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힙스터 픽으로 평가받았던 인디카를 어제 플레이 해봄.
분량은 알려진 대로 짧은 편인데, 내가 4시간 걸린 것도 수집요소 찾는다고 돌아다닌 거랑
똥컨이랑 능지이슈로 시간 낭비한게 있어서 오래걸린 거임.
유튜브 에디션보면 보통 3시간 내외면 클리어하고, 도전과제들도 간단한 것들 이여서 보통은
4~5시간안에 모든 콘텐츠를 완료할 수 있다고 보면됨.
1. 게임 플레이요소
일단 데모 해봤던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게임으로서 인디카는 매우 어중간한 위치에 있음.
내러티브 중심의 워킹 시뮬레이터로 만들어도 될걸 굳이 3D 퍼즐이랑 플랫포밍의 비중을 굉장히 높인 게임임.
그나마 내러티브에 있어 유의미한 퍼즐은 주인공이 작중 부정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가령 주인공이 자신이 수도원에서 추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내면의 악마에게 압도 당하며 지형지물이 갈라지며 기도 버튼을 누를 때는 지형지물이 다시 붙는 기믹을 이용한 퍼즐이 있음.
근데 이것도 작중 초반부에만 2번 나오고 그 이후는 나오지 않아서 사실상 버려진 기믹임.
후반부에는 노잼 포크레인 퍼즐 같은 거나 시키는데,
이게 전형적인 게임의 주제랑 안 어울리는데 3D 퍼즐은 넣어야 해서 넣은 느낌이 강함.
그래서 이 게임을 할 거라면 게임 플레이적인 요소는 기대 안 하는 게 좋음.
2. 내러티브 전달
근데 인디카에 기대를 갖던 사람들이 애초에 플레이 요소를 기대 했을 리는 없고,
보통은 내러티브 감상 중심의 게임으로서 얼마나 강렬한 이야기나 연출을 보여줄 지를 더 기대했을 거라 생각함.
개인적으로 인디카에서 가장 내러티브를 잘 전달하는 시스템은 경험치 시스템이라 생각함.
작중 경험치 포인트는 주인공의 신앙심에 대한 비유이고,
주인공 내면의 회상을 전달하는 미니게임을 하거나 종교적인 수집품들을 모으거나 해서 올릴 수 있음.
하지만 필드를 아무리 꼼꼼히 돌아다녀도 포인트는 스샷에 표시된 최고 레벨에 도달하는데 한참 부족함.
게다가 이 포인트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재화인데,
경험치 포인트를 모아서 레벨업을 해도 아무튼 경험치를 더 많이 주는 특성들만 열리고 실제 플레이에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음.
최후반부의 주인공은 살인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겁탈당하게 되는데,
이때 주인공은 내면세계의 붉은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지며 지금까지 열심히 모은 포인트도 전부 날라가고,
신앙심을 완전히 잃어버린 주인공은 내면의 악마와 스스로를 완전히 동일시하게 됨.
결말에서 주인공은 탈옥 후 게임 플롯의 중심이 되는 성유물에 손을 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이때 지금까지 노력이 무색하게 신앙심 포인트를 무한으로 복사할 수 있음.
물론 이후에 주인공은 성유물이 아무것도 없는 깡통인 걸 확인하고,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도 악마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됨.
신앙, 신과 악마, 선과 악 이라는 개념조차 아무것도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허무주의적 메시지가 인디카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음.
그런데 이게 위의 단점들을 덮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플롯이냐 하면 잘 모르겠음.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플롯에 대한 평가는 스팀리뷰에 공감되는 의견이 있어서 인용함.
링크: https://steamcommunity.com/profiles/76561198010347003/recommended/1373960/
인디카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진지한 반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대담한 시도를 한 작품이고,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로 인해 이 게임은 책, 연극, 영화 등 다른 형태의 작품들과도 비교하게 된다.
이처럼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인디카의 메시지는 진부하다. (중략)
"종교는 억압이며, 인류의 삶에 대한 신의 위대한 계획은 전부 구라이다."
