자 보고 발기해버림 ㅅㅂ [1] ㅇㅇ(14.35) 24.07.09 74 2
2647447 네이버 웹툰 히로인 근황... jpg ㅇㅇ(14.35) 24.07.09 97 0
2647446 나랑 싸울 만붕이 있냐?? [1] 만갤러(121.164) 24.07.09 44 0
2647445 한컴타자연습 몇번 여자가 제일 좋냐...jpg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106 0
2647443 이제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음 만갤러(121.136) 24.07.09 45 0
2647442 카구라바치 잼슴?? [2] 스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99 0
2647441 원펀맨 몰아봤더니 시발 다 수정판이네 [1] ㅇㅇ(118.235) 24.07.09 76 1
2647440 kfc 치킨나이트때 핫크리스피 통다리에 같이 추천할거 있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79 0
2647438 스펙 평가좀 만갤러(118.235) 24.07.09 33 0
2647437 여잔데 안꼴리면 직무유기인듯 [3] ㅇㅇ(210.217) 24.07.09 143 0
2647436 음 좋아 전략적 사고였어 방금은 좋았어 만갤러(14.51) 24.07.09 34 0
2647433 최애의 아이 진짜로 아리마 카나랑 결혼할 각임... 진짜 실망이다 [6] ㅇㅇ(118.45) 24.07.09 86 0
2647432 젖탱이가 좋아요 [4]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88 0
2647431 무직전생 3기 가면 페도단들 다 떨어져나가겠네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90 0
2647430 나 163남자인데 여자 하고싶어도 못해ㅅㅂ ㅇㅇ(58.140) 24.07.09 46 0
2647428 만갤 김성민 <- 이새끼좀 병신같지않음??? ㅇㅇ(211.36) 24.07.09 29 0
2647427 왜 우울싸개 만화에는 미소녀가 등장해야함 [1] ㅇㅇ(163.152) 24.07.09 53 0
2647426 만붕이 요즘 이터널리턴 여캐 챌린지 하는중임 [25] 긔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108 0
2647425 에너지보존법칙으로 밥을 덜먹으면 잘안더워짐 만갤러(112.153) 24.07.09 36 0
2647424 큭.. 귀여워... 서서원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49 0
2647422 난 넷상에서 사람한테 욕 안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49 1
2647421 켈시와 당끼의 꼬릣꼬릣한 발_냄새 ㄷㄷㄷㄷㄷㄷ ㅇㅇ(14.35) 24.07.09 40 0
2647420 요즘 여고생 근황.jpg [4] 만갤러(1.241) 24.07.09 114 0
2647419 센고쿠 나데코<< 탈코 진짜 왜 한 거임 [12] 죽지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146 0
2647418 자궁 꾹꾹 누르면 진짜 오옥! 거림? 포말하우트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76 0
2647417 대마왕 킷타아아ㅏㅏㅏ [2] 테드펀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47 0
2647416 근데 이누야샤는 진짜 가영이 전용 시바견이네 [4] 나는왜행복해질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62 0
2647415 생구멍 축전작가들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명 [8] 쿠로코짤수거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123 0
2647414 날개달리면 능지가 좀 발달하지 않을까 ㅇㅇ(14.35) 24.07.09 37 0
2647413 "도망치지 마, 이 비겁자야!" ㅇㅇ(211.234) 24.07.09 97 0
2647412 이양반들아, 부모탓 좀 그만해라 [1] ㅇㅇ(121.135) 24.07.09 50 0
2647410 아니 굳이 술을 왜 마심? ㅇㅇ(118.45) 24.07.09 28 0
2647409 데드데드 디스트럭션<<이거 애니 개재밌음 [1] ㅇㅇ(175.119) 24.07.09 53 0
2647407 베이비부머 세대 정년퇴직만큼 희망찬 이야기가 없지않음? ㅇㅇ(211.36) 24.07.09 40 0
2647405 쟐자 [5] 요시요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45 0
2647403 료나혐오함님 왜 글삭하셨나요... ㅇㅇ(211.246) 24.07.09 151 16
2647402 쉐딩하는 애들 신기함 푸니르여초딩완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42 0
2647401 여ㅊ딩 울리는 나쁜 애 말랑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52 0
2647400 방본만) 카구라바치 1화 [6] 스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200 0
2647399 일본 언론... 비겁하게 팩트와 진실로 승부하는 중 [9] 시마시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104 5
2647398 레바<2018년부터 구독자가 안늘어남 [2] ㅇㅇ(59.16) 24.07.09 94 0
2647395 우왓! 자위중에 장액이... [1] 만갤러(149.88) 24.07.09 72 0
2647394 마스크팩 ㄹㅇ 최고네 [2] 푸니르여초딩완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69 0
2647393 갑자기 컴터 소리 안나길래 구글링 존나해도 해결 안됐는데 [1] 멀스(58.232) 24.07.09 50 0
2647392 이거 노래 좀100이랑 개잘어울리는듯 개돼지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33 0
2647391 미연시 잘알 만붕이 등장~~ 면잘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29 0
2647390 제 저녁밥임.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7.09 52 1
2647389 애비 패고싶당 만갤러(220.118) 24.07.09 38 0
2647388 완벽한 날씨 딱 좋은 플레이 리스트~~ 만갤러(121.164) 24.07.09 29 0
뉴스 [드림하이] ‘눈물의 여왕 신드롬’ 김수현, 홍이삭과 함께 ‘Dreaming’ 음원 발매! 감동 예고! 디시트렌드 03.0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