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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런트 리뷰.앱에서 작성

히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6 05:46:01
조회 759 추천 17 댓글 9
														





무려 “토요다 테츠야 동호회”에서 출품한 회지가 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작성한 작품 비평, 해제, 에세이 등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저렇게나 메인스트림인 사람이었던가? (웃음)

아니면 그의 작품의 어떠한 광명이 “동호회”를 만들게 할정도로 무언가를 느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걸까.

해당리뷰를 읽은바 마음 속 한구석에 먼지쌓였던 막연했던 감상을 저열한 졸문이나마 주절주절 정리해본다.













작품의 외연적 접근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시작하고 싶다.

그 전에 첫번째로 선행되어야 할 이해는 “쇼트의 선택이 감독의 창조적 행위라는 점.”

두번째로 선행되어야 할 이해는 “쇼트의 결합이 의미를 창출해내는 방식과 그것을 둘러싼 이론가들의 여러 견해”이다.

(앞선 비평에 관련된 글이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카메라의 의미는 이중성을 가질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편집 방식을 살펴보자.

작가의 카메라는 동선을 잘 포착하고있지만, 자칫 평범한 카메라 사용이 될 수도 있다.

사실주의자들은 고전적인 카메라 사용이 독자의 권리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형식주의적인 테크닉들이 현실의 복잡성을 작가의 자기중심적이고 조작적인 식견으로 시야를 좁혀버린다고 말한다.
또한 현실의 애매성을 지키기 위해선 편집을 최소화하고 딥포커스와 롱쇼트를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언더커런트”와 같은 사실주의 내러티브 작품들에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데, 
실제 현실과 같은 복잡성•입체적인 인물상•표면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나 사건들•독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포함한 능동적인 스토리라인의 팔로우업 등이 더 효과적으로 반영되기에는 고전적인 카메라보다는 사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테크닉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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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런트의 한 씬의 예시를 보자.

호숫가에 있는 카나에를 화면에 잡을 때 작가는 선택할 수 있다.



1. 호수를 응시하는 카나에의 모습을 쇼트에 담고 그 다음에 호수를 다음 쇼트에 담는다. 다시 한번 카나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뒤, 호수 위로 떨어질 듯한 구도의 위태로운 익스트림하이앵글 쇼트를 담는다. 호수 위 널판의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서있는 카나에의 전신 롱쇼트를 담은 후 깊은 생각에 잠긴 카나에의 얼굴 클로즈업을 담는다.


2. 호수를 바라보는 카나에의 모습을 측면에서 호수전체와 함께 롱쇼트로 한 화면에 마스터쇼트로 담아낸다. 이를 만화의 컷(패널)에 어떻게 담아내는지는 또 다른 기술이다. (양면페이지를 사용할수도 있고 여러번 같은 화면을 붙여넣어 쇼트가 이어지고 있다는 느린템포의 느낌을 만들어낼수도 있다.)



만일 1번과 같은 편집을 선택하게 되면 독자는 카나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심정이 어떤지를 쇼트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이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한 것이다.
또한 위태로운 상황에 호리가 다른 용무를 하고 있다는 부재의 쇼트를 교차편집함으로써 의도적인 극적 서스펜스를 유발할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작가가 유도한 극적 드라마로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사실주의 비평가들은 이런 방법이 독자들을 수동적 주체에 머무르게 한다고 불평한다. 독자가 해석해야 할 능동적 권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주의 비평가들은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롱쇼트와 딥포커스의 사용을 선호하는데, 이는 한 화면에서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는 연극적 관습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2번과 같은 편집은 단순히 호수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서있는 카나에의 모습을 담은 하나의 롱쇼트 화면에서 독자 스스로 인물의 심정을 헤아리고 상황을 능동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언더커런트는 작중 내내 주로 1번과 같은 카메라 사용을 선호하는데 이것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작가가 독자들에게 떠먹여 주는듯한, 독자들에게 너무 쉽게 전달되는 의미는 다소 밋밋한 체험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다.

















작품 내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자.

