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으로 눈팅이나 하다가 글쓰려고 계정 팠음
모바일이고 긴 글 쓰는 것도 처음이라 이상하면 말해주셈....
글을 쓰기 앞서 프랑스 자수가 낯선 롭붕이도 있을 테니 짧게 설명하자면
대충 이렇게 다양한 기법으로 천에 수놓아서 작품을 만드는 자수 방식 중 하나임
짤은 예전에 인터넷에 있는 도안 대충 따라해서 만든 거
보다시피 꽃이나 식물이나 단순한 형태같은 걸 표현하는 것이 주된 용도임
예전에 도트 찍는 게임이 십자수라는 이름으로 롭갤에서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건 ㄹㅇ 도트 찍듯이 실을 x자로 여러 번 수놓아서 만드는 자수 기법이라 좀 다름
영어로는 그냥 embroidery고 엄밀히 하자면 유럽 자수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는 말도 있는데(출처 나무위키)
아무튼 꽤 좋아하는 취미라 씹덕질에도 꼭 활용해보고 싶었음
꽃을 표현하는데 최적화된 자수로 림버스 덕질을 하려면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 머릿속에 이 캐릭터가 스쳐지나갔음
전투 SD가 있는 캐릭터라 간단하게 수놓기에 적당하고
유저들에게 튜토리얼과 4장 뽕과 동상이라는 유산을 남겨준 goat이기도 하고
꽃으로 뒤덮인데다 이름까지 동백인데 이걸 어케 참음???
마침 타이밍 좋게 친구들과 햄팡 약속이 잡혔기 때문에
아예 햄팡에 기증할 굿즈를 제작하기로 맘먹고 바로 도안을 그렸음
아니 SD가 따로 있어서 만들기 좋다더니 굳이 도안을 또 그려야 함?
아무리 간단해도 자수 용도로 그려진 게 아니라 프랑스 자수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스탠딩 일러랑 다른 부분도 있어서 적당히 수정 과정을 거쳤음
직접 그려보는 게 나중에 감 잡는데도 꽤 도움이 된다
이제 도안을 액자 사이즈에 맞춰 천으로 옮겨 그린다
만들면서 조금씩 수정할 거라 대충 그려도 됨
나풀거리는 천에 그냥 수를 놓으면 천이 쉽게 울어버리니(cry 아님)
수틀에 천을 끼워 팽팽하게 해주자
참고로 다이소에서 다른 재료랑 세트로 2천원인가에 파는 수틀임
준비가 됐으니 본격적으로 수를 놓기 시작
여기부터 아는 척 자수 기법 얘기를 떠들 건데 본인도 자수를 제대로 배운 게 아니고
그냥 유튜브 보고 어설프게 따라하는 기본기 부족한 초보허접이니까
적당히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 들어주셈.....
기본적으로는 급식 시절 가정시간에 배우는 바느질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음
천과 천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천에서 여러 번 반복하여 도형을 메꾼다는 것 정도?
이렇게 정직하게 채워 넣는 기법을 새틴 스티치라고 함
반대 쪽 깃도 마무리해준다
명암을 넣을 수 있는 그림과 달리 자수는 입체감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자잘한 기교로 나름의 디테일을 넣을 수도 있음
예를 들어 위 짤은 양쪽 깃을 다른 각도의 사선으로 수놓아 양쪽을 확실히 구분해줬다
두루마기의 깃도 수놓는다
다음은 바지를 만들 차례인데
왜 저고리 앞판 먼저 안 하고 다른 데부터 하는지는 이따 얘기하겠음
보다시피 동백은 꽤 누리끼리해진 바지를 입고 있으니
저고리에 사용한 흰색 실보다 더 탁한 색이 필요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꺼낸 실이 하필 살구색이었다..
동백 피부가 까무잡잡한 편이라 피부용으로 다른 색 실을 킵해놔서 아무 생각 없었는데
저만큼 해놓고 뭔가 아닌 것 같아서 황급히 풀었음
자수의 장점은 만들다가 언제든지 실을 풀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수를 놓을 때보다 풀 때 시간이 더 걸려서 풀기 싫다는 것이다
아무튼 색을 바꾸니 훨씬 괜찮아졌음
두루마기가 있을 부분은 채우면 오히려 이상해지기 때문에 비워준다
이제 앞판을 채운다
깃과 같은 방향으로 수를 놨지만 덜 두꺼운 느낌이 들텐데(아님말고)
그 이유는 다른 부분은 실 두 가닥을 한 번에 사용해 만든 반면
앞판은 실 한 가닥만으로 얇게 수를 놓았기 때문임
여길 맨 마지막으로 만든 이유도 두 가닥 실을 다 쓴 뒤에 한 가닥 실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은 두루마기를 만들 차례
사진에서는 잿빛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청색이 섞인 회색을 썼음
옷자락이 겹치는 부분은 일부러 끊어서 수를 놓았다
반대편도 완성!
뭔가 이상한 부분은 나중에 꽃으로 덮으면 그만이다
이제 신발을 만들어준다
나름 발목 매듭의 위아래 순서도 신경을 썼다
그래놓고 정작 버선 먼저 놓아야 한다는 건 까먹어서
바늘을 저지랄을 해가며 만들었음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얼굴과 목도 한 번 끊어서 만들어주면
다른 실을 사용하지 않아도 명암구분이 생긴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2편으로 이어오겠음.....