우리는 고전 문학부터 데스메탈 노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이런 주장을 접해왔고 인디카도 똑같을 뿐이다.
3. 후반부 날림에 대한 아쉬움
앞서 어떤 성유물이 이 게임의 플롯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했는데,
이걸 얘기하려면 주인공인 인디카 말고도 일리야라는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야 함.
일리야는 우연하게 인디카를 위기에서 구하게 되어 동행하게 되는 죄수로,
사실 작중 사건의 발단부터 인디카가 아니라 일리야에서 시작됨.
일리야는 왼팔이 썩어들어 가고 있어 매우 위독한 상태인데,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는 게 신의 뜻이라 여기고 마침 자기 고향에
아픈 자들을 치료하는 기적을 행한다는 성유물(kudets)이 온 것을 알게 되어
신의 기적을 통해 자신의 팔을 치료 받고자 인디카와 같이 여행을 하게 됨.
이 둘은 대립 되는 가치관을 가진 인물로,
인디카는 직업은 수녀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독실하지 못한 인물로 묘사되는 반면에
일리야는 맹목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이 깊은 인물로 묘사됨.
성유물이 있는 성당에 도달하기 직전,
일리야는 왼팔의 염증으로 인해 당장 절단하지 않으면 위독한 상태에 처하게 되고,
인디카는 내면의 악마의 조언에 따라 일리야를 구하기 위해 공장의 절단기로 그의 왼팔을 잘라내게 됨.
이로 인해 일리야는 그 동안 둘이 쌓아온 호감에도 불구하고,
신의 뜻을 믿지 않고 멋대로 자기 팔을 잘라낸 인디카에게 화를 내며 일시적으로 헤어지게 됨.
이 게임의 퍼즐이 누잼 이여도 딱 설명한 파트까지는
서로 호감을 가지면서도 대립하는 두 인물간의 케미가
나름 흥미가 있어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데,
저 이후로 결말까지의 플롯이 붕 뜨게 됨.
개인적으로는,
(일리야의 팔을 절단) -> ??? -> (결말) 의 구조에서
결말은 정해진 상태에서 중간 부분을 날림으로 완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헤어진 일리야를 아무 설명 없이 중간에 합류 시킨 거나,
이후에 성당에서 누명을 쓸 때 까지 과정이 유달리 개연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노잼 퍼즐도 더욱 노잼이 되어서 위의 포크레인 퍼즐이나 시키고 있음.
이로 인해 일리야는 그저 맹목적인 믿음을 추구하다 팔병신된 폐인 정도로 캐릭터가 소모되고,
인물 간의 관계에서 오는 캐릭터의 변화, 또는 현재의 행동과 과거의 인디카가 저지른 죄와의 대비 등,
이야기를 흥미롭게 할 수 있던 장치가 날라가고 결말 원툴 플롯이 되어버린 느낌이 있음.
4. 결론
딱 스콘이 생각나는 게임이였음.
나름 뛰어난 비주얼과 로어딸 좋아하는 사람들이 파고들 만한 상징과 떡밥들이 있지만,
게임의 플레이가 주제랑 겉돌아서 플롯을 보기 위해 해야 되는 숙제처럼 느껴졌음.
그리고 장점인 내러티브도 허무주의적인 결말 연출에 기대서
"위의 단점들을 모두 덮을 만큼 좋냐?" 라고 질문 받으면 선뜻 좋다고 답하기 어렵게 느껴짐.
그래도 후에 한글화가 이루어지면 한번 더 해볼 의사는 있음.
이게 영자막만 보면서 하니깐 대화가 갖는 의미가 제때 안 들어오거나
수집 요소가 갖는 상징들의 의미나 비유를 알 기 어려운 게 있어서
플롯에 대해 오해하거나 저평가 하는 요소가 있을 거 같음.
또한 주제 의식과 그걸 표현하는 연출은 강렬한 게 맞아서
취향에 맞으면 충분히 갓겜일 수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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