형식미학이 소재미학보다 우위를 점한 만화적 문법을 고려했을 때 조형주의 경향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개 독자의 오만이고 욕심일 뿐,
결국 이 만화가 어떠한 극적 사유의 토대에서 작가의 신념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기 보다도 고전적 양식의 만화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앞선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럼에도 이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작가의 예술적인 재능을 드러내는 플롯과 관련된 것인데,

접근성이 좋음과 평면적인 경험의 견지에서 이야기해보았던 외연적 경험과는 상반되게 반대로 내러티브에서는 굉장한 불친절함(좋은의미로)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토요다 테츠야가 얼마나 사실주의의 거장인지를 깨닫게 한다.


사실주의자들은 의도적인 난삽함 속에 극적 사건들을 파묻어 버리는데, 그들은 이러한 “기교”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한 현실”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 중간, 끝이 분명하지 않은 느슨한 플롯 속에서 갈등은 설명이나 해설 씬이 부재하거나 매우 드러나지않는 자연스러운 사건들 속에서 조심스럽게 나타난다.

이러한 산만하고 잘 알아보기 힘든 내러티브가 독자 개인의 주체적인 경험이나 해석에 연결되었을 때, 그들은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커다란 극적 체험을 얻을 수 있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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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에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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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의 심리)




극의 절정과 그 이후의 해소가 나타나는 이야기 막바지의 카나에와 호리의 모습을 보자.

사나에와의 과거의 사건이 회상되며 극이 절정에 달한 후, 이야기의 막바지에 호리와 카나에의 심리를 묘사하는 작가의 방식은 정말로 불친절하다.


카나에는 분명 이야기 막바지에 호리가 사나에의 오빠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러나 작가는 호리가 사나에의 오빠라는 사실, 그리고 카나에가 그것을 눈치챘다는 사실, 두가지 모두 어떠한 명확한 해설도 표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호리가 사나에의 오빠라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에겐 지나간 두 등장인물의 심리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작가는 일체의 형식적인 해설씬이나 설명을 배제한채 단지 멀리서 묵묵히 호리와 카나에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으로 일관한다.























이제는 관례가 되어버린 사실주의, 형식주의, 그 외 이론가들의 스케일을 통해 보자면

사실주의 비평가들은 훌륭한 사실주의 내러티브와 달리 접근성을 위한 평면적인 카메라 사용이 아쉽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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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형식주의 비평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이 작품은 중간중간 강렬한 화면을 등장시킨다.

극도로 표현주의적인 화면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데 형식주의 비평가들은 이러한 작가주의적인 스타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작품 내내 작가가 선택한 앞서 언급했던 카메라 워킹과 편집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할텐데, 
이미 널리 알려진 공간양식, 거리관습의 관점이 그것이다. —클로즈업의 사용은 독자로 하여금 카나에와 호리의 감정에 더 잘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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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루의 존재는 극에서 “거짓” 이라는 주제의 모티프로서 사용된다.
거짓된 자신이라는 모티프로 카나에의 모습과 종종 병치되며 비교된다.

마지막 장면은 사실주의 내러티브의 힘과 엮이며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호리가 사나에의 오빠라는 실마리를 통해 지나간 카나에와 호리의 심리를 능동적으로 파악한 독자가 받는 감동은 배가된다.

작가가 얼마나 낭만적인 인간긍정의 사실주의 대가인지는 “거짓”을 극복한 카나에의 모습과 마지막에 떠나지 않고 남은 호리의 뒷모습에서 나타난다.






코미디의 견지에서 생각해보자면 클로즈업은 효과적인 카메라사용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는 만화적문법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유명한 채플린의 어록을 따른다면 이러한 독자와 극중 인물 사이의 공간관습은 독자가 등장인물의 심리에 더욱 깊은 감정적인 공감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현상학적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비평은 결국 독자의 권리인 이미지의 무한한 힘을 비평가가 생각하는 편안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끌어내려버린다.

이 같은 발제는 어디까지나 개인주의적인 단순한 독자되기의 일환일뿐, 다만 그저 일독을 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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