이 뒤부턴 더욱 다양한 자수 기법을 사용할 예정이니 많관부
- 약스압) 프랑스 자수로 동백 만들기 (2)
너무 길어져서 2편으로 끊어서 가져왔음
다들 많이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
1편에서 만든 것의 전체샷
큰 부분은 다 끝냈고 디테일한 부분을 채울 차례인데
여태껏 사용한 새틴 스티치는 덩어리 안을 채울 때 주로 활용되는 기법으로
얇은 곡선을 표현하기엔 여러모로 불편해 아웃라인 스티치라는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말 그대로 바깥 선을 만들 때 사용하는 스티치를 일컫는 용어이며
다양한 아웃라인 스티치 중에서도 스템 스티치를 사용하가로 했다
먼저 바느질하듯 한 땀을 놓은 후 끝으로 되돌아온다
뒤집은 건 큰 이유는 없고 그냥 편해서이다
아까 놓은 한 땀만큼 앞으로 간 후 실을 다 당기기 전에 가운데로 돌아와준다
이후 쭉 당기고 다시 한 땀 앞으로 실을 넣고 이 과정을 반복해주면 됨
사진으로는 아무래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혹시 이 글을 읽고 프랑스 자수에 관심이 생긴 롭붕이가 있다면
유튜브에 '프랑스 자수 스티치'를 검색해 양질의 자료를 얻어가길 바람
꽤나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가지가 완성됐다!
근데 두루마기도 그렇게 가지도 청록색으로 만들었는데 왤케 시꺼먼 색으로 보이는지 모르겠음.....
아무튼 이걸 미친듯이 반복해주면 된다
이제 머리카락을 만들어주면 되는데
사실 나도 꽃다발이랑 이파리만 만들어봤지 사람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새틴 스티치를 헐겁게 놓아봤는데 처음한 것 치곤 괜찮은?듯
윗부분은 꽃 들어갈 자리라 비워뒀다
연회색 실이 없어서 연하늘색을 썼더니 실물로 보면 묘하게 앤젤라같음....
가지랑 같은 색으로 얼굴 그림자를 만들었음
솔직히 안대같아서 이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얼굴 또한 꽃으로 덮으면 그만이다..
이제 동백의 하이라이트인 꽃을 만들 차례인데
소설 <동백꽃> 속 샛노란 동백꽃이 우리가 아는 빨갛고 겨울에 피는 동백이 아니라
생강나무 꽃의 방언이라는 사실은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롭붕이는 장미나 데이지나 안개꽃밖에 만들 줄 모르는데 (전편 1짤 참조)
이 섬세한 생김새를 어케? 구현하란 말??인???
붉은 동백꽃은 아예 단독으로 만드는 법도 있을 만큼 수요가 많지만
생강꽃은 어림도 없었다....
고민 끝에 일단 실을 바늘에 세 가닥 넣고
한 땀을 놓은 뒤 그 중간에서 실을 빼냈다
그대로 잡아당겨 위로 집어 넣어 피젯스피너마냥 만들어준 뒤
적당한 지점에서 다시 실을 빼내준다
그리고 그 고리들 틈으로 번갈아가며 실을 빙글빙글 감아준다
이걸 반복하면 어느 순간 동그란 꽃 모양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건 스파이더 웹 로즈 스티치라고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장미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 기법임
살짝 비는 공간은 프렌치 노트 스티치로 자잘한 꽃송이를 표현해준다
이건 도저히 사진으로 방법을 설명할 수가 없어서 완성샷만 가져왔음....
그런 식으로 빈 공간을 적당히 채워넣었다
저기 보이는 고리같은 건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라 하는데
이것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지 꽃 만들때 쓰는 거고
어렵진 않은데 얜 과정샷 찍는 걸 까먹음
아무튼 여기까지 만들면서도 동백 일러스트와 생강꽃 사진에서 보이는
흐드러지게 터져나오는 듯한 꽃의 느낌이 살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음....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아 이거다 싶은 걸 찾았음
생강꽃은 아니고 미모사 만드는 방법인데 나름 림버스 동백 일러랑 비슷한 것 같았다
먼저 실을 아주 두껍게 뽑은 뒤 한 가닥 실로 듬성듬성 묶어준다
날카로운 가위로 매듭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자른 후
양 끝의 잘린 실들을 살살살 펼쳐준다
그럼 이렇게 폭발하듯 피어난 모양새가 나옴
입체적이라 실물로 보면 더 화려하다
한 가닥 실로 가운데를 적당히 꿰매주면 고정도 된다
이걸 또 엄청 반복하고 다른 스티치도 활용해서 머리를 채워준다
한쪽 얼굴까지 가리니 생각보다 그럴듯해짐....
매듭 묶는 게 너무 힘들어서 가지에 자잘한 꽃잎을 먼저 채워줬음
새까만 가지에 밝은 색 꽃은 언제 봐도 예쁜 것 같다
큰 가지를 채우고 자잘한 꽃잎을 더해주면 완성!
사실 보다시피 수틀을 빼면 자국이 남기 때문에 다림질을 해줘야 최종 완성이지만
사진이 없으므로 아무튼 다 만든 거다
이건 뒷면
고수들은 앞뒤 똑같게도 만든다던데 그건 진짜 못하겠더라....
유리 틀을 뺀 다이소 액자에 넣어 계획대로 햄팡에도 가져갔음
딴소린데 햄햄팡팡 음식 진짜 맛있더라 치킨 필라프 강추함
직원분께서 멋지게 전시해주셨다
사실 일정도 겹쳤고 굳이 적지 않은 찐빠 탓에 시간이 다소 촉박했던지라
가져가기 전까지 디테일이나 퀄리티 면에서 자꾸 아쉬움이 남았는데
막상 굿즈존에 올려놓고 나오니 정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 햄팡 후기에 굿즈존 사진 나오면 행복해하고 있음
같이 가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언젠가 또 햄팡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더 멋진 작품 만들어서 가져가고 싶다
긴 글 